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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Mar 03. 2024

이주하는 인류

정주생활과 이주민 DNA의 팽팽한 줄다리기

1. 이 책은 이긴 자의 역사에 대한 비판이다
2. 우리에겐 아직 이주민 DNA가 살아있다


1. 이 책은 이긴 자의 역사에 대한 비판이다

<이주하는 인류>를 한 줄로 요약하면 이긴 자의 역사에 대한 비판을 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족주의, 다문화주의, 테러, 차별 등 국가 간, 민족 간에 여러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이것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지금의 지도가 과연 정당한 지부터가 그 의문의 출발이다. 이주민의 생활을 하던 인류가 정주를 시작했고 일정 땅에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며 금을 긋기 시작했는데 이를 누가 인정했는지에 대한 물음도 담겨있다.

그런 점에서 철학서라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이주냐 정주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역사를 새로운 관점에서 뒤집어 보고픈 저자의 의도가 참신했다. 상상해 보자. 이주생활이 당연시되는 어느 날, 식량을 찾아 돌아다니던 A라는 이주민이 1년 만에 예전 땅에 돌아왔다. 그런데 그 땅에 전혀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고 있고 심지어 자기 땅이라며 땅문서를 그들에게 들이밀 때의 그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원래 다 같이 살고 있던 땅에 낯선 이들이 총칼을 들이대며 자신들이 발견한 땅이라고 주장했을 때의 원주민 심정은 어땠을까.

정당하지 않고 모순되어 보이는 이러한 이야기가 지금까지 우리가 공부해 왔던 역사다.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대왕이라는 명칭에 맞게 그리스부터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기까지 거대 제국을 건설했다고 하지만 이는 그들에 의해 남겨진 역사를 통한 해석일 뿐, 그 시대를 살고 있던 유목민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다. 그래서 이 책에는 알렉산더 대왕이 "정착" 도시만을 정복해 "지나갔다"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표현이 정말 와닿았다. 그냥 지나간 것이다. 제국을 건설했고 찬란한 문화를 남겼다는 것도 그들의 기록을 통한 일방적 해석일 뿐이다.


2. 우리에겐 아직 이주민 DNA가 살아있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은 '이주하는 인류'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인류가 정주를 향해 떠나는 고된 여정으로 느껴졌다. 이주를 하는 이유는 결국 정주를 하기 위함이다,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책에서 많이 보게 된 것이다. 정복이든 탐험이든 자유든 추방이든 모든 게 정주를 위한 이주 과정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이제 영토 전쟁이 마무리된 현대 사회에서는 더 이상의 이주 생활은 없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을 듯싶다. 개인적인 이민 등을 차치하고서라도 국가 전체, 인류 전체의 움직임도 보이는데 그게 바로 우주를 통한 새로운 행성으로의 이동이다.

이 원대한 꿈을 인간이 꾸고 있다는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일처럼 치부될 수 있지만 콜럼버스가 신대륙 발견을 위한 대륙횡단을 할 때도 비슷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걸 보면 우리에겐 아직도 이주민 DNA가 살아있는 게 아닐까 싶다. 또 한편으로는 철학적인 문제인데 '이주를 위한 정주'인지 '정주를 위한 이주'인지도 그 선후 관계가 모호하게 느껴진다. 최상의 선택지에 정주를 하게 돼도 우리 안에 있는 이주민 DNA가 또 다른  은하계로 우리를 이끌지 않을까 싶다.

책은 쉽지 않다. 이주와 정주의 역사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지만 그 에피소드들에 대한 해석을 독자들에게 많이 열어둔 느낌이다. 저자의 개인적인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주가 어떻고 이주가 어떻고 하는 그런 내용을 구구절절이 책에 할애하지는 않았다. 그만큼 독자 입장에서는 스스로 생각할 것도 많아져 포스팅 초반에 얘기했듯이 역사서이면서도 철학서에 가깝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주생활의 승리로 종결이 끝난 줄 알았던 현 인류가 아직도 정주생활과 이주민 DNA의 팽팽한 줄다리기 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며 글을 마무리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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