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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Apr 28. 2024

나쁜 긍정

불평은 우리 삶에서 미꾸라지가 아니라 메기였어!

1.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으려면, 울면 안 돼!
2. 읽다 보니 예전 여친에게 미안하네


1. 산타 할아버지에게 선물 받으려면, 울면 안 돼!

웃자. 웃으면 복이 와요,라는 말은 우리가 어려서부터 흔히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있었던 것 같다. 심지어 말도 못 하고 세상에 대한 인지도 못하는 갓난아기가 뻥끗뻥끗 잘 웃으면 주변에서 벌써부터 '효자', '효녀'라고 칭찬 일색이고 울기라도 한다면 그러지 못하게 달래게 된다. 갓난아이를 벗어나서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가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라며 우는 것은 좋지 않은 행동임을 또다시 습득한다. 남중, 남고를 나온 나의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그 나이 때는 싸우거나 혼나거나 심지어 영화를 볼 때도 울게 되면 지는 것이고 놀림거리가 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다소 과장되게 표현해서 우리가 울 수 있는 곳은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 먹을 때 정도였던 것 같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며 자라왔다. 친구를 위로할 때도 "힘내라.", "세상이 다 그렇다.", "내 친구도 그런 적 있는데 지금 괜찮다.", "이번을 계기로 뭐 하나를 배웠다고 생각해."라는 정도의 위로를 심심치 않게 전달한다. 당연히 나쁜 의도는 없다. 그렇게 해야 하는 것으로 배웠으니 매뉴얼대로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긍정은 무한한 힘을 준다고 했고 친구에게 그것을 전달해 주고 싶은 순수한 마음이었다. 또 지구상의 80억 인구 중에 그 누구에게도 일어나지 않은 일이 친구에게만 벌어진 것도 아니기에 지금도 잘 살고 있는 그들을 본보기 삼아 극복하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런데 역지사지라고 하지 않던가. 본인에게 그런 위로가 오면 극복되는가? 솔직히 감흥이 없다. 내가 취업에 떨어져 앞이 막막한데 이것도 경험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나. 어쩔 때는 옆에 없는 게 더 나을 때도 있고, 그냥 말없이 같이만 있어도 위로가 될 때도 있다. 어찌 보면 우리가 상갓집에 갔을 때 중요 예절 중에 하나가 상주에게 별다른 얘기를 전하지 않고 지긋이 손을 잡거나 눈만 바라보라는 것인데 이미 오래전부터 위로는 그런 것이었다. 이 책 <나쁜 긍정>은 현대의 우울증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잘못된 긍정을 강요한 결과라고 한다. 기승전긍정, 긍정은 만병통치약처럼, 조직을 위해서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하며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리는 것처럼 부정적인 바이브는 그 그룹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여긴다.


2. 읽다 보니 예전 여친에게 미안하네

지금 돌이켜보면 제일 머릿속에 떠오르는 제일 미안한 사람은 예전 여친이다. 정말 착한 친구로 기억되는 그 친구에게 내 기준에 한 가지 단점은 너무 삶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생각들 때문에 별것 아닌 것에 생각도 많고 고통을 받았으며 특히 거절하지 못하는 행동은 나에게까지 스트레스였다. 또 스스로의 외모에 대해서도 자신 없어했다. 내가 볼 때는 누구보다 예쁜 사람이고, 이건 남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못난 곳이 없는데 좋은 것보다는 부족한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런 친구에게 난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 봐.", "네가 어디가 부족해서 그래. 너 정말 괜찮은 애야, 남들은 더 힘들어." 이런 따위의 조언을 했다. 어찌 보면 "그랬구나", "힘들겠다"라고만 해도 됐을 텐데 난 무언가 그녀의 머릿속에서 나쁜 생각들을 지워주고 싶었다. 아니 사실 나에게 더 이상 그런 소리가 안 들리기를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책에 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긍정확언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시중에는 너무 많은 책들이 그런 부분만을 강조한다. 그런 책이 인기를 끌다 보니 긍정적 생각을 통한 스트레스 극복이 효과가 없으면 우리 자신이 잘못된 사람이라는 더 큰 함정에 빠지게 된다. 남들은 다 효과를 봤는데 나만 소수가 된 느낌을 벗어날 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이다. 이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적용 가능한 솔루션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긍정확언, 감사일기가 효과적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소리도 지르고, 불평도 해보고, 화도 내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때 지금의 힘듦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건 감정을 억누르는 게 아니라 본인의 감정을 잘 살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조직에서 터부시 하는 불만이 조직의 물을 흐리게 하는 한 마리의 미꾸라지가 아니라 정어리 떼 속의 메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기가 없으면 어항 속 정어리 떼는 활력을 잃고 죽어간다. 불평과 불만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어찌 보면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와있듯이 우리가 너무 행복 중심의 삶을 추구한 결과인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이보다는 가치 중심의 삶을 추천한다. 이는 행복을 따르는 게 아니라 본인의 가치관을 따르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힘듦과 고통을 느끼고 그것이 행복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에 나쁜 긍정이 아닌 착한 부정을 한 스푼 넣어야 할 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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