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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Mar 06. 2024

진짜 배고픈 거 맞아요?

확실해요?

7대 3, 비계와 살코기의 비율이 딱 내 스타일인 수육에 뽀얗고 된 쌀밥, 달걀프라이, 양배추쌈, 호두와 꿀을 넣어 고소하고 단짠의 조화가 완벽한 쌈장, 역시가 절로 나오는 이모표 깻잎김치에 깔끔하고 개운한 엄마표 겉절이까지, 5대 영양소(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를 골고루 갖춘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마쳤다. 양치를 해야 하는데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살짝 심심하다. 뭔가 허전하다. 깻잎과 김치통을 넣으며 냉장고를 쭉 스캔한다. 이제 냉동실 문을 열어 본다. 뭐가 있나,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핀다. 얼어있는 쑥떡이 눈에 들어오지만 10개나 붙어있어 해동이 쉽지 않겠다. 마지막으로 직사광선을 피하고 건냉한 곳에 밀폐보관하라는 간식들이 자리 잡고 있는 서랍장을 열어본다. 유혹이 가득하다. 간식장을 열었다면 이미 먹을까 말까에서는 진 게임이다. 이제 무엇을 먹을지 골라야 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뿌셔뿌셔를 들었다 내려놓는다. 통 안에 오레오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게 무슨 일이라고 찰나에 기회비용까지 생각해 본다. 최종 선택은...?

현미칩을 뜯는다. 기름을 쓰지 않고 열풍으로 구운 현미칩, 왠지 건강에도 좋고 다른 과자들보다는 살도 덜 찔 것 같다. 그렇지만 유지어터 17년 차 연륜으로, 이런 류의 슴슴한 과자들도 조심해야 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아무 맛도 나지만 손은 자꾸 가니깐. 


딱 한 움큼만 먹을 거니 덜어놓자. 한 그릇은 두 그릇으로... 모두가 다 예상하는 시나리오로 끝이 난다. 입이 텁텁하고 헛헛하게 배가 부르자 정신이 든다. 몇 개 안 남았다. 달지도 짜지도 않던, 진짜 아무 맛도 안 나던 현미칩이 787kcal라고? 세상에나 앉은자리에서 787kcal를 털었다고?

후회가 밀려온다.




그나마 신기하게도 아이들 간식은 굳건한 의지로 손대지 않지만 애매한 소유자의 간식에는 이렇듯 손이 간다. 과자뿐이 아니다. 다이어트에 좋다는 건강 간식 견과류는 오히려 내게 쥐약이다. 한 번 열면 권장량의 열 배는 먹어치우기에 웬만하면 안 사 온다. 원 플러스 원의 핫 딜은 못 지나치지만... 몇 입 맛보고 집게로 봉해 놓은 과자 봉지가 즐비했던, 몸에 좋다고 사다 놓은 견과류들이 유통기한 지나 버려야 할 것 같다는 친구네 팬트리를 보고 놀란 기억이 난다. 나는 한 번 열면 멈출 수 없는데 친구야, 너는 잘 멈추는구나.

나에게는 없고 그녀에게는 있어 보이는 건, 결단력일까? 조절능력일까? 식욕 억제 호르몬일까?



특히, 방금 식사를 했는데도 배가 차지 않았다는 느낌은 왜 드는 걸까? 양껏 먹지 않아서일까? 배가 진짜 허전하긴 한 걸까? 분명 한 그릇만 먹기로 다짐했는데 왜 나는 우유도 붓지 않는 시리얼을 세 그릇째 먹고 있는 걸까? 나는 왜 이러는 걸까?






배가 부르지 않는 느낌은, 내 양껏 먹지 않아서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칼로리가 낮고 포만감에는 좋다는 음식들로 가득 먹어 보았지만 여전히 부족했다. 식사 직후나 밥 먹은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도 다시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들 때면 소화가 빨리 됐나 싶었다. 하지만 그건 오해였단다. 위에 음식이 가득 차 있어도 허기를 느낄 수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 목마르면 배고프다

물과 음식물은 전혀 다른 것 같은데, 우리 뇌는 목마름을 배고픔으로 착각할 수 있다고 한다. 몸의 70%가 물로 이뤄져 있고, 물이 크게 모자라면 당연히 극심한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1~2% 정도만 부족해서 정상 범위에서 약간 벗어난 상태가 수개월간 지속되면, 여기에 몸이 적응해 버린다. 그래서 뇌가 목이 마르다고 신호를 보내지 못하고, 그저 몸에 뭔가 부족하다고만 착각해 음식을 먹으라고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 스트레스받으면 배고프다
스트레스를 계속해서 받으면 자꾸 배고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속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가 높아진다. 코르티솔은 식욕 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힘을 약화시킨다. 밥을 많이 먹어서 렙틴이 "그만 먹어!"라고 명령해도, 몸속 세포들이 이 명령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은 그만 먹어야 할 때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배고픔을 느낀다.



# 나이 들수록 배고프다
안타깝게도 나이가 들수록 배고픔을 쉽게 느낀다고 한다. 뇌에서 식욕을 억제하는 렙틴 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렙틴 호르몬이 뇌에 충분히 작용하지 않거나 더디게 작용해 포만감을 상대적으로 적게 느끼거나 늦게 느낄 수 있다.



# 졸리면 배고프다
배부르고 등이 따뜻하면 졸리다는데, 반대로 졸려도 식욕이 생길 수 있다. 잠을 적게 자면 뇌에서 식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강력하게 반응해, 칼로리가 높고 자극적인 음식이 당긴다는 것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에 따르면 하루에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식욕을 촉진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늘어나고,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은 감소한다.



# 섹스가 부족하면 배고프다
성욕을 채워야 하는데, 욕구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않으면 배가 고플 수 있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에는 식사, 섹스 등 욕망에 관여하는 포만중추가 있다.

포만중추는 식욕을 누르고 포만감을 느끼게 만드는 CART 단백질과, 식욕을 불러일으키는 NPY 단백질에 의해 조절된다. 포만중추 겉면에는 이런 단백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어서 두 단백질 중 더 많이 분비된 쪽이 수용체를 차지한다. 마치 하나의 주차 공간을 두고 두 대의 차가 싸우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런데 섹스가 부족해서 성욕이 채워지지 않으면 NPY 단백질의 힘이 커져서 포만중추를 차지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포만중추가 몸에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나이가 들수록 식욕이 없어질 거라 당연히 믿어왔는데 놀라웠다. 어릴 때도 먹지 않던 과자를 최근 몇 년 사이 엄청 먹어대던 이유가 궁금했었는데 나이 때문이었구나라며 합리화를 해 본다. 구구절절 무릎을 치게 만든다. 진짜 그랬다. 8시간 꿀잠 자고 일어난 다음 날은, 6시간 미만의 수면이었던 날보다 당연히 훨씬 가뿐했고 간식을 탐닉하는 것도 덜했다. 잠이 부족하면 확실히 단 걸 더 먹었다. 신경을 많이 쓰거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부담감이 있던 하루의 끝에는 항상 맥주와 도리토스가 있었다. 먹고 나면 헛배 부름만 덩그러니 남아있던 밤들.


이렇게 가짜 배고픔은 뜬금없이 갑자기 특정 음식이 먹고 싶어 지면서 시작된다고 한다. 바로 내 경우이다. 남편이 사다 놓은 땅콩버터가 계속 거슬린다. 부드러운 식빵에 발라 먹고 싶다는 욕구가 일면 결국에는 먹고 만다. 목 메이지 않게 달콤한 꿀까지 가득 발라. 참으려고 할수록 먹고 싶은 욕구는 강해진다.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 눈치라도 보이니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한데 혼자 있으면 백전백패다. 식사 후 식빵 세 장을 땅콩버터와 꿀로 클리어해야만 끝이 났다. 빵이든 과자든 적당량을 먹는 아주 드문 날에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욕구와 호르몬에 지배당했던 먹부림은 먹는 그 순간에만 행복을 주었다. 이후에는 긴긴 후회와 자책, 살만 남았다.

 


이제 확실히 알았으니 진짜 배고픔과 가짜 식욕을 구분해야 할 차례다. 진짜 배고픔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거나 가벼운 현기증 혹은 약하게 속이 쓰리다는 특징을 동반한다고 하니, 정말 배고플 때 제대로 된 한 끼를 충분히 먹는 습관을 들이자, 제발...!





 



출처: 헬스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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