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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Mar 08. 2024

예쁜 아줌마가 되고 싶어

마흔둘, 인생을 통틀어 최초로 근력 운동에 탄력이 붙었다. 언제 다시 사라질지 모를 이 귀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 운동 가방을 꾸려 헬스장으로 향한다. 탄탄한 허벅지와 애플힙을 위한 옴니레그 프레스, 레그 프레스, 힙 어덕션, 토털힙 5세트를 마친 후에 비로소 찾아오는 뿌듯함과 시원함을 어서 느끼고 싶은데 만석이다. 다른 기구들을 둘러보는데 스텝퍼와 트레드밀 존(zone)에도 사람들이 꽉 찼다. 그 옆에 새로 들어온 로잉머신까지. 오늘따라 헬스장이 더 북적 거린다. 벽에 붙은 로잉머신의 운동효과를 읽다가 가슴을 똑바로 세우고 어깨가 말리지 않게 자세를 계속 곧추세우며 노질을 이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이 들어온다. 왠지 모를 결의가 느껴진다. 아, 3월이구나. 곧 학부모총회와 공개수업, 부모 상담까지... 할 게 많다, 엄마들은.

 

3월 첫째 주,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둘째 사랑이의 입학에 돌아서면 하교 시간이 되는 마법 같은 한 주다. 첫째에 이어 두 번째 입학인데도 마냥 아가 같은 둘째의 학교 생활의 시작은 엄마인 나까지 설렌다. 경험치가 쌓이면서 궁금한 것도 늘었다. 선생님이 어떤 분인지가 가장 중요하기에 어디에 중점을 두고 교육을 하시는지, 친한 친구는 누군지, 쉬는 시간에는 무슨 놀이를 하는지... 거기에 반 분위기가 어떨지, 같은 반이 된 친구들의 엄마들도 궁금하다. 






4년 만의 코로나 엔데믹을 맞은 작년부터 사라졌던 대면 모임들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총회뿐만 아니라 꽃 피는 3월에는 학부모로서 선생님과 다른 학부모들을 만날 일정이 많기에 이 시즌에 맞추어 어느새 자란 새치에 뿌염(뿌리염색)과 산뜻한 헤어스타일을 위한 미용실, 또렷한 인상을 위한 눈썹 반영구와 속눈썹 펌을 위한 에스데틱 숍, 잡티제거와 맑은 톤, 고운 피부결을 위한 피부과 방문부터 가장 중요한 다이어트까지 더욱 분주해진다. 보통 상대에 대한 궁금함 혹은 평가는, 선입견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매우 경계해야 하지만, 첫인상에서 많은 부분이 좌우되기에 '학부모총회 룩(Look)'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뭘 이렇게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지만 학부모들 간의 관심과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엄마는 얼마나 될까? 일단, 나는 아니다.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 아닌데도, 예쁘고 세련된 엄마가 되고 싶고 그렇게 보이고 싶다. 그래서 매일 운동을 하고 식단 관리를 한다. 날씬하고 가녀린 몸을 위해. 왜냐 다이어트는 최고의 성형이며, 마른 몸은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까. 누가? 나와 그녀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정상'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일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된다.



스펙이고 경쟁력이고 무기가 되는 것, 외모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이 가장 아름다우니 사랑하라 하지만, 내가 가진 수많은 강점을 세상에 대놓고 외치며 알려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외적인 아름다움은 중요한 수준을 넘어 필수가 되었다. 본질적인 가치는 내면의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나만의 고유한 매력, 나의 진가를 보여주려면, 세상이 알게 하려면 외면의 아름다움이 동반될 때 훨씬 수월하다, 그것도 아주 많이. 정말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음식이 있다. 이 음식에 어울리는 예쁜 접시에 담아 플레이팅을 하여 제공된다면? '예쁜 그릇으로 인해 음식이 더 돋보이고, 더 맛있게 느껴진다.' 아름다움의 추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 다이어트는 심리적 측면으로 접근해야

"다어이트는 심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다이어트는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성취감이 가장 크다. 처음 목표치에 도달한 후 요요가 나타나는 것은 성취동기 약화가 원인이다. 목표치에 다가갈 때는 성취감이 있지만 유지할 때는 성취감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다이어트 성공으로 화제가 된 '시골의사' 박경철 씨가 트위터에 올린 다이어트 팁 중 한 부분이다.


이렇듯 다이어트는 심리적인 부분에 의해 많이 좌우된다. 남들이 보기에 마른 여성이 "난 뚱뚱해."라고 생각해 비만클리닉을 들락거려도 어쩔 수 없고, "살 좀 빼."라는 주변의 압력에 절대 굴하지 않고 야식을 탐하는 '통통녀'를 탓할 수도 없다. 비만의 기준은 본인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비만이 심리적인 문제라고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들은 충분히 날씬한데도 본인이 뚱뚱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많다. 최근 대한비만학회가 실시한 '비만에 대한 인식도 및 태도'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로 봤을 때 정상체중(18.5~22.9) 여성 26%가 '비만하다'라고 답변했고, 정상체중 여성 52%는 '최근 1년간 체중감량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영국 연구팀이 22개국 남녀 대학생 1만 8512명을 조사해 2006년 '국제비만학회지'에 발표한 '국제건강행태연구' 결과를 보면 비만도를 보여주는 체질량지수(BMI)는 한국 여대생이 22개국 중 19.3으로 가장 낮았지만 다이어트 중인 여학생은 77%로 1위를 차지했다.




# 마른 여성들이 다이어트에 열중하는 이유
그렇다면 정상체중 또는 마른 여성 상당수가 왜 자신은 뚱뚱하다고 생각하고 다이어트에 목숨 걸까. 일단, 대인관계, 학업, 가정, 나 자신에 대한 불만족감을 몸에 투영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실직, 실연 등의 원인을 '몸 탓'으로 돌리고 '내가 조금만 날씬했어도'라며 끊임없이 자책한다. '호감 가는 외모가 성공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라고 생각하는 단계를 넘어 모든 가치 판단의 척도가 된다고 지레짐작하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사람들은 살 빼는 것으로 지금의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현실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만큼 꼭 그만큼의 크기로 외모에 대한 불만은 비례한다. 원인을 자기 안에서 찾거나 자신을 단련시키고 내공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다른 이유는, 뚱뚱한 여성보다 마른 여성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이다. '날씬하다=아름답다'는 공식이 성립하고, 마른 몸이 우월한 몸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몸의 이미지에 의해 계급이 나뉘기 때문에 여성들은 젊고 섹시한 신체를 만드는데 혈안이 된다.

이정현 원장은 "'우리나라의 문화적 분위기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기보단 비슷한 가운데 튀어야 한다.'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 '마른 게 더 좋다.'는 기준에 맞추면서도 돋보여야 하니 보통체격으론 만족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보드랍고 달콤한 생크림이 가득 담긴, 한 입 베어 물면 하얀 크림이 흘러내리는 크림폭탄 도넛과 동시에 평생 도넛은 한 입도 안 먹은 듯한 마른 몸을 칭송하는 아이러니한 시대에 살고 있다. 넘쳐나는 고칼로리, 고지방의 음식들을 사 먹고 마른 몸을 위해 다이어트에 다시 돈을 쓰는 양극단에 발을 걸친 해 애쓰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그럼에도...
나다움이 아름다움이고 아름다운 사람이 나였음 좋겠다. 













출처: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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