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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움 Apr 24. 2024

듣고 싶은 말

사람을 살리기도 하는 구원의 말들

엉덩이와 허벅지 내전근 운동을 한 지 2년 차, 12분의 스트레칭으로 드라마틱한 변화, 이를테면 애플힙이라던가 말근육의 허벅지 라인을 바란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2년이라는 운동 기간을 감안하면, 정말 효과가 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변화의 폭이 미미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운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건, 건강 검진 시 진행했던 인바디 결과 상 하체 근육량이 소폭 상승했다는 소식 덕분이었다.

 

나름대로는 굉장히 꾸준히 운동을 이어오고 있지만, 사실 즐거워서 운동을 하는 날은 손에 꼽는다. 안 하면 찌뿌둥하고 이틀만 안 해도 고새를 못 참고 새우처럼 등이 말려버리니 매일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언제쯤 수월해질까, 오지 않을 그날을 기다려본다.


그날도 그런 날들 중 하루였다. 안 하면 찝찝하니까 스트레칭 30분에 이어 엉덩이내전근 운동 12분짜리를 겨우 마치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흘러내리던 엉밑살(엉덩이 밑에 위치하는 살)이 많이 좋아졌네.
셀룰라이트도 엄청 좋아지고, 운동한 보람이 있네."

내 하체에 대해서만큼은 그 어떤 헬스클럽 관장님보다 냉철하고 가혹한 평가를 내리던 남편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칭찬이 나왔다.


이 한 마디로, 운동을 열심히 하고 싶은 욕구가 일었다. 며칠 동안은.  






인문학 강의 중, 교수님이 물으셨다.

"상대의 마음을 얻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요?

"경청하기?"

"심리학에 관심 많은 분들 답습니다. 경청하는 자세는 기본이고요, 조금 더 깊게 들어가면 상대가 원하는 걸 이야기하는 겁니다."


상대가 원하는 걸 이야기한다, 언듯 들으면 당연한 말이다. 쉬워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생각해 보면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준다는 건, 굉장한 노력과 관심이 요구되는 기술이다. 기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어야 하며 상대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무얼 추구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이렇게 나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거기에 진심인지, 건성으로 듣고 있는지는 본능적으로 안다.


이런 거다.

밤 10시에 소떡소떡과 양념 치킨에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마시고 싶은 유혹을 가까스로 참으며 입터짐 방지용으로 견과류 한 봉지를 입 속에 털어 넣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그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운동을 간다. 수많은 날들, 각종 유혹과 악마의 속삭임을 이겨내고 드디어 체중 감량에 성공한 친구가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바로 예뻐졌다는 말이다.


글쓰기 수업에 모인 학생들의 합평 시간이다. 그들이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글이 정말 좋아요. 읽는 내내 공감도 하고 감정 이입도 되면서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피드백을 받았다면, 아마 하늘까지 날아간 기분일 것이다.(내가 지금 가장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모두 다르듯, 현재 외모가 가장 중요한 사람과 내면의 성장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각각의 맞춤 칭찬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엄마, 아빠가 있다면 그 한 마디로 꽤 오랫동안 든든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초, 중, 고등학생이 부모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 1위는 “정말 잘했어”였다. 이어 “항상 사랑한다”, “넌 지금도 잘하고 있어”, “오늘도 수고 많았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태어나줘서 고마워”,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우리 같이 놀러 가자”, “넌 최고의 선물이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순이었다. 오, 다행히 행복이, 사랑이에게 자주 해주는 말들이 상위권에 있었다.









듣고 싶은 말을 해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요즘 가장 가슴 깊이 새기고 있는 말들이다.

 


결국 아이의 현재는 부모가 과거에 전한
언어의 결과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부모의 말>


인간은 스스로 이해하는 것 이상에 감동하거나 칭찬할 수 없습니다.
내가 칭찬하는 수준이 곧 내가 가진 안목의 수준입니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더 가치 있는 것을 내면에 담을 수 있을 때,
내가 칭찬할 수 있는 대상도 더 많아지고 높은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부모의 말>
좋은 말을 하는 습관은, 어느 날 우리가 수렁에 빠졌을 때 분명히 도움을 준다.
평소 타인에게 용기와 위로를 건넸다면
내가 힘들 때 똑같은 것으로 보상받을 것이다.
<강자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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