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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휴 나도 그래, 운동하기 싫어.

by 아름다움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하기 싫은 일을 먼저 해놔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일을 가뿐하게 할 수 있다.

운전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고, 운동을 갈 때도 그렇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운동을 하는 나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운동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세 시간도 넘게 떠들 수 있을 정도로 올해 나의 열정과 에너지를 가장 많이 쏟아부은 영역은 운동이다. 하다 보니 운동 루틴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

1. 6시에 일어나 요가와 폼롤러 스트레칭, 림프 마사지를 30분 한다. (매일)

2. 주 2회 뮤직 복싱 수업에서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한다.

3. 뮤직 복싱 수업이 없는 나머지 5일 중, 중요하거나 공식적인 일정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헬스장에 간다.(가려고 한다.)






"젊은 엄마가 운동을 참 열심히 하네, 보기 좋아요."

마무리 운동으로 벨트 마사지기(일명 덜덜이)를 하고 있는데 헬스장에서 오며 가며 눈인사를 나누던 옆 자리의 어르신이 말을 건네셨다.


"감사합니다. 어머님이야말로 운동을 즐기며 하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으세요. 오늘은 운동 오기 정말 싫었는데 그래도 헬스장에 오니 어찌 됐든 하게 되네요."

"나도 그래. 운동하기 싫어."

"진짜요? 올 때마다 계셔서 운동을 좋아하시는구나 생각했어요."

"아니야. 몇십 년 됐는데도 그래. 그래도 뭐 어떻게, 해야지."


그렇게 어르신과 운동의 중요성과 필요성, 운동을 마치고 나서의 개운함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눈 뒤 대화를 마쳤다. 헬스장 경력 이십 년이 훌쩍 넘는 저분도 운동하는 게 쉽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지며, 스스로가 대견해졌다.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면서부터는 헬스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한층 더 무거워진다. 춥고, 추워서 껴입는 게 더더욱 귀찮고, 추운 데다 컨디션까지 별로고, 두 시간 후면 다른 일정이 있고... 와 같은 운동 하러 가기 싫은 이유들이 넘쳐나지만 일단 아무 생각 하지 않고 레깅스부터 입는다. 그렇게 현관문을 나와 헬스장에 도착하면 운동복을 입고 온 게 아까워서라도 운동을 하게 된다. 매일매일이 고비이고 뭐 하나 쉬운 건 없지만 헬스장에 입문한 지 어느덧 8개월이 되었다. 5분도 하기 싫던 러닝머신 위에서 이제는 40분을 걷고 뛴다. 아주 드물게 시간이 훅 지나가는 날도 있지만 대부분은 지루하고 신나지 않은 시간들이다.



그럼에도 그냥 한다.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다 보니 아무리 뛰어나 좀처럼 나지 않던 땀도 나기 시작했다.

땀을 흠뻑 흘린 후,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몸에 남은 물기를 닦으며 물 한잔을 들이켜는 순간, 그렇게 상쾌하고 개운하고 날아갈 듯이 가벼울 수가 없다. 이 짜릿한 기분을 느끼려고 운동을 하는 것 같다. 열심히 운동을 한 나를 위한 맛있는 식사도 마음껏 즐긴다.


하기 싫은 일부터 완료해야 좋아하는 일을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그냥 일단 깊게 생각하지 않고 운동복부터 입는다.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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