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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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지 394일째이다.
매일 뛰던 때도 있었고 잠시 쉬던 주도 있었다. 그래도 평균을 내보면 주 3회 이상은 귀찮음과 하기 싫은 마음을 다잡고 운동화 끈을 두 번 묶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13개월 동안 약 170회, 한 번에 6km가량을 뛰었으니 누적 거리만 1,020km가 넘는다.
러닝은 정말 아무 계획도 의도도 없이, 우연히 시작됐다.
2024년 9월 16일 월요일, 추석 연휴.
명절 음식 중 제일 좋아하는 갈비찜과 생선구이, 오며 가며 하나씩 주어 먹은 엄마표 전과 연근 튀김, 그리고 깨 송편까지... 야금야금 먹다 보니 역시나 몸무게가 늘었다. 급하게 찐 살이니 며칠 동안 식단을 조절하면 돌아오긴 하겠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것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생리까지 겹쳐서라고 합리화를 해보지만 이상하 자꾸 뭔가가 또 땡겼다.
이미 배가 부른데도, 그만 먹어야지 싶은데도... 머리 따로 입 따로였다.
그때 하필 눈에 들어온 약과.
한 겹 한 겹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한눈에 봐도 촉촉하면서 윤기가 좌르르 흘러 이미 맛있겠는 이 약과를 어찌 지나칠 수 있을까. 한 입 베어무니 역시나다. 퐁신하고 동시에 살짝 꾸덕하기까지 한 식감에 달콤한 집청을 가득 머금고 있는데도 과하게 달지 않아 자꾸 손이 갔다. 그래도 나름 조절하면서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8개나 먹은 후였다. 손바닥 반만 한 게 하나에 150칼로리 가까이였던 명인의 패스츄리 약과... 앉은자리에서 무려 1,200 칼로리를 섭취한 나.
먹을 때는 순삭이었는데 무거운 몸은 가벼워질 생각이 없었다.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아파트 헬스장은 문을 닫았고, 이대로 자면 그대로 살이 될 터.
뛰자.!!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처럼 배 부른 사람들이 많았는지, 그날의 홍제천은 그 어느 핫플보다도 붐볐다. 전에도 종종 산책 삼아 걷거나 바람 쐬러 나가곤 했지만 본견적으로 '뛰어본'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홍제천은 한강으로 이어지는 코스라 워낙에 러너들이 많았다. 러닝 열풍으로 주변에서 달리기를 추천한 사람도 많았지만, 뭐랄까 내게는 크게 매력적이거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운동 종목은 아니었다.
9월 16일 월요일, 3km를 쉬지 않고 달렸다.
인생 첫 'Non-stop Running'이었다.
달릴 때는 엄청 힘들고 '좋은 거 맞아?' 의구심도 들었는데 끝나고 나니 이상하게 개운했다.
도대체 왜 그렇게들 달리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그날 이후 “한 달만 해보자”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뛰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달리기가 좋아서라기보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뛰었던 게 가장 컸다. 여전히 뛰러 나가기 전엔 매번 귀찮았고, ‘오늘은 그냥 쉴까’ 하는 생각이 늘 먼저였다. 하기 싫은 날이 훨씬 많았다.
그래도 여행 가거나 일정이 있을 때 빼고는 날씨가 허락하는 한 주 3회 이상은 꾸준히 집을 나섰다.
홍제천을 지나 한강까지, 달리고 또 달렸다.
그렇게 13개월이 지난 지금,
이젠 시간을 ‘내서’ 달린다.
비가 오면 실내에서, 해가 좋으면 밖에서.
혼자 달리는 건 생각이 정리돼서 좋고, 함께 달리는 건 즐겁다.
혼자 달리건, 함께 달리건 각자 모두 매력이 있다.
요즘은 그 ‘함께’의 즐거움에 더 빠져 있다.
달리고 나서 제일 좋은 건, 음... 단연 기분이다.
물론, 여전히 뛰는 중에는 힘들고, 지겹고, ‘이게 언제 끝나나’ 싶다. 잡생각으로 가득 찰 때도 묵혀 두었던 고민거리들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그래도 어쨌든 땀 한 바가지를 흘리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진다.
일단, 지금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살은… 식단을 안 해서 1g도 안 빠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