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쓴 글씨에 대한 로망이 있다. 자기 전 5분 정도 짬을 내어 매일 천천히 바르게 글씨 쓰기를 하기로 했다. 첫날과 둘째 날은 한 글자 한 글자 반듯하게 따라 썼다. 그래, 이렇게 좋은 습관을 만들어 보는 거야. 웬걸, 샘솟던 결심이 무색하게 셋째 날 밤부터 슬슬 핑곗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오늘은 저녁 식사 뒷정리가 늦게 끝나서 필사를 할 시간이 부족하네. 어쩌지. 고작 5분만 시간을 내면 되지만, 하루쯤 건너뛴다고 무슨 일이 생기랴 싶었다. 내일부터 다시 하면 되지. 다음 날 밤은 어땠을까. 여러분이 상상하는 그대로다. 저녁 집안일을 다 끝냈으니 필사 책을 펴는 것이 마땅하지만 피곤함이 의지를 누른다. 다시 의자에 앉아서 연필을 들기가 귀찮아졌다. 어제도 오늘도 쉬었으니까 내일은 꼭 필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필사는 점점 멀어졌다.
늘 이런 식이다. 의욕이 샘솟아 시작하고 며칠간은 으쌰으쌰 뿌듯함을 맛보다가도, 사흘 나흘 째가 되면 귀찮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한두 번 그렇게 유혹에 넘어가다 보면 끝은 흐지부지되기 일쑤다. 필사책을 샀을 때,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을 때, 홈트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처럼 어떤 것을 처음 시작하던 순간은 힘이 불끈불끈한다. 작심삼일. 어른들의 말씀은 그른 게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겨우 며칠만 지나도 번거롭고 쉬고 싶은 마음에 결심이 무너지게 된다. 결심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할까.
변화를 만드는 방법은 시간이 아니라 횟수다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그래서 대단하다.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자꾸만 밀려오는 지겨움과 귀찮음이 자신과 전혀 상관없다는 듯 우직한 소처럼 습관을 이어가는 것. 계획을 세워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사소한 습관을 한결같이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좋은 습관을 만들거나 나쁜 습관을 버리기 위해서는 매일 꾸준히 하는 방법뿐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서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방법과 나쁜 습관을 버리는 방법을 좀 더 쉽게 알려준다. 규칙은 간단하다. 만들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분명하게, 매력적으로, 하기 쉽게, 만족스럽게 만들면 된다.
예를 들어, 매일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분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언제] [어디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정해본다. 글을 쓰려고 한다면 '나는 매일 새벽 5:40에 의자에 앉아 노트북을 연다.'와 같이 행동을 분명하게 정할 수 있다. 둘째,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도파민이 여기저기서 주목받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도파민이 즐거운 경험을 할 때뿐 아니라 즐거운 경험이 예상될 때에도 나온다는 것이다. 소풍 가기 전, 여행을 가기 전에 설레고 기분 좋은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글을 썼을 때 얻을 수 있는 즐거운 보상을 예측해 본다. 셋째, 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어렵게 시작하면 쉽게 포기하게 된다. 시작은 3줄 쓰기부터. 익숙해진 후 조금씩 늘려가야 한다. 넷째, 만족스럽게 만든다. 글쓰기가 끝나면 바로 맛있는 커피를 마신다와 같이 좋아하는 보상을 준다. 또 두 번 이상 거르지 말고 흐름을 이어가야 포기하지 않게 된다.
버리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이와 반대로 하면 된다. 보이지 않게, 매력적이지 않게, 하기 어렵게, 불만족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밥을 먹은 후 간식을 먹는 습관을 버리고 싶다면 집에 간식을 쟁여두지 않아야 하고, 간식을 먹고 난 후 불편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간식을 꺼내기 어려운 곳에 두어서 먹기 어렵게 만들고, 만약 간식을 먹었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불만족스러운 약속을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소하지만 꾸준하게 이어나가는 것의 힘을 알게 되었다. '100번을 반복하면 나만의 무기가 된다'*고 한다. 원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습관을 만들어보고 싶다. '자기 삶의 설계자'*가 되어야겠다. 끌려가지 말고, 되는 대로 살지 말고, 나다운 모습을 만들고 싶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을 이렇게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