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나이가 있다면 몇 살 쯤일까. 일곱 살, 아홉 살 아이와 대등하고 유치하게 말싸움을 하다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디로 나이를 먹었는지 아직 철이 들려면 멀었구나 싶다. 실제 나이보다 어른스럽지 못한 마음처럼 몸의 나이라도 어렸으면 좋겠건만, 작은 것에 힘을 쏟고 급격히 에너지가 바닥나는 걸 보면 몸도 마음도 영 마음에 차지 않는다.
첫째가 6개월쯤 되었을 무렵, 막내 이모를 10여 년 만에 만난 적이 있다. 어릴 적 명절에 한 번씩 보는 게 다였지만 종종 소식을 전하고 나를 예뻐해 주던 이모다. 나이 차가 많이 나지 않아서 언니처럼 따르고 좋아했고 이모 역시 나를 귀여워했다. 오랜만에 만난 이모는 첫째 아이를 보더니 내가 어릴 때랑 똑 닮았다며 신기해했다. 그러다 문득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운동하고 있어? 꼭 운동해. 어렸을 때 책 좋아했잖아. 혹시 책 쓸 생각은 없어?
이모, 운동이라니요. 힘이 없어서 못해요. 책을 쓰기는커녕 읽을 시간도 없어요. 구구절절 말하지도 못하고 고개만 가만히 저었다. 첫 육아는 생각처럼 행복하고 낭만적이지 않았다. 마음 편히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화장실에 가는 것이 소원이었으니. 초예민 상태로 아이에게 올인하느라 나를 챙기며 운동하고 책을 읽을 여력은 더더욱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순간이다. 그래도 그때 운동을 했어야 했다. 시간이 없으면 잠시 스트레칭이라도 자주 했어야 했다. 힘들 때일수록 나를 챙기는 시간이 하루 10분 아니 5분이라도 필요했다. 그랬다면 육아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운동하고 글을 쓰는 것은 초보 엄마에게는 사치처럼 느껴졌던 때였다.
정희원 작가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를 읽으면서 빠르게 혹은 느리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혹시 걸어가면서 폰을 자주 들여다보는가. 밥보다 라면이나 빵을 더 즐기는 편인가. 술을 좋아하는 편인가. 가까운 거리를 갈 때 차를 자주 이용하는가. '그렇다'는 답이 많다면 당신은 빠르게 나이 드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 셈이다. 틈틈이 휴대폰을 확인하고 알림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걷거나 움직이기보다는 편하게 쉬려고 하는 것, 단 것과 술을 가까이하는 것은 모두 가속노화의 습관이다. 그동안 나는 편하고 익숙한 방법을 선택하면서 빠르게 나이 드는 습관을 만들고 있었다. 그렇다면 내 몸과 마음을 챙기면서 천천히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한다. 일주일에 다섯 시간 이상 운동을 하고 일상생활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마음 챙김을 하고 몰입에 빠져 보자. 호흡을 관찰하면서 마음 챙김을 할 수 있다. 마음 챙김을 계속하다 보면, 어떤 자극이 화를 만들어낼 때 그것을 멈추고 숙고할 능력이 길러진다. 몰입은 강력한 저속노화 인자라고 한다.
셋째, 식습관에 유의하자.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 된다고 했다.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 느리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지나치게 단 음식과 알코올은 가속노화 물질이다.
넷째, 나에게 중요한 것을 찾자.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더 평온하고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
지금의 편안함이 빠르게 늙어가는 길일 수 있다. 당장의 불편함을 받아들이고 몸과 마음을 튼튼하고 균형 있게 챙겨간다면 천천히 나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든든한 힘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의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