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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n 02. 2024

밝고 가벼워지려고요

권수호,『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

  요즘 읽고 생각하고 쓰기 시작했다. 민들레 홀씨가 흩날리듯 가볍고 사뿐하게 살아가고 싶어졌고, 어두운 부분에 놓여 있던 초점을 밝은 부분으로 옮겨서 살아가고 싶어져서다.


light 밝고 가볍게. 
writing 쓰는 것. 

  권수호 작가님의 책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을 읽으면서 글을 씀으로써 삶이 밝고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고 힘이 났다. 그러고 보면 어렵고 힘든데 굳이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거실에 누워서 여유롭게 과자를 먹으며 티브이를 봐도 되고, 침대에 누워 보드라운 이불과 낮잠을 청해도 되건만, 굳이 딱딱한 의자에 허리를 펴고 앉아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어두는 건 다 이익이 있어서다. 쓰고 나면 후련해지니까. 쓰고 나면 편안해지니까. 나 혼자만 보는 글이 되더라도 어영부영 꾸역꾸역 한 편의 글을 완성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뿌듯해진다.




  누군가를 웃기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 책의 작가님처럼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문득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주방 세제로 닦으면 안경 김 서림이 방지된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고는 효과가 없자 씩씩대는 작가의 모습, 휴일에도 회사 업무로 끙끙대며 괴로워하다가 갑작스런 '급똥'을 인내하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을 본 아이가 아빠가 바지에 쌌을까 봐 염려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읽던 것을 멈추고 깔깔 웃었다. 근엄하고 대단해 보이던 작가도 결국 나와 비슷한 서툰 사람이구나 알게 된 순간에 안도의 마음도 들었다. 내 글도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어차피 사는 인생이라면 웃으면서 신나게 살고 싶다. 그동안 온갖 근심 걱정은 혼자 다 하는 것처럼 심각하고 진지하고 무거웠다. 시간이 지나면 너무나도 작아서 기억도 안 날 일이 분명하지만 뭐 어찌 됐든, 그 순간에는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이제 어느 정도 어른이 되었으니 웃으면서 가볍고 유쾌하게 살고 싶다. 그리고 내 아이도 엄마처럼 많이 웃고 덜 진지하고 신났으면 좋겠다.



  글을 계속 써야겠다. 잘 쓰려고 끙끙대지 말고 그냥 써야겠다. 이걸 언제 다 쓰나 막막해지는 모니터 속 화면에 일단 아무 말이나 떠오르는 대로 문장을 써넣었다. 쓰다 보면 조금씩 말이 이어진다. 멋지게 쓰려는 마음을 비우면 어느새 양이 채워진다. 그러고 나서 고치면 된다. 그동안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글을 더 쓰지 못했던 것 같다. 못써도 된다고, 괜찮다고 다독이면 힘이 생긴다. 이 글도 마찬가지다. 조금 못 쓰면 어때, 쓰다 보면 느는 거지. 그래, 지금 나는 잘하고 있다, 생각해 본다.


빛이 없는 어둠뿐이라면
우리는 서로를 알아볼 수조차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지친 하루의 끄트머리에서
작게나마 빛나는 순간을 마음에 담는다면
오늘의 삶 또한
잘 살아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 권수호, 『마흔에 글을 쓴다는 것』중에서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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