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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11시간전

아이와 다정하게 거리 두기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이은경)』

  엄마의 마음이 그런 것일까. 아이 대신 아프고 싶고, 투명인간처럼 아이를 대하고 무시하는 친구들의 뒤통수를 갈겨버리고 싶은. 안쓰럽고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차올라서 시야가 흐려지는데도,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아이에게 시시콜콜 물어보고 싶은데도, 엄마의 궁금증이 아이의 상처를 후벼내지 않도록 꾹 참아내는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다정한 관찰자'로서의 엄마를 생각했다.




  아이의 아픔을 엄마가 대신해 없다. 아이가 힘들고 속상한 순간을 이겨낼 있도록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이 나의 몫일 것이다. 아이를 힘들게 하는 것을 없애고 꽃길만 걷게 해 주려고 전전긍긍하는 엄마가 아니라 실수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있는 힘을 길러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에게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가 속상한 일이 생겼을 때 아이보다 더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엄마가 아니라 별 일 아니야, 금방 괜찮아질 거야, 대수롭지 않고 무던하게 넘길 줄 아는 모습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어졌다.



  아이를 위한 것이라고 앞세웠던 것들이 정말로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내 욕심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이에게 제안했었다. 놀이터에서 놀기 전에 줄넘기를 먼저 해보자고, 요리 수업도 좋지만 미술 수업을 들어보는 건 어떻냐고, 용돈으로 뭔가를 사려고 할 때 지난번에 여러 개 샀던 키링 장난감 말고 도움이 되는 책을 사는 건 어떻냐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과 엄마 입장에서 아이가 하기를 바라는 것이 다를 때가 많다. 그게 당연한 건데, 이왕이면 더 만족스럽고 결과물이 좋은 것들을 권유하게 된다. 

  아이가 여덟 살 때 빵집을 지나다가 자기 손바닥만 한 막대사탕을 보고는 사달라고 조른 적이 있다. 얼마 못 먹고 버릴 것이 뻔해 사지 말자고 얘기했지만, 아이가 고집을 부렸다. 아이 손을 잡고 가게에 들어가 사탕을 계산했다. 아이는 사탕을 손에 들고는 환한 웃음을 짓더니 한입 먹어보고는 이내 표정이 일그러졌다. 

  엄마, 너무 맛이 없어. 이거 어떡해?

  아이에게 강한 단맛이 불편하게 느껴졌나 보다. 아이는 사탕 막대를 손에 들고 더이상 입에 가져가지 않은 채 우물쭈물했다. 고집을 부려 샀는데 못 먹겠다고 말하려니 자기도 난처했던 것 같다. 이후로 아이는 커다란 막대 사탕을 보고 예쁘다고 말하면서도 사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학교는 안전한 실패를 경험해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어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안 된다고 하기 전에, 아이에게 슬쩍 제안해 보고 싫다고 하면 그것을 존중해 주고 강요하지 말자고 다시 다짐해본다.



  내가 아이를 다정하게 바라보듯이 아이 또한 나를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안 보는 척, 관심 없는 척, 그렇지만 은근히 나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우리 아이들. 그래서 엄마로서 더 어른스럽고 멋있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육아를 하면서 다시 삶을 그리고 나를 배워간다. 엄마를 통해 세상을 배워가는 어린아이들이 있기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지연이와 혜진이의 이야기를 읽을 때도 마음이 저려왔다. 내 안에도 지연이의 모습과 혜진이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부족하고 속상하고 아쉬운 부분, 괜찮고 자랑하고 싶고 멋있게 느껴지는 부분. 그것들이 다 나의 모습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어느 한쪽에만 치우쳐서 슬퍼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교만하거나 우쭐하지 말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언제든 누구든 어디에서든 우리에게는 관찰자가 있다. 아이들에게도 이웃에게도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다정한 관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실수해도 괜찮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툭 털고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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