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를 읽고
책읽는 일이 밥먹기와 잠자는 것처럼 일상이라 늘 책을 읽으며 산다. 모든 책이 각각의 색깔과 개성을 뽐내지만, 한 권의 책이 모든 사람에게 남기는 여운은 동일하지가 않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 한 번을 읽어도 긴 여운으로 남는 책들이 있다. 그 중 한 권이 '하루'(이브 번팅 글, 로널드 힘러 그림, 보물창고)라는 그림책이다.
'하루'라는 책은 참 독특하다. 분명 내용적인 부분을 살피면 그림책의 틀에 맞지 않는 듯하지만 그래서 더 색다른 식감으로 다가온다. 순수 창작이라기보다는 경험에서 나온 실제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프란시스코는 영어로 소통하기 힘든 할아버지를 돕기 위해 할아버지와 함께 막노동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곳에 왔다. 한참 후, 정원일 할 사람 한 명을 구한다는 사람을 따라 프란시스코는 정원 일을 했던 경험이 없던 할아버지와 함께 간다. 잡초를 뽑는 일이 맡겨졌고 할아버지와 프란시스코는 받을 삯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을 했다. 일을 마치고 그들에게 일을 맡긴 사람이 오더니, 잡초대신 꽃나무의 싹들을 뽑아냈다며 화를 냈다. 그런 사정을 이해한 할아버지는 일에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프란시스코에게 말하고, 다음 날 다시 꽃나무의 싹들을 심겠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는 돈을 받을 수 없다며, 다음날 일을 마친 후에 돈을 받겠다고 말한다.
제목은 '하루'지만, 그들이 보낸 하루는 손자의 삶에서 중요한 교훈을 남겼고, 그 교훈은 그림책을 보는 독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길게 여운을 남긴 말은, 일을 맡긴 사람이 할아버지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한 말이다.
'할아버지에게 전해 주렴. 훌륭한 일꾼은 단 하루가 아니라, 언제든지 고용할 수 있다고. 너희 할아버지는 정말 중요한 걸 알고 계신 분이구나.'
그림책이라고 가볍게 생각할 수 없는 묵직함을 담은 책이다. 짧은 32쪽의 글과 그림 속에서도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가치는 무엇인지를 생각하라고 한다. 쉽고 편한 방법으로 일하고 댓가는 지나치게 받고 싶어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할아버지는 중요한 걸 전해 준다. 마치 내가 프란시스코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벌 생각에 해 본 적이 없는 일에 욕심을 내고, 그 일에 자격이나 경험은 무시한 체 대가만을 바랐던 적은 없는지. 그렇게 나의 능력을 벗어난 일에 욕심을 부려서 일을 그르친 적은 없었는지.
훌륭한 일꾼이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맞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는 훌륭한 일꾼일까. 프란시스코의 할아버지는 훌륭한 일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