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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pr 05. 2024

아가씨들, 쌍화탕을 조심해요.

잘못된 만남 1.

 절친들도 잘 모르는 24년 전의 첫 연애 이야기를 글로 써봅니다.

(브런치 필명도 묻지 않는 남편님,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수능을 마친 겨울이었다. 설렘과 조급함 사이즈음에서 돈이 좀 필요 해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자유로이 시간도 뺄 수 있고, 시급까지 높다기에 L백화점에서 친구와 짧고 굵은 알바를 시작하였다. 

친이 있는 친구는 면 바람과 함께 사라졌고,  혼자 딱 한번 참한 회식에서 독감을 먹고 왔다.

난생 이런 감기는 처음이야라며 몸 져 누웠는데, 알바 반장 그에게 전화가 왔다.

"너네 집 무슨 역이야?"

"왜?"

"잠깐 줄게 있는데 역 앞으로 나?"

"귀찮은데..."

"아주 잠깐이면 돼 집이 역에서 멀면 내가 집 근처까지 가도 돼."

"나중에 줘"

"그럼 문 앞에 두고 갈게 주소를 불러~~"

'도대체 뭘 주려는 거야...' 

한 호기심 때문인지, 선물을 좋아해서 인지, 결국 현관을 나선다.

그러나 저 멀리  빈손임  눈에 들어왔을 땐 탄식까지 나왔다.

'뭐야...'

나를 보자 활짝 웃더니 패딩 품 안에서 해맑게 쌍화탕을 건넨다.

"이거 마셔."

느닷없이. 생각지 못한 쌍화탕이! 눈치도 없이 듯했다.

얼결에 두 손으로까지 꼭 받아 들고서 갑자기 수줍어졌지만 애써 하게 말했다.

"이거 주려고 온 거야?"

"어! 보고 싶었고!"

'응??'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럼 마셔. 갈게! 안녕!"

뒤도는 그 친구를 나는 왜 그랬을까? 황급히 붙잡았다.

"저기서 밥 먹고 갈래?"

"너 괜찮겠어?"

"어, 괜찮아~"

괜찮지 않던 나는 "목 아파서 못 먹겠다."라며

겨우 두 숟갈 간신히 먹고 남긴  돌솥 비빔밥을, 그 친구가 아구아구 먹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너 감기 옮아..... 왜 이래"

"네 감기는 괜찮아!"

'얘가 자꾸 왜 이럴까?'

서슴없이 먹는 모습에 불쑥 친근함이 느껴지며 그를 찬찬히 훑어보게 되었다.

'못 생겼는데 귀염성이 있고, 보조개도 있었네?  격이 이렇게 좋았었나?'

그렇게 쌍화탕의 효과는 실로 대단하였다.

마침 친구의 연애가 무지 부러웠던 찰나였고, 썩 나쁘지 않은 상대가 들어왔으니 바로 심사위원 모드가 되었다. '딩동댕동' 실로폰이 울렸고,

그 당시엔 없었던 '썸'이라는 단어에 부합한 나날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했고, 전화기를 귀에 얹은 채 잠이 들기도 하는 밤이 생기도록 이야기가 멈추질 않았다.

너무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너는 종교가 있어?" 어느 날 그가 나에게 물었다.

"응! 난 집안이 기독교인데 내가 지금 교회를 나는 않아. 그렇지만 내 종교는 기독교야"

당시에 나의 교회 출석이 우리 엄마의 기도제목인걸 알면서도 외면한 채, 교회를 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 친구는 자기와 같은 상황이라며 우리는 비슷한 게 많다 하였고 불교가 아닌 그에게 나도 안도하였다.

"그런데 너는 왜 대학을 갈 생각이 없어?" 나의 물음에 그 친구는 

"나는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있어. 그런데 대학은 안 갈 거고 혼자 해보려고." 당차게 이야기하지만 어딘가 흔들리는 눈빛이었다.

"응, 그렇구나 멋있다! 소신 있어 보이고, 그래도 대학교 공부를 하는 게 더 도움 될 텐데...."라고 꼰대 같은 발언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눈치가 보여서 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반대로 나에게, 너는 왜 대학을 가려고 하냐고 물었다. "음.. 난 대학을 안 가면 할 게 없어서 갈 거야! 그래서 가려고!"라고 말하고 겸연쩍어 웃었다.


 봄이 되자 우리의 생활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나의 대학생활을 불안해하며 사사건건 간섭이 심해졌고, 방해받는 기분에 헤어지고 싶어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친구들까지 남자친구 군대 안 가? 라며 헤어짐을 응원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입영통지서가 나올 때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날짜를 연기하였다.

그 연기 사유의 가장 큰 이유는 나라고 했다. 숨이 막혔다.

'아니 언제까지 나만 지키려고 나라 지켜 제발 가라 가!!'

그렇게 2년 동안 입영을 꾸준히 연기했다. 

우리는 몇 번의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했고, 지칠 때쯤 이제 입영날짜를 이상 연기 하지 않겠다며 그가 결연함을 보였다.

그러나 그 입영 날짜가 내일인 것을, 오늘 나에게 말하지 않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유난히 내 비위를 잘 맞추어주던 거운 데이트를 마고,

여느 날과 다를게 없이 통화도 마쳤다.

다음 날. 당연히 연락이 되지 않는다.

하루종일 콜백도 오지 않고, 욕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으니 화가 날 데로 나다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불길하다 이상하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이 되었고, 드디어 그의 전화를 어떤 여자가 받았다.



*이미지 출처-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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