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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 Apr 15. 2024

머리와 가슴의 대결.

잘못된 만남 3.

 "ㅇㅇ이 입대하기를 강하게 . 그런 부모님 하고 누나가 와서 절대 안 된다고 화를 내시다가, 

요즘은 찾아와서 우시나 봐. 래도 마음을 강하게 결정한 것 같은데. 많이 괴로워하더라. ㅇㅇ이 부모님 네가 입대하라고 조종하고 있다고 오해하라고. 모르는 전화번호 받지 말래."

'내가 조종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늦은 밤, 콜렉트콜 전화가 걸려온다. 그의 부모님인가 싶어서 받지 않았다.

다시 울리는 전화를 보고 '내가 왜 안 받아야 해?' 독이 올라 받았다.

"제니야... 나야..." 

"..........."  그의 전화다.

"나 석 달 안에 군대 가겠다고 각서 쓰고 나왔어. 재판관? 님이 내 의지가 강해서 믿고 풀어주신다고... 종교에서는 나만 제명됐어... 부모님은... 나를 포기하셨고... 너한테 말하지 못하고 가서 마음이 아팠어... 정말로 후회했어... 미안해..."

 군대를 가겠다는 그가, 그래서 부모에게 외면당했다는 그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매일 화나고 못 퍼부어서 답답던 시간이 순식간에 하얘졌다. 엉엉 우는 전화를 붙  눈물이 났다.

"우리 내일  만나자."


 드디어, 마주했다. 둘 다 얼굴이 반쪽이 된 채로.

생각보다 어색했다. 덥석 손을 잡을 수도 없었고, 막상 얼굴을 보니 냉랭할 수도 없었.

"미안해..."

"나한테 안 한 거야?"

"... 몇 번 말하려 했는데 창피했어..."

그 말이 진심으로 느껴져 더 이상의 추궁은 접어두기로 하였다.

준비해 간 말을 눈 감고 말했다.

"나 오늘 너랑 헤어지러 나온 거야. 입대 잘하고 잘 지내..."

"........"

내가 먼저 일어섰는데 어색하게 같이 인 듯 아닌 듯 걸어 나왔다.

발걸음이 빠르게 떨어지질 않는다. 마음이 아프다. 

버스에 올라타서 차창을 힐끗 내려다본 순간. 그 친구도 올려다봤다.

오늘 처음으로 얼굴을 동시에 본 셈인데. 주룩주룩 울고 있었다.

' 정말 너무 음이 ...'

그렇게 버스가 출발하자, 여러 날 돌린 시뮬레이션이 완전히 고장 나기 시작했다

머리와 가슴이 완전히 엇박자가 되었을 때. 머리를 따르는 것이 맞다고 여러 날 곱씹고 판단했던 내가.  

요동치는 가슴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다음 정류장에 도착했는데, 마음이 더 바빠졌다. '정말 나 어떡하지...'

버스가 다시 출발하자 이제는 결심이 섰다. '안 되겠다, 나 못 헤어지겠어. 다음 정류장에서는 내리자!'


 그다음 정류장에서 내린 나는, 건너가서 택시를 탈까 고민했지만 너무 빨리 도착해서 

아직 그가 있을까 봐 두려운 마음도 있기에, 다시 버스를 기다리는 선택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다짐했다.

'그 자리에 아직 없으면, 그럼 정말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아.'


 도착하니 그는 없었다. '그래... 잘 갔네...'

허탈하기도 했지만 속 시원하기도 했다.

이제는 미련도 없구나 후련하고, 다시 돌아가 보았던 나 자신 칭찬해 라며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으로 집 앞에 올 수 있었다.


..... 그. 런. 데. 그 친구가 우리 집 앞에 와 있다!!

내가 가고 다음 버스를 타고 와봤다고. 잠시 서 있다가만 돌아가려던 참이었는데 나를 마주쳤으니 

서로 너무 놀라서 얼음이 되었다. 

세상에... 우린 못 헤어질 인연인가 봐. 


이산가족 마냥 부둥켜안고 우리 집 앞인 것도 잊고 엉엉 울었다.

이렇게 절절하고 애처로운 연인이 있을까. 

이런 로맨스는 어떤 극작가도 못 따라올 거야. 라며 세상의 중심이 되어 사랑을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작한 연애는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입대까지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는 이제 이 연애에 본인의 선택권이 없다 여겼는지 그저 나에게 영혼 없는 헌신을 했고, 나는 부모님에게 외면당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친구가 짠해서, 지금 나까지 떠나도 되겠나라는 책임감에.  둘 중 누구도 헤어지자고 입 밖으로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되었다.


 내가 좋아한 이 친구의 매력은, 재치가 넘치는 유쾌함. 밝음이었다. 함께 있으면 텐션이 높아지던

그 모습 온데간데없고 매가리 없이 주저앉아버려서 더 이상 서로 웃을 일이 없었다. 

나는 그의 보호자가 된냥, 그는 나를 직장 상사 모시듯 이상한 관계. 지루했다.

그래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 법. 내가 없는 곳에서는 매력 발산 여전히 하고 있었나 보다.

군대 가기 전 그는 여자친구를 한 명 더 만들어 놓고 간다. 난 또 속는다.

내 연애는 왜 이렇게 서프라이즈 할까.

"아니, 걘 못 생겼는데 여자문제가 생겼어."

듣고 있는 내 친구가 말했다.

"너랑 시력이 같은 여자가 또 있는 거야?"

당신은 어디까지 볼 수 있나요?




그림 출처 - 픽사 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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