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쓰다 Jan 28. 2024

매일매일 내 안의 나와 만나기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 -최서영 에세이

2024년 1월부터 매일 감사일기 쓰고 한 달에 한 권 정해진 책을 읽고 인증하는 '성장메이트' 모임을 하고 있다. 벌써 두 번째 책을 완독 했다. 읽고 싶은 대로 조금씩 읽으면서 좋은 문장이나 기억에 남는 글귀를 인증하는 날들은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점차 습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독서모임의 두 번째 책은 최서영 작가 에세이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이다.


일단 제목부터 기분이 좋다. 그렇게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무조건 내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근거 없는 희망고문이라 해도 괜찮다.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이고 지금이 모여 미래가 되니 기분 좋은 지금이 쌓여 앞날에 밑거름이 될 테니까.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면 마치 한가한 어느 날 카페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친한 친구나 언니, 동생이 나한테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있는 기분이 든다. 글은 서먹서먹하지 않고 무겁지 않고 어렵지 않은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게도 하고 격하게 공감하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와는 달리 내가 해 볼 수 있는 나이와 여건이 안 되는 상황들에 지나간 시간들이 아쉽고 안타깝기도 했다.



나한테 관심 있으세요?


읽으면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나는 현재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가, 과거의 나는 어땠나, 내가 바라는 미래의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 그렇다면 나는 현재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내면의 나는 무언가를 말하고 싶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데 그 감정과 행동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삶에 지쳐 원동력을 잃었을 때 마음을 바로잡는 방법 중 하나는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결혼 후 나는 많은 것들을 가족을 위해 살았다. 나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했다. 나를 존중하고 돌보는 삶은 없었다. 그러다 맞게 된 갱년기와 이제는 서서히 내 품에서 떨어져 나가려 하는 중학생이 된 자식, 언제나 아내와 주부의 자리에서 헌신하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나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자꾸 힘들었고 아팠다. 지친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결혼 이십 년, 삼십 년 차도 아닌 겨우 십몇년차인데 벌써 삶에 지쳤을 리가 없다며 애써 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냈다. 이런 마음을 글쓰기를 통해 치유하고 있고 그러려고 애를 썼지만 한편으로는 공허했다.



진짜 투자는 나를 내가 좋아하는 환경에 두는 것, 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하게 해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렇다, 난 완벽하게 지쳐 있었다. 확실히 인지하기까지 타인의 도움이 있었다. 적잖은 충격으로 며칠 동안 좀 멍해 있었다. 삶에 지쳐 원동력을 잃고 마음이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던 것 같다. 내 마음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동안 힘들고 많이 지쳐 있었구나. 몰랐어. 아니 알면서도 외면했는지도 몰라. 진심으로 미안하다. 이제부터 너를 잘 돌볼 수 있게 계속 노력할게.'

차차 머리도 마음도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나를 몰아붙이지 않았다. 피곤해서 늦잠 자는 나를 게으르다 생각하지 않았고 가만히 있는 나를 일하라고 채찍질하지 않았다. 집안일 잠깐 미루고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는 시간도 가졌다. 감기 몸살 아니면 웬만하면 힘든 내색 하지 않으려 하던 모습에서 힘을 뺐더니 마음이 고요하고 평안했다. 정말 필요한 것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러자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에 몰두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해 먹었다. 나를 위한 예쁜 노트와 필기구도 샀다. 나에 대한 소소한 투자를 시작으로 앞으로 좋아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천천히 찾아나가기로 했다. 언젠가 마음껏 좋아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나를 꿈꾸면서 말이다.



사는 게 금방이라. 하고 싶은 거 다 하매 살아. 다 해야 돼. 눈치 보매 살 필요 없다. 금방 할매된다. 금방이라.


저자의 외할머니가 해 주신 말씀이라고 한다. 내 외할머니 역시 결혼 전 똑같은 말씀을 해 주셨다. 나이 들면 뭘 해도 안 예쁘고 힘들어서 못하니 젊을 때 하고 싶은 거 다 해 봐야 한다는 말씀이셨다. 그때는 정말 그렇겠다며 흘려 들었던 말씀을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젊음이 오래가지 않는다는 사실과 하고 싶은 건 성공 여부를 떠나 해봐야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씀을 들었을 때보다는 한참 나이가 들었지만 지금도 늦지 않았다. 하고 싶은 건 해보자. 해보다 안 될 수도 있고 힘들어 포기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하고 싶은 건 해보자. 비록 경단녀지만 결혼과 육아로 다져진 정신은 그때보다 더 강인해졌으니 도전하는 것에 망설이지 않기로 했다.



매일이 모여 내 삶이 된다. 그러니 다양한 방법으로 하루하루 나를 발전시키다 보면 어느새 내가 꿈꾸던 멋진 어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나의 위치와 주위 환경, 가족은 나를 보호해 주는 울타리가 되고 내가 살아가는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반면 나를 구속하기도 하고 희생을 요구하기도 한다. 결혼 전에 내가 엄청나게 잘 나갔던 것도 아니고 대단한 삶을 살았던 것도 아니다.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육아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성공해서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을까?  이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본연의 자아는 변함없이 그대로인데 다만 육아와 살림에 치여 내면의 자아를 돌보지 못해 번아웃이 되었고 시간이 세월이 곁에 있는 가족이 나를 많이 지치게도 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세월 동안 가족과 함께 한 매일매일의 시간은 희로애락의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다. 성숙해지는 시간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나를 발전시켰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발전해 가는 과정이 항상 행복하고 좋기만 할 수는 없듯이 마음이 힘든 이 순간도 좀 더 멋진 어른이 되기 위해 극복해 나가야 하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지나간 매일매일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 삶이 있었다.



매 순간의 결정이 모여 나를 만든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았지만 지난 시절의 나는 체감할 수 없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나는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선택을 하고, 누구보다 나를 존중해 주며 살 것"이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이 무서워서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고 결정했다. 결정한 후에는 바른 선택이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해 나가려고 했다.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전전긍긍했고 그로 인해 책임지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럼에도 때로는 바른 선택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싶었다. 하지만 남 시선 때문에, 책임지기 싫어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기쁘지 않았다.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은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매 순간의 결정이 잘된 선택과 결정은 아닐 것이다. 잘못된 선택과 결정으로 인한 후회와 책임도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지금껏 살면서 경험하고 있으니까. 옳고 그름을 떠나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곧 나를 존중하고 내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족은 나를 제외한 사람들의 집합이 아닌데 그동안 가족에서 나를 제외시켰다. 가족과 함께 하는 삶을 위해서는 내 삶도 가치 있게 만들어 줘야 하는 것임을 깨닫고 있다.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 불행하면 나도 행복하지 않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내 가족도 행복하다.



책을 읽는 동안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했다. 저자는 지친 내게 위로의 말도 해주었고 치유할 수 있는 힘도 보태주었다. 내가 잘될 거라는 격려의 메시지와 함께.


요즘 난 한참 동안 버려두었던 내면의 나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주고 있다. 그동안 앞만 보고 걷고 뛰느라 힘들었으니 전망 좋은 곳에서 자리 펴고 앉아 맘껏 쉬라고 했다.


괜찮아. 많이 지쳐서 그랬던 거야. 열심히 잘 살아왔잖아. 네 잘못이 아니야. 걱정 말고 쉬고 싶은 만큼 쉬었다가 일어나렴. 글 읽으면서 쓰면서 기다릴게. 불씨 꺼진 차갑고 휑한 마음에 다시 빛이 보이기 시작하면 네가 원하는 길로 같이 걸어가자.


<이미지 출처: pixabay>



-----위의 진한 색 문장들은 최서영 에세이 <잘될 수밖에 없는 너에게>에서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들을 발췌한 것임.

매거진의 이전글 순전히 새해 첫날 탓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