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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쓰다 Mar 11. 2024

숨 고르기 했던 2월

-또 다른 의미의 성장

어찌 갔는지도 모르게 힘들었던 2월이었다. 햇빛 본 날이 손에 꼽을 정도로 날씨도 우중충하고 비도 많이 내렸다. 월말에는 꽃샘추위도 예년과 다르게 포악하게 굴어 좀 낯설었다. 이놈의 날씨가 왜 그러냐며 투덜대다가도 환경오염이 부른 탓인가 싶어 곧 말을 삼켰다. 하지만 햇빛을 자주 못 보니 기분이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코로나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올해도 아이의 겨울방학은 끝날 기미가 없었다. 기다림이 너무 길었는지 언제 끝나나 싶어 달력을 보며 지내던 내 모습은 1월에 이어 2월로 달을 넘기자 자연스레 체념으로 바뀌었다. 매년 겪는 겨울방학인데 적응이 안 되는 건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이런 가운데 아이의 사춘기와 나의 갱년기가 제대로 만나 수시로 불꽃이 튀었다. 좋은 의미의 스파크여야 하는데 불협화음의 스파크는 이러다 제대로 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지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편으로 부부싸움할 때의 벽과는 또 다른 높은 벽에 부딪혀 답답함을 느꼈다. 아마 아이도 그랬겠지. 방학은 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이건 끝을 모르니 심신이 더 피곤하고 매일이 힘들었다. 초등 6년의 겨울방학이 아쉽기나 한 듯 6번째 마지막 겨울방학은 예상치 못한 스펙터클함에 잘못하면 행여 어디론가 뛰쳐나갈 것 같은 정신줄 붙잡느라 바빠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이런 상황 속, 2월에는 좀 더 나은 모습으로 가려했던 내 계획은 자주 중단되는 사태를 겪어야 했다. 1월은 이제 나를 좀 알아가나 싶었는데 2월은 나아가지 못하고 그냥 머물러 있었다. 정체도 아닌 퇴보였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에게 화가 났고 이렇게 만드는 게 아이인 것 같아 은근히 아이에게 짜증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만 두고 나만 성장한다고 걸어갈 수는 없었다.


결국 2월은 잠시 숨 고르기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좀 편해졌다. 나를 위해서 목표를 세우고 조금씩 나아지려 하는데 그 목표가 나를 힘들게 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타인에게만 필요한  배려가 아닌 나에게도 필요한 배려였다. 간간이 쓰던 글쓰기를 더 미루기로 했다. 한번 틈을 주면 점점 멀어지는 것이 글쓰기임을 알지만 마음을 좀 내려놓았다.


대신 독서는 놓지 않으려 했다. 독서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 주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었다. 운동이나 기타 잡다한 것들도 최소한의 것만 하고 나머지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며 그야말로 지지고 볶았다. 2월에 내가 못한 일이면서 동시에 잘한 일이었다. 서로 부대끼며 지냈지만 돌아보면 조금 더 세심하게 돌봐주지 못한 점과 화내지 않고 좀 더 자상하게 말해주지 못한 점이 후회스럽다. 하지만 사과하고 용서하고 화해했던 순간들은 서로 성장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후회하지 않는다.


아이는 중학생이 되었다. 2월을 돌이켜보니 아이와 나는 또 하나의 좁은 길을 지나왔다. 샛길도 없는 길이었다. 꼭 거쳐야 하는 길이기에 좁은 길이었지만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뒤처지지 않고 멈추지 않으려 애쓰며 걸었다. 지금도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가다 보면 샛길도 보이고 넓은 길도 나타나겠지. 그때는 우리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


다른 때보다 더 쌀쌀했던 2월, 나를 알고 찾아가는 과정은 없었지만, 내 아이를 새롭게 알아가고 바라보는 면에서 조금 성장했고 그런 면에서 특별히 마음에 크게 남는 달이었다. 2월은 잠시 숨 고르기 했으니 가슴 한 가득 심호흡을 하고 다시 서서히 기지개를 켜야겠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상단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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