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맬서스의 인구론과 부동산 종말론

에필로그

by 송두칠

"...그래서 그게 언젠데?"


제 부동산 하락론을 한참 듣던 친구가 물었습니다.


"글쎄, 늦어도 한 세대, 그러니까 30년 안에는 그렇게 되지 않겠어?"


"야, 그럴 거면 그냥 집 사라. 30년 동안은 괜찮다는 거 아냐."


"아니, 빠르면 10년 안에도..."


"10년? 야, 그냥 집 사라."


친구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어, 그런가? 너무 먼 미래의 일을 보고 지레 겁을 먹었나?


내심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적어도 그 날은 더 이상 부동산 하락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입을 다물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드린 얘기는 당장 오늘 내일 벌어질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덜 와닿을 수도 있고,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고, 재미도 없을 수 있습니다. 내 주머니에 돈이 꽂히는 얘기도 아니고요.


하지만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부동산 시장은 결국 심리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으로 별 볼 일 없어졌다는 인식이 퍼지는 순간이 곧 부동산 폭락의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게 퍼지는 건 순식간일 겁니다. 가격이 올랐던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떨어질 겁니다. 그것이 시장의 특성이니까요.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하다는 말에는 저도 꽤 많이 공감합니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아니, 비싸잖아요. 우리가 집 알아보려고 손품 팔고 발품 팔 때 느끼잖아요. 비싸잖아요.


부동산 가격이 적당히 조정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폭락하지는 않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까지 드린 시나리오대로 흘러간다면, 그건 이 나라 경제가 폭삭 주저앉았다는 소리니까요. 그건 싫거든요.



맬서스(Malthus)라는 유명한 경제학자가 있습니다. 18세기에 활동했던 사람인데 <인구론>이라는 불후의 저서를 내놓았습니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요, 인류는 곧 망한다는 겁니다. 인류는 가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고, 전쟁이나 기근이 있어야만 그나마 살만해진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에 반해, 인간에게 꼭 필요한 식량 생산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거죠. 심지어 토지는 물리적으로 제한되어 있고요. 달나라에서 논 농사를 지을 수는 없잖아요.


이 주장은 연역적으로 반박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래서 당대 많은 지식인들은 맬서스의 예측을 받아들였습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출산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돌림병이 돌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동의하지는 않았지만요.


그렇지만 2025년을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알고 있습니다. 맬서스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을요.


맬서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농업 기술은 너무나도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과학을 등에 업은 농업은 그 생산량이 인구 증가 이상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습니다. 게다가 '선진국병'이라는 저출산 때문에 오히려 인구 증가가 자연스레 억제되었죠.


오늘날 맬서스의 <인구론>은 '전세계 모든 책 중에 가장 멍청한 책'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이릅니다.


이러한 '실수'는 맬서스 뿐만이 아닙니다. 제1차 세계대전 사령관이었던 프랑스 페르디낭 포슈 장군은 "비행기는 군사적 가치가 없다"고 했고요, 한 음반 업체에서는 "비틀즈의 음악은 별로"라며 발매를 거부했고요, 20세기 폭스사 사장 대릴 자눅은 "반 년이면 사람들이 TV를 지겨워할 것"이라고 내다 봤습니다.



부동산은 하락합니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황금 재테크 수단이 되지 못할 겁니다. 제 얕은 식견으로는 이것 이외의 결론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 위안을 합니다. 당대에서 손꼽히는 저 명석한 학자조차, 저 대단한 전문가들조차 미래 예측에 실패했는데, 고작 제 예측이 어떻게 그렇게 절대적일 수 있겠느냐고 말입니다. 심지어 시장에는 부동산에 대해 장미빛 미래를 점치는 이들이 절대 다수인데요. 제가 무언갈 못 본 거겠죠.


제 예측이 틀리길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가 미친듯이 날아올라서, 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모든 자산 시장이 활황이기를 바랍니다.


정책을 만들고 운영하는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경제인들이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다시 더 잘 살아보면 좋겠습니다.



그간 함께해 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다른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송두칠 doo7@kakao.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