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재테크 광풍의 시대
어린 시절. 세상 모든 것에 눈이 반짝이던 시절.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자랐습니다.
세월이 많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기억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나무 사이에 집을 치던 거미의 모습, 줄지어 집으로 돌아가던 개미 행렬, 자신보다 훨씬 큰 집을 지고 기어가는 달팽이까지.
때묻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던 집의 모습은 각양각색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집은 각자가 살아가는 곳, 보금자리라는 점입니다.
집은 우리가 머무는 곳이었습니다.
그것이 어린이의 눈에 비친 집의 모습이었습니다.
어른이 되어서 본 집은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분명 마당에는 강아지와 닭이 있고, 집안에 난 계단을 두 개쯤 올라가면 하늘을 지붕 삼아 삼겹살을 구워먹는 집을 좋아했는데.
이제 누군가의 집을 들을 때에도 집 모양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라고? 얼마 올랐다고?
가격을 들으면 감탄합니다.
확실히 나이를 먹은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은 끊이지 않고 지적되는 사회 문제 중 하나입니다.
복잡다단한 문제죠. 간단히 풀 수 없는 사회적 난제입니다.
당장 집값에 대한 평가만 봐도 그렇습니다. 일각에서는 서울 집값이 문자 그대로 '살인적'이라고 비판합니다. 30년 번 돈을 모아야 간신히 집 한 채 살 수 있는 지금이 정상이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에서는 아직도 서울 집값은 결코 비싼 편이 아니라고 합니다. 외국 유수의 도시 사례들을 가져오며 아직도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돈을 모아 내 집을 장만할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고 항변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과거에는 시댁살이나 처가살이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빌라, 지하 단칸방, 옥탑방에서 신혼을 시작하지 않았느냐고 되묻습니다. 비싼 대단지 신축 아파트를 고집하는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해석하기 나름이고, 자료도 통계도 갖다 붙이기 나름입니다. 보고 싶은 대로 보이는 법입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출산율과 혼인율이 낮은 배경에 부동산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서울 집값을 보면서 비싸다고 느끼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 이럴까요. 지금 부동산 가격은 왜 이렇게 됐고, 부동산으로부터 말미암은 문제들은 왜 일어날까요.
제 생각에는 이렇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집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기습적으로 발표된 이번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규제'는 부동산이 재테크로서 갖는 매력을 억누르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부동산을 재테크로 보기 때문이라면, 결국 부동산을 재테크로 보는 사람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걸까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개인 탓을 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그 사람들 탓으로 돌릴 건 아닙니다.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일찍이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을 통해 자기애를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일 때 사회 전체가 발전할 수 있음을 역설했습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만약 부동산을 재테크로 인식하는 것이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면, 당연히 부동산을 재테크로 인식할 거라는 말입니다.
그간 우리 사회는 어땠나요. 부동산을 재테크로 보면 무언가 이득을 냈나요?
그렇죠. 정말 엄청난 부를 이뤘죠.
실제로 근현대 한국 사회에서는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했을 때 벼락 부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당연히 부동산을 재테크로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구조 탓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손가락질 하며 비난할 건 아닙니다.
앞으로의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부동산을 재테크로 보는 게 원인이라면, 이제 부동산을 재테크로 보지 않으면 됩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이 훌륭한 재테크 수단이었다는 것이죠. 그러니까 다들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본 거니까요.
그렇다면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못하게 하면 됩니다. 집이 자산이 아닌 집 그 자체로서 본연의 기능을 할 수 있게 하면 됩니다.
사실 지금도 정책 당국은 이러한 취지에서 여러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입의무를 부과하고 있죠. 최근 6.27 대출규제에서 더 강화되었고요. 집을 집으로 쓰는 사람한테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겁니다.
다주택자 제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택 여러 채를 돌리면서 돈벌이하는 사람들을 잡겠다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건 다 간접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돈 좀 덜 빌려주고, 세금 조금 더 걷는 게 전부잖아요.
심플하게 이렇게 하면 됩니다. 시세차익 100%를 세금으로 물리면 그만입니다.
너무 비인간적이다 싶으면, 월별 소비자 물가지수를 반영해서 물가 상승분 정도는 빼주고 실질 차익을 세금으로 때리면 그만입니다.
그 때에도 한켠에서는 서울 집값이 아직도 저렴하다는 얘기를 할까요?
아니요. 이러면 집값은 바로 잡힐 겁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시세차익 100%를 과세하는 정책을 제가 찬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찬성 여부를 떠나 정책의 실현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습니다. 우리처럼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렇게 과격한 재산 제한 정책은 실행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목소리를 드높게 잘 냅니까. 전국민적 저항에 시행조차 못 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과격한 정책 사례를 말씀드린 것은, 그만큼 이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은 재테크 수단으로 삼으면 안 됩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1티어 재테크 수단이 되면 더더욱 안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동산 비중이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자산 중 부채 비율도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그 부채는 부동산을 위한 부채가 됩니다.
불안정한 실물자산에 레버리지를 가득 끌어다 쓰는 가계 구조가 이루어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불안정해집니다. 미국 금리의 베이비 스텝(Baby Step)만으로도 나라 전체가 휘청일 수 있습니다.
굳이 미국 금리 인하를 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몸소 겪고 있잖아요. 수도권 과밀화, 지방 소멸, 노령화, 국가소멸급 저출산. 이들 문제와 부동산은 결코 무관하지 않습니다. 더 정확히 얘기하면, 온 나라가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하기 때문입니다.
집은 사는 게 아니라 사는 곳입니다.
우리 모두가 이 원칙을 지킬 수 있어야 합니다.
송두칠 doo7@kaka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