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여행고수들의 비밀
여행을 좋아하시나요?
전 좋아해요.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지를 정하고 교통편과 숙소를 예약하고 가서 먹고 싶은 음식과 볼 것, 할 것들을 찾아보는 모든 일들이 여행의 일부입니다.
뭐 돈과 시간을 생각하지 않고 가고 싶은 나라를 정할 수 있고, 머무르고 싶은 숙소에 묵을 수 있다면 여행계획도 힘들 게 없겠지만,
우리는 뭐다?
가성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또 거기서도 낭만과 갬성을 놓칠 수가 없으니 여행계획이 마냥 쉽고 재밌기만 한 건 아니란 말입니다.(저만 그 런 거... 아니지요? 눈물 한 번 닦고 가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은 옳고 언제나 두근거려요.) 여행지를 고를 때도 아… 여기 가고 싶다, 하며 고르는 게 아니라 항공권을 검색해서 너무 비싸지 않은 곳으로 눈을 돌려 골라야 하고 정했다고 끝인가요? 또 거기에서 싼 날짜를 앞뒤로 부지런히 검색해야 합니다. 항공권과 숙소비용은 여행경비의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허투루 할 수 없그든요. 아주 부지런하거나 계획적인 성격은 못 되는 저는 이렇게 합니다. 여행지에 취항한 항공사를 먼저 검색해(장거리가 아니라면, FSC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생각하시면 쉽고요- 는 제외시킵니다. 다들 그러시는 거지요? 흑흑. LCC 중에서) 두 군데 정도를 찾아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가격을 비교하고 예매를 합니다.(사실 장거리 비행이라면 선택지가 좀 더 많고 경유냐 직항이냐 등의 고민도 해야겠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비행시간의 동남아는 너무 많은 고민 말고 고르셔도 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밑줄 그으세요.
비행기 티켓을 결제했다면 더 이상 검색 금지!
비싸지면 아주 큰일을 해낸 것만 같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지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내 기분도 함께 내려갑니다. 소중한 우리의 정신건강 지키자고요!
전 여행을 가면 길거리에 있는 가게나 쇼핑몰 안의 가게나 어디든 옷 가게를 꼭 들르려고 합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기념품 상점일 수도 현지인들의 핫플일 수도 있지요.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곳으로 들어갑니다. 한 군데가 될지 여러 곳이 될지는 몰라요.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됩니다. 어디서 숨은 보물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거든요. 물가가 좀 비싼 나라거나 딱히 어디를 가야 할지 모를 때엔 마음 편히 우리가 아는 브랜드에 들어가도 좋습니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한 달 살기를 했을 때엔 자라에서 원피스를 몇 벌이나 샀는지 몰라요. 우리나라에서 못 보던 디자인들이 많더라고요. 하하. 더운 여름 나라에서는 원피스 한 벌이면 그날의 코디 완성 아니겠어요? (인기리에 연재되었던 4화 원피스 입지 마세요 기억하시지요?)
https://brunch.co.kr/@lillysbear/48
물론 여행이라는 것이 자주 갈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시간도 있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고(눈물 한 번 더 닦고 가겠습니다.) 남편하고 마음도 맞아야 하고 거기다가 아이의 마음까지. 기껏 시간을 빼고 없는 돈을 만들고 힘들게 여행을 계획했는데 사춘기에 들어서는 아이가 "엄마, 꼭 가야 돼?" 이렇게 이야기하면… 부들부들. 여행으로 들떴던 마음이 샤라락 바스락 내려앉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가 어리다면, 가기 전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볼거리, 즐길거리들을 설명해 주어 아이도 여행 계획에 함께 참여하며 기대할 수 있도록 해주시는 게 좋아요. 조금 크다면, 아이 스스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보고 골라보는 것도 훌륭합니다. 그런 경험들이 있은 후 여행을 가게 되면 좀 더 즐기고 더 잘 놀 수 있거든요.(엄마도 더 편합니다 - 속닥속닥) 노는 걸 잘 노는 게 또 을매나 중요한데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바다에서 스노클을 하고, 모래사장에서 게를 잡고 이 모든 일들이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놀이이고 경험입니다. "비행기 타고 거기까지 가서 무슨 게를 잡아?"가 아니고 거기서 잡는 게는 얼마나 재미있고 또 신기할까요. 해가 내리쬐는 바다 옆 모래 위에 앉아 모래를 파고 물을 붓기도 하고 모래성도 쌓았다가 해양생물들을 구경하고 잡기도 합니다. (조금 있다 모두 놓아주는 거 아시지요? ^^) 엄마는 위험하지 않은지 지켜봐 주면 됩니다. 반나절이면 어떻고 종일이면 또 어때요. 밥과 물, 또는 망고주스를 챙겨주며 마음껏 놀 수 있도록 기다려주세요. 엄마의 기다림만큼 아이는 행복할 거예요. 구릿빛으로 탄 살결만큼 아이는 자랄 거예요.
여행계획을 세울 때엔, 특히나 아이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면 조금 느슨하게 짜보세요. 엄마도 아이도 더 여유 있고 행복한 여행이 될 게 분명합니다. (J분들 눈감아주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여행지에서 옷을 사면 그곳에서만 살 수 있거나 입을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아이러브 뉴욕"(저는 러브 하지만 아직 못 가봤고요.) 같은 티셔츠도 재밌겠고요. 또 휴양지에서 산 옷들은 그 감성이 한국과는 달라 이곳의 여름에 입기는 좀 곤란하기도 하지요. 그러니! 비싸지 않은 걸 사도록 합니다. 거기서 잘 입고 여기에서 못 입어도 본전생각나지 않도록요. 그리고 옷장에 잘 넣어두어요. 계절이 바뀌어 옷을 정리할 때, 혹은 몇 년 만에 옷장을 뒤집을 때 발견되어 순식간에 그날로 돌아가게 해 줄 거예요.
아, 이 옷 거기서 샀었는데. 그때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카페에 뛰어들어갔잖아. 창밖으로 보이는 맞은편 가게에 맨 앞에 걸려있었는데. 맞아, 나한테 잘 어울린다고 그 언니가 깎아줬어.(상술 아닙니다. 그 언니 눈이 정확한 거예요.^^) 저녁 먹을 때 입고 칵테일도 한 잔 마셨고 아~ 바람이 또 예술로 불었는데... 사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어머, 나 왜 이렇게 어리니? 피부 뽀송한 거 봐. 우리 남편 애기네 애기. 꺄~ 이든이는 또 왜 이렇게 귀여운 거야~
추억 여행 SSAP 가능합니다.
- 여행지에서 옷을 살 때는 이것만 기억하세요(저는 이렇게 해요)-
너무 심각하게 고르지 않아도 돼요. - 가벼운 마음으로 솜털보다 더 가볍게 고르세요. 면접 보러 가는 옷 아닙니다. 소개팅하러 나가는 옷 아니잖아요. 그냥 내 마음에 드는 걸로 맘 편히 고르기로 해요.
평소에 입어보지 않은 스타일도 괜찮습니다. 아니 더 좋습니다. - 나는 더죽바(더워죽어도바지 -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시다고요? 네, 제가 지금 막 만든 말이거든요.)라면 치마에 한 번 도전해 보세요. 나는 더죽긴(더워죽어도긴치마 - 네, 이것도 제가 지금 만들었습니다 :) )이라면 짧은 치마에 도전해 보는 거예요. 제가 항상 말씀드렸지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중도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입으세요!
너무 비싼 건 사지 마세요. - 부담 없는 가격, 여행지의 추억입니다. 추억은 값을 매길 수 없고! 옷은 매길 수 있으니 부담 없는 걸로다가^^
다른 가게에 똑같은 것이 있어도 가격은 물어보지 마세요. - 마음이 아파질 확률이 높습니다. 비행기 티켓도 숙소도 결제가 끝났다면 뒤돌아보지 말아요 우리. 큰 금액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꾸 생각나거든요. 뭐니 뭐니 해도 정신건강이 제일 중요합니다. 전 아팠지만 여러분의 마음건강은 제가 지킬게요! 실제로 남편이 얼마 전 여행에서 드라이브 겸, 저에게 깜짝 선물을 해줄 겸 왕복 1시간 거리를 오토바이로 다녀오며 원피스를 사 와서는 "오다 주웠다"를 시전 했는데요...(왜 그랬어... 평소 하던 대로 해...) 숙소 근처에서 같은 원피스가 떡하니 걸려있는 걸 보았다지요. 물어보지 말라고 했는데... 사람 마음이 또 그게 아니잖아요. 상처받을 걸 알면서도 뛰어드는 불나방을 더 말리지 못했어요. 뭐 상점을 나오는 남편의 표정이 씁쓸하더군요. 더 묻지 않았어요. 그러니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입니다.
기념품가게 말고 관광객들이 북적북적한 상점 말고 현지인들이 다니는 곳에 갔을 때의 왜인지 모를 뿌듯함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옷가게뿐이 아니라 과일, 야채가게, 작은 빵집을 들어갔을 때 많은 손님들 중 외국인이 나 혼자였을 때의 그 기분! - 나 왠지 여행 고수가 된 것 같은데? 아~ 진짜, 여기 사는 사람인 줄 아는 거 아니야? - 저는 그런 기분 좋아하그든요.(변태 아닙니다.) 용기를 내어 점원과 스몰토크도 해보세요. 오늘 날씨에 대해서, 이 도시에 대해 내가 느끼는 좋은 감정들에 대해서. 좀 더 쉽게 가자고요? 네 알겠습니다. 이 가게 너무 예쁘다, 귀엽다. 과일이 신선해 보이고 색깔이 선명하다, 빵냄새가 너무 좋다. 빵냄새를 맡으니 배가 막 고파진다. 상상해 보세요. 그 속에서의 나는 거의 뭐 현지인 저리 가라입니다. 점원이 싫어하는 거 아니냐고요? 그럴 리가요, 대부분 아주 좋아합니다. 물론 저도 항상 이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 한두 마디라도 했을 때 주변 공기가 따뜻해지고 저도 상대방도 모두 기분이 더 좋아집니다. 뭐, 아들과 남편의 우와 하는 표정은 덤이지요. ㅎㅎ (간단하고 쉬운 문장으로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건 마음이거든요. 열린 마음!)
새로운 곳에 가면 평소의 나와 조금은 다르게 지내보고 싶기도 하잖아요. 내 옷들과 다른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고 처음 보는 사람과 웃으며 인사도 나누어보고, 안 시켜보던 메뉴도 주문해 보는 거예요. 생각보다 잘 어울릴 거예요. 낯설었던 여행지가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질 거예요. 맛이 좀 없으면 어때요?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게 틀림없습니다.
저와 함께 여행고수가 되어보시겠습니까?
먼저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패션과 전공이 무관한 글쓴이의 아주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입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패션은 기세(氣勢)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중도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입으세요.
- (혹시라도) <훔쳐보고 싶은 그녀의 옷장> 연재를 기다리셨던 구독자님(들)께 -
죄송합니다. 연재가 많이 늦었습니다. 여행을 다녀왔고 잠을 많이 잤고 소설을 읽었고 또 멍하니 휴대폰을 보기도 했습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게을렀습니다. 혹시라도 "금요일인데 연재 왜 안 올라오지?" 하며 기다리셨거나 글이 올라오지 않아 실망하셨던 구독자님이 계시다면 따끔하게 혼내주세요.
잘못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