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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22. 2024

핑크는 못 참지

핑크색 좋아하는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핑크색을 좋아하시나요?


전 좋아해요.

4월에 날리는 벚꽃 같은 첫사랑 재질의 연핑크부터 딸기우유의 부드러운 핑크, 복숭아빛을 담은 촉촉한 핑크, 확신의 겨울쿨톤 박연진의 마젠타까지.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 혜교언니가 애타게 찾던 연진이 아시지요?) 핑크는 예쁘지 않은 색깔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하늘 아래 같은 색조은 없다는 화장품 회사의 문구를 증명이라도 하듯 수많은 브랜드에서 매 시즌 핑크색의 립스틱, 볼터치, 아이섀도들을 쏟아냅니다. 이름도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고백하건대, 전 사실 화장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 화장품에 욕심도 크게 없고 잘 알지 못해요. (쌩얼이 더 예쁘냐고요? 그럴 리가요, 무조건 하나라도 바르는 게 더 예쁩니다. 하하. 화장을 잘 못해서 그런 거니 오해하지 마세요. - 궁서체입니다.) 피부화장이나 눈화장은 고수님들의 세상이니 화알못(이렇게 만들어 쓰는 거 맞나요?)은 그저 좋아하는 색상의 립스틱이나 립글로스를 삽니다. 입술은 그냥 바르면 되니까요? 우리가 또 이름 예쁘고 색깔이 예쁜 핑크는 못 참잖아요.


화장품은 잘 모르지만 옷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요. 화장품 이야기에 움츠러들었던 어깨를 조금 펴고 이야기하겠습니다.  화장은 안 하고 나갈 수 있어도 옷은 안 입고 나갈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메이크업 잘하시는 분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하루하루 추워지는 날씨에 검정과 회색옷들 사이에 우리 "안녕, 나야." 하고 자기를 뽐낼 수 있는 핑크를 넣어보아요. 핑크색 니트, 핑크남방, 안에 받쳐 입는 핑크색 반팔티셔츠, 신발안에 숨어있는 양말이라도 괜찮아요. 가방도 좋지요. 머플러나 장갑도 추천합니다. 핑크색으로 살짝만 포인트를 주는 거예요. 물론 “나야, 핑 투더 크 ” 하며 자신의 존재를 마음껏 뽐내도 좋아요.





왜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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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니가 조크든요.

예쁘그든요.





20년도 더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친구와 함께 도쿄 여행을 갔을 때였어요. 귀여운 거 옆에 귀여운 거, 예쁜 거 옆에 또 예쁜 거. 둘 다 까무룩 정신을 잃고 예쁜 쓰레기들을 주워 담았어요. 20대 초반은 지금보다 훨씬 더 귀여운 거에 미치는 나이잖아요. 친구는 일본에서 생활하다가 저와 함께 여행을 하고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오는 일정이었는데,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며 아끼고 자제하던 마음이 옛 친구를 만나 확 풀어져 버렸던 거죠. 절약의 끈이 끊어져버린 친구와 마냥 신난 저는 어느 날엔 하라주쿠에서 양말과 워머를 사고, 또 어느 날엔 우에노의 액세서리샵을 돌아다니다가 귀여운 펜던트에 반해 은목걸이를 몇 개나 샀는지 몰라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디즈니랜드에서는 미키 머리띠와 고양이귀 머리핀을 꽂고 신나게 돌아다녔습니다. 백설공주가 방울처럼 흔들거리는 샤프를 사고 인어공주 에리얼이 크게 붙어있는 세 가지 색 볼펜을 사고... 어트렉션이 끝날 때마다 기념품 샵이 나오는데 안 사고 배길수가 있나요. 거길 통과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로 아주 잘 만들어 놓았더라고요. 하하. 디즈니랜드 미아가 될 뻔했어요. 둘 다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으로 학용품을 사고 귀여운 소품들을 사며 행복했습니다. 또 어떤 날엔 긴자에서 카레를 먹고(명품샵이 잔뜩 늘어선 긴자에서는 쇼핑하는 거 아니잖아요. 밥만 먹습니다. 별표, 입으로 따라 외치고 밑줄 그어주세요.) 그러다 다카시마야 백화점 1층 손수건 매장에서 비비안 웨스트우드 손수건을 3장, 예쁜 우주선이 수 놓여있는 양말 2켤레를 사고 5층으로 올라갔답니다. 옷을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나오는데 진회색 가방이 하나 보이지 않겠어요? 한쪽면은 니트로 다른 한쪽면은 가죽으로 되어있는 A4용지가 딱 들어갈 정도 크기의 토트백이었어요. 귀엽네~ 하고 내려놓으려는 순간! 가방 왼쪽 아래에 작은 핫핑크색의 택이 눈에 들어왔어요... (가방에 포인트로 붙어있는 자그마한 거 아시지요?)  


오,

마이,

갓김치. 


이거슨 운명.


꺄!!! 이거 좀 봐. 너무 귀엽잖아!! 


친구와 전 그 작은 핫핑크택에 홀딱 반해 똑같은 가방을 함께 샀답니다. 하나만 있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그 당시 10년 지기였던 친구를 잃을 뻔했다니까요.

핑크는 그런 거거든요. 아주 작은 포인트로도 눈길을 확 끄는 힘이 있답니다. 친구와의 우정을 시험할뻔한 아주 무서운 아이예요.


블랙 좋아하시는 분들 많으시지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정으로 맞춰 입고 핑크색 플랫슈즈를 신어보세요. 연핑크도 핫핑크도 다 좋아요. 올블랙세련미에 핑크센스 한 스푼! 캬. 좋다 좋아!


제가 좋아하는 멜빵바지에도 부드러운 핑크색상의 티셔츠를 함께 있으면 사랑스러움이 1 더해집니다. (1화 멜빵바지는 입지 마세요. 아직 안 보신 건 아니지요?^^)


https://brunch.co.kr/@lillysbear/44



우리가 세 살짜리 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움은 포기할 수 없는 거 아니겠어요? 사랑스러움 따위 나는 필요 없다. 섹시가 최고다. 하시는 분, 핑크가 귀엽기만 하다는 거 편견입니다. 듣는 핑크 섭섭하다고요. 으른 핑크도 있습니다. 핑크색이 연하거나 부드러워질수록 청순하거나 사랑스럽고, 진해질수록 섹시하다고 생각하시면 쉬울 것 같아요. 물론 우리 혜수언니 같은 분들은 베이비핑크도 어덜트핑크로다가 만들어버리겠지만요^^



- 핑크를 입을 때는 이것만 기억하세요(저는 이렇게 해요 )-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는 거예요. - 소품부터요. 연하게 가봅시다. 베이비핑크색의 니트장갑, 지갑(어두운 가방 안에서 언뜻 보이는 핑크가 얼마나 반짝이게요. 주의 - 자랑하고 싶어서 자꾸만 계산을 하게 될지도 몰라요. 저는 경고했습니다! ) 가방은 또 어떻고요. 제가 홀딱 반했던 것 같은 핑크 포인트가 들어간 가방도 좋고 아무 무늬가 없는 핑크가방도 괜찮아요. 밋밋한 코디에 숨을 불어넣어 준답니다.

참! 예쁜 핑크색 텀블러는 환경도 보호하고 패션도 완성시켜 준다는 것 제가 말씀드렸던가요?





더 쉬운 방법은 없을까요? 그렇다면 핑크양말을 추천드리겠습니다. - 양말은 좀 튀어도 괜찮아요. 깔끔한 흰 운동화에 핑크양말, 예쁜 분홍양말옷 위에 샌들을 신어 패셔니스타가 되어보자고요. 진초록의 신발과 핑크 양말도 너무 아름답답니다. (3화 1450원으로 완성하는 패션 기억하시지요? 네. 지금이 바로 복습할 때입니다! 고고!)


https://brunch.co.kr/@lillysbear/47




청순함을 뽐내고 싶다면 화이트 더하기 핑크 - 핑크색 바지에(패셔니스타 꿈나무라면 핑크바지 하나쯤은 소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화이트 민소매나 블라우스, 화이트스커트에 연분홍티셔츠도 좋아요. 청순함을 원하신다면 진한핑크 말고 여리여리 하늘하늘한 핑크색을 골라주세요.





위아래 중 하나만 핑크로 하는 코디는 실패가 없습니다. - 청바지 위에 핑크티셔츠는 교과서에 올려도 좋아요. 사랑스러운 자유로움이라고 하면 너무 갔을까요? 하하. 그 정도로 누구나 소화하기 쉽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코디입니다. 편안한 핑크반바지가 있다면 나이키티셔츠와 함께 입어주세요. 마트룩, 조식룩으로 이만한 게 없습니다. (이때 준비물은 쌩얼과 선글라스입니다. 밑줄 쫙!)




자신감이 조금 올라왔다면 핑크 원피스 - 원피스는 무엇보다 위아래 무엇을 입을까 따로 고민할 필요 없이 하나만 입으면 끝입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쉽게 가기로 해요. 짧지 않고 장식이 많지 않은 깔끔한 품이 큰 원피스를 입어봐요. 입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모두가 편안해질 거예요. 편안하기만 한 거 아니냐고요?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편안함과 예쁨을 모두 잡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꾸안꾸입니다. 느낌 아시지요? 걱정 마세요.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핑크를 입혀주세요. - 딸맘들은 이미 누구보다 잘하고 계실 테니 아들맘들 주목해 주세요. 남자는 핑크! 아시지요? 남자아이들이 핑크를 입으면 또 을매나 을매나 이쁜데요.(초등저학년까지 가능할 듯합니다. 치, 네가 좀만 더 커봐라. 다시 핑크의 멋스러움을 알고 돌아올 테니까.)





아직도 핑크가 두려우신가요? "나는 핑크가 안 어울려!" 하고 생각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그렇다면 이 글을 한번 더 읽고 만나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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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와 함께 핑크의 세계로 빠질 준비되셨습니까?

(먼저,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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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니는 코발트블루가 잘 어울려.

넌,      핑크가 잘 어울려.


(속닥속닥 - 타짜의 명대사 아시지유? 혜수언니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읽어주세요.)




*패션과 전공이 무관한 글쓴이의 아주 개인적인 생각과 이야기입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패션은 기세(氣勢)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중도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당당하게 입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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