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의 연인
글 쓰는 동지 여러분,
오늘은 제가 특히 아끼는 주제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로 다른 예술에서 영감 받아 글쓰기인데요. 내면에서 저절로 글감이 솟아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외부에서 오는 자극도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됩니다.
가수 이상은 님의 인터뷰에서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습니다.
"감수성도 훈련이다."
직업적으로 감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메마르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그 노력의 일환으로 공연이며 전시회도 일부러 챙겨 간다고요. 이 인터뷰를 읽는 순간, 뒤통수에서 뎅~ 하고 울리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상은 님의 숱한 명곡이 있지만 저는 '삶은 여행'과 '비밀의 화원'을 무척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비밀의 화원이 더 끌렸는데, 이제 다시 들으니 삶은 여행이 가슴에 사무치네요.)
보통 감성은 천부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세상에는 풍부한 감성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고, 그런 사람들이 예술로 승승장구한다고요. 하지만 실은 가수도, 소설가도, 화가도 예술가이기 전에 생활인입니다. 예술을 생업으로 삼는다면 그에 걸맞은 성실성이 필요하죠.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말했듯이 잘 써지는 날이건 안 써지는 날이건 하루 다섯 시간은 그냥 책상 앞에 앉아서 쓰는 겁니다. 술과 노름으로 일상을 탕진하다가 어느 날 번개처럼 내리 꽂히는 영감에 일필휘지 천재적인 작품을 휘갈기는 게 아니라요.
그런 의미에서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꾸준히 쓰는 것에 더해 감성을 말랑 촉촉하게 유지하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그 대표적인 방법이 음악이나 그림 등 다른 세계의 공기를 마시는 거죠. 다른 형태의 예술로 내면을 환기하는 동시에 내가 받은 강한 인상을 글쓰기라는 포맷으로 변환합니다. 세계는 이런 식으로 확장됩니다. 어떤 노래의 분위기에서 이 배경이 됐음직한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 이야기가 다시 그림으로 연결되면서 눈으로 듣는 노래가 완성됩니다. 누군가 다시 이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계속 순환이 이루어진다면 그보다 멋진 일은 없겠죠. 점점이 찍힌 별들을 이어 별자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근사하지 않나요?
예술은 마음에 파동을 일으킵니다. 한순간이나마 일상이 흔들리고 깨어지는 충격을 받으면 나름의 방식으로 그 충격을 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뒤따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가 수많은 팬픽션을 양산한 것도 이 때문이겠죠. 잘 쓴 글은 남들도 쓰고 싶게 만듭니다. 마찬가지로 좋은 예술은 감상자들을 창작으로 이끌곤 합니다.
이 주제에 좀 더 쉽게 접근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합니다.
1. 좋아하는 노래나 그림 등 가급적 텍스트가 아닌 형태의 작품을 고른다.
- 이 작업의 핵심은 비언어적 요소를 언어로 변환하는 데 있기 때문에 노래를 선택할 경우 가사보다는 분위기나 멜로디 등에 초점을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 해당 작품과 관련해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선택한다.
- 작품의 분위기, 이미지, 색감, 시대 배경, 느낌, 키워드 등.
- (수강생 의견 인용) "그림을 재해석하는 글을 쓰려고 한다. 화가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소재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사람. 가령 꽃이라는 평범한 소재를 다루지만, 예외 없이 잘린 꽃만 그리는 화가를 보고 잘린 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죽음과 상실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다. "
3. 주제에 맞춰 글을 쓴다.
- 작품이나 작가에 대해 직접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2번의 주제를 나의 언어로 변환하는 데 집중해 보세요.
4. 다른 수강생들의 글을 읽고 영감을 준 작품을 추측한 뒤, 실제 작품을 감상하면서 원 작품의 본질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검토한다.
- 같이 쓰는 글친구가 있다면 여기까지 진행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수강생 두 분의 글을 읽고, 각각 어떤 소설과 그림에서 영감을 받으셨는지 맞출 수 있었습니다. ^^ 물론 쓰는 분들이 원작의 정수를 잘 표현해 주신 덕분이지만, 제가 그분들의 신호를 정확히 수신하면서 서로 연결됐다는 게 기뻐서 짜릿하더라고요.
제가 쓴 예시작은 아래 링크를 클릭해 주세요. 원 작품 등 소개할 내용이 많아서 글 대신 링크를 첨부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