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집으로 사람이 찾아왔어요.
즐거운 손님은 아닙니다. 마음이 아주 흔들리는 날이었습니다.
마음이 흔들리다 보니 시간이 거슬러 거슬러 올라갑니다.
1년 전에는 제 마음이 지쳐있었어요.
단순히 무기력만 느끼는 게 아니었는데 아주 죽음을 가까이 느끼며 살아갔습니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런 고통 속에 살아가지?
그럼에도 티를 내지 않고 내 마음에 솔직해지지도 않고 어떻게 이렇게 계속 살아가지?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2년 전 막내가 돌이 되기 한 두 달 전으로 가요.
생생히 기억이 나거든요.
- 아, 막내 첫돌은 지나고 사라지는 게 낫겠다.
사람의 마음이 갈대라는 걸 그때부터 더 확실히 알게 된 거 같아요.
좋은 인연을 만나 다시 살아보자 생각을 했고, 길이 아니었지만 마음 따뜻한 분을 만나
잠시 다독이며 살아내고 또 시간이 흘러 막내는 첫돌을 넘기고
문득 다시 어두운 생각들이 들 때,
어차피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내 마지막은 좋은 모습으로 남겨두면 좋지 않을까?
나를 좋은 사람으로 기억하는 단 몇 명만 있어도 이 세상에 의미 있게 살다 간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온라인 세상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오히려 절벽 끝에서 하고 싶은 걸 하는 용기가 생기고 해내가고,
하루하루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전자책도 내고 온라인모임도 만들어서 리더가 되어보고, 특강을 열어 강사도 되어보고,
나한테 있던 재능도 찾아가며 즐겁게 다른 이를 위해 도와주는 디자인 일도 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밝은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기억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꿈꾸던 일들을 해내고 나니 좋으면서도 그다음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내 안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지 못했던 것도 생각나고
마음글쓰기를 하면서 마음이 아주 많이 말랑말랑해졌습니다.
알아봐 주니, 자주 울컥하고, 눈물짓게 되고 그러네요.
아직 갈길이 멀기도 하고, 오늘처럼 마음이 많이 무너진 날인데도
온라인에서는 다른 분들의 축하할 소식을 기쁘게 축하해 드리고 소통하기도 합니다.
나의 밝은 아이가 잘 해내갈수록
나의 어두운 아이가 이제는 용기를 내어 말을 걸도록 해보려고요
섬의 환한 낮과 아주 고요한 어두운 밤은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 거니까. 오히려 일찍 깨닫고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감에 감사한 오늘입니다.
그럼에도 살아갑니다. 살아내면 의미가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옵니다.
풍요롭고 힐링하며 살아가는 삶, 계속 가꾸어 나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