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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닛 Jan 24. 2024

L의 눈물

사이가 좋았던 걸로 하자

나는 내 수업에 찾아오게 된 아이를 좀 많이 생각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편이다. 이 아이가 과연 내 수업에서 잘 적응했을까부터, 수업 중 벌어지는 일(별의별 일들이 벌어진다. 예를 들면 아이들과의 기싸움 혹은 진짜 다툼들)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내 성향 상 타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편이라 나는 내 수업에 오는 아이들에 대해서도 걱정과 한 끗 차이인 오지랖을 부릴 때가 있다.


L은 내가 가르친 지 한두 달 정도 되었을 거다. 건강하고 바르지만 조금은 소심해 보이는 L이 수업에 처음 들어왔을 때 기존에 수업하던 남자아이 J와 여자아이 D가 있었다.


사실 첫 수업부터 이 아이들의 수업은 삐끄덕거렸는데 어떻게든 내가 그 사이에서 부드럽고 재미있는 분위기로 바꿔보려 노력했다. 아무튼 아이들은 서로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일정 조정으로 D가 수업을 하차하게 되고 J와 L이 수업을 이어나가던 나날이었다. 보통 이 둘의 수업은 J가 짜증을 부리고 L은 조용하지만 나름 반격의 말을 하고 나는 그 사이에서 중재하는 식이었다. 가끔 식은땀이

절로 날 때도 있었다.


그러다가 결국 J마저 그만두게 되고 말았다. L 혼자 남게 된 것이다. 이럴 경우 아이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선생님 입장에서도 조금 달갑진 않다. 1명보다는 정원을 채워 수업하기가 효율적이긴 하기 때문이며 1:1 수업을 할 경우 아이도 선생님도 서로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의도를 잘 전달해 어머님께 일정을 조정해 보셔라 말씀을 드릴지 고민하던 차였다. 일단 어머님께로부터 일정 조정이 쉽진 않다고 답을 들어서 수업을 혼자라도 진행해보려고 했다.


J가 빠지고 나서의 처음 수업. 아무것도 모르고 온 L에게 나는 무심코 실수를 하고 만다.


“J는 그만뒀어. 이제부터 L은 선생님이랑 둘이 수업하게 될 거야~”


그 순간부터 수업이 진행됨에 따라 L의 눈가가 그렁그렁해지지 뭔가. 나는 순간 수업 전 내가 일정 조정차 떠본 질문들(“L은 무슨 요일에 학원을 안 가니?” 따위의) 때문에 선생님이 자신을 버린다고 생각하는 줄 착각하고 만다.


그 순간부터 나도 굉장히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수업은 최대한 최선을 다해 분위기를 띄워보았으나… 수업이 끝나고 L을 무사히 내려보낸 후 3분 뒤 바로 어머님께로부터 전화가 온다.


”L이 혼자 수업하게 되었나요? 혹시 친구들 있는 반으로 옮길 수 있을까요? “


그 외에 한 이야기가 많았지만 요지는 위와 같았다.


내 예상인데 아마 L이 내려가자마자 엄마 앞에서 눈물이 줄줄 쏟아낸 것 같았다. 일정 조정이 어렵다는 엄마도 아이의 눈물 앞에선 조금 무리를 감내하게 된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두 아이가 마냥 서로 사이좋았던 건 아니었는데 내 생각보다 L은 여린 편이었고 친구를 소중하게 여기는 남자아이였던 것이다. 나는 나 때문인 줄 알고 무척 마음이 불편했던 와중에 한 시름을 놓았긴 했다. 그동안 두 아이 사이의 설전(?)에서 싸움으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 조금이나마 둘의 관계에 영향을 미쳤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해 본다.


아이는 결국 아이다. 티격태격해도 정이 들고 선생님이 조금만 신경 써주면 다시 화해하며 어떻게든 붙어 있으면서 수업도 잘 참여하게 된다. 사이에 껴서 고생한 내 입장에선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먼 뿌듯하기도 어이없기도 한다만 어찌 되었건 서로 좋았다 하면 좋았던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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