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흔들어 놓았던 그.
사주팔자에 대한 관심은 어려서부터 있었다.
어떻게 사람의 운명이 정해져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열심히 살 이유가 있을까?
라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사주 알아보기' 책도 사서 읽어보았다.
원리는 이해했다. 사주팔자도 나름 통계가 뒷받침되는 근거가 있는 학문이었다.
이후로 곧 이곳저곳 내 사주를 보러 다녔다. 난 크론병이라는 특이점이 있기에 내 특이점을 맞추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신뢰하고 오랫동안 거기만 다닐 요령이었다.
사주에 빠진 이유 중의 하나는 크론병이라는 인생의 불행도 한몫했을 것이다.
사람은 행복할 때 보단 행복하지 않을 때 사주나 종교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맞추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간간히 유명하다고 소개해주는 곳도 찾아봤지만, 맞추는 곳은 없었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었다. 30대 후반부터 운이 들어올 거고 결혼운도 그 이후로 같이 들어온다는 것이었다.
난 오랜 기간을 그 말을 생각하며 인지하고 있었다.
그 말만 철썩 믿고 30대 후반이 된 이후로는 '이제 내 인생이 활짝 폈구나'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고 평범했다. 직장은 잘 들어갔던 거 같기도 하다.
그러던 중 수술이라는 인생의 큰 이벤트를 겪게 되었다. 결혼도 준비 중이었다.
이벤트가 2개나 있었던 와중에 우연히 산책을 하다 집 근처에 사주팔자를 보는 곳을 알게 되었다. 이 동네에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없었던 곳이었는데 언제 생겼는지는 모르겠다. 산책을 하다 정류장에 잠시 쉬려고 앉았을 뿐인데 길 건너편의 그곳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강한 이끌림처럼 그곳을 예약하고 찾게 되었다.
안은 비교적 깔끔했다. 난 이미 사주를 이전에 10번은 본듯하다. 이곳은 어떨지 궁금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50대로 보이는 사장님이 어딘가 가시려다가 나를 보고 다시 이내 발걸음을 주춤하셨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이리 앉으세요."
"네 안녕하세요."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건물 내부를 천천히 살펴보며 자리에 앉았다. 비교적 깔끔하고 향냄새가 났다.
향냄새를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생년월일을 이야기하고 내 사주에 대한 해석을 해주셨다.
올해까지가 불운의 해였고, 내년부터 좋아진다고.
생각이 많아 예민함을 넘어선 과민하다고 한다.
행동은 석탄의 에너지를 쓰지만, 생각은 석유를 쓰고 있어, 생각이 많은 나는 계속 고급 에너지를 쓰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탈도 나고 몸이 금방 지친다고. 그런 것들이 쌓여 있어 계속 신경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엇인가 와닿았다. 퇴원 후 좋아졌던 불면증이 다시 시작되려 했던 시기였는데 내 몸이 왜 그랬는지 알 수 있었다. 주말에는 지쳐 집에서 쉬는 걸 좋아했다.
날카로운 돌멩이와 같아 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노력을 해서, 둥근 돌멩이가 되어야 한다고.
'앞으로 무엇을 조심해.' '언제 위기가 올 거야' 이런 이야기들로 현혹시키는 집보단 원론적으로 알려주어 더 가까이 다가오는 설명이었다.
1시간가량의 여러 가지 설명이 있었지만, 결론은 하나였다.
마음을 편안히 해라.
'심상이 좋으면 관상이나 신상이 좋은 것보다 낫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제 난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