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병원에서의 7일
작년 때 이맘때 수술 이후, 난 2일에 한 번은 꼭 5km 걷기를 했고, 식단관리까지는 아니지만, 야식은 손에 꼽을 정도로 먹었으며 맵고 짠 음식은 먹지 않았다.
회사에서의 점심도 매번 한식 위주로 먹었다. 회사 근처에 한식 뷔페를 가장 많이 이용했다. 그것이 질릴 정도가 되면 2주일에 1번은 배달음식을 먹기도 하였다.
그게 전부였다. 술도 퇴원 후 손에 꼽을 정도였다. 결혼 전 모임을 제외하고는 6개월 동안 2번의 회식자리가 전부였다. 그런데...
8월 3일(토)
저녁부터 배에 가스가 차고 빠져나오지 않는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다.
이전에 수술로 치달았던 그때와 비슷한 전조 증상이 느껴졌다. 부리나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뛰러 나갔다. 뛰거나 걸으면서 장 운동을 활발히 할 생각이었다. 5km를 40분 정도로 걷고 왔으나 진척은 없었고, 그렇게 점점 시간이 지나갔다.
저녁 10시 이후에는 배에 통증도 느껴지고 잠이 오지 않았다. 이때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 자고 나면 괜찮아 질려나 하는 안일한 생각을 또다시 되풀이하였다. 다시 생각해도 이때 얼른 병원으로 향했어야 했다.
8월 4일 (일)
결국 새벽 4시까지 잠도 못 자고 뜬눈으로 지새웠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변비에 걸리면 먹겠다고 보관하던 푸룬 주스를 한 병 마셨다. 보통 마시고 3시간 정도가 되면 화장실에 갈터인데 그마저도 아무런 반응은 없고 배는 점점 아파왔다.
결국 아침 9시가 되어서야 와이프에게 병원에 가자 하였다. 급하게 119를 요청하려 했으나 다니고 있던 아산병원으로는 못 간다는 것을 알고 택시를 타고 향했다. 택시 타고 가는 동안 내내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또다시 장에 천공이 생겨 수술을 할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
응급실에 도착해서 엑스레이를 찍고 결과를 기다렸다. 머릿속에는 여전히 수술에 대한 걱정으로 1분이 1시간으로 느껴질 정도로 길었다. 이미 장에 구멍이 뚫린 기분이었다.
결과가 나왔고 다행히 천공은 아니었지만, 장폐색증으로 코 감압술로 응급 처치를 우선 하고 입원을 권유받았다. 장 한쪽이 심하게 조여져 있어 입원 후 수술에 대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였다.
코감압술이란 장폐색증이 있을 경우 치료법이며 코를 통해 위까지 호스를 넣어 안에 내용물을 빼내어 체 내에 압을 낮추는 걸로 알고 있다.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2067
코를 통해 호스가 들어갈 때는 너무 고통스러운데 이미 한번 경험을 해봤기에 잘 참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통증이 잦아들고 빵빵하던 배가 많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이후 입원 절차가 진행되었고, 그렇게 난 생애 4번째 그리고 1년 만에 다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빨리 다음 입원이 올 줄은 몰랐다. 입원은 이제 없을 줄만 알았는데 다시 이벤트가 생성되었다.
8월 5일 (월)
새벽 6시 입원실 내 불이 켜지면서 하루가 시작되었다. 지난번의 입원이 오래되진 않아 금방 적응했다. 채혈과 맥박 체온을 재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병실은 6인실이었고 내부에 화장실이 있는 구조였다. 병실은 모두 채워지지 않은 4명 정도가 입원해 있었다.
첫날은 잠을 계속 잤다. 배의 통증으로 밤을 새워 못 잔 잠을 그제야 잤다.
오후에는 와이프가 퇴근하고 이것저것 생필품을 챙겨 왔다. 밥은 못 먹지만, 와이프 저녁을 챙겨주고자 식당에 같이 있으려고 했는데 환자는 식당 출입이 금지였다. 아산병원에 10년을 다녔는데 처음 알게 되었다.
병원 보호자 침실은 매우 불편하여 집에 가라고 했는데 임신한 몸으로 하루는 자고 간다고 고집을 피워 너무 안쓰럽고 고마웠다. 병원에서 자는 것은 밤을 새우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다음날 출근해서 무척 피곤했다고 한다.
그렇게 종일 자고, 와이프와 입원실 내에 있으면서 하루가 지나갔다.
8월 5일 (화)
아침에 와이프를 보내고 다시 곧 잠이 들었다. 병원에 오니 잠은 편하게 잤다. 금식이다 보니 밥시간에 일어나지도 않아도 되어 더 그랬던 듯하다.
담당 주치의 의사 선생님의 의견으로는 우선 금식으로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고 수술여부를 결정하시겠다고 하였다. 아직 배에 가스가 차있어 많이 걸으라고 하셨다.
수술 이후 2일마다 5km 걷는 것을 꾸준히 해온 탓에 걸으라는 부탁은 무척이나 즐거운 숙제였다. 오후에는 병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19년 동안 다닌 병원인데 입원실은 처음이다 보니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나라 상급 병원이다 보니 시설이나 공기 정화 시스템이 무척 잘되었다고 느껴졌다. 옥외 휴게실을 이곳저곳 다니며 걷고 또 걸었다. 제법 걷다 보니 방귀가 나왔고 난 이제 수술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단 안도감이 들었다.
코에 호스도 빼어 아팠던 목은 괜찮아졌고, 움직임은 조금 더 수월해졌다.
8월 6일 (수)
컨디션이 점점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배변 활동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어서 속이 많이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내일 대장 내시경으로 한번 확인을 해보고, 미음으로 식사를 시작하자고 하셔 안도감이 들었다. 심신이 모두 안정되다 보니 며칠간 고양이 세수한 몰골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좀 살만하다 느껴졌나 보다.
어제에 이어 병원 이곳저곳을 걸어 다녔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에 큰 병원 내부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운동이 되었고, 실내에서 걷다 보니 지치지 않고 더 많이 걸을 수 있었다.
입원 일기는 2편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