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돌아본 어느 봄날의 일기
23년 4월, 런던에서 약 3주간의 시간을 보냈다.
3주라는 기간 동안 열심히 찍어댔던 사진들을 바탕으로 일기 형식으로 글을 엮어냈다.
이 여행기의 첫 글을 언제 올렸나 찾아보니 딱 1년 전이다.
시간도 많은 놈이 이거 하나를 완수하는 데에 1년이나 걸렸다는 사실이 놀랍고 한심스럽다.
중간에 다른 글을 올리느라 쉰 기간이 있었다는 핑계가 있지만, 핑계는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니까.
처음에는 여러 방식을 고민했었다.
테마로 묶는 법, 짧게 짧게 핵심 에피소드만 기록하는 법.
이런 방법들이 정보를 찾는 사람들에게 유용하고, 읽기도 쉽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결국 나를 위한 일기를 작성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래서 글을 좀 봤다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여행기가 두서없고 단지 시간의 나열로 작성되어 어린아이 그림일기와 다를 것 없다고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사진 위주로 진행되고 글의 비중은 사진에 비해 크지 않은데, 원래도 내가 찍은 사진을 자랑하려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어쩌면 의도대로 흘러간 것일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다음에는 사진과 내레이션을 섞은 영상으로 제작해 보는 것이 어떤가 고려 중이다.
그래서, 런던에서의 체류는 어땠나? 무엇을 얻었나?
그냥 즐거웠다.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잘 다녀오는 것이 목표였고, 무사히 잘 다녀왔다.
내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들을 잘 활용했다는 것이 보람찼다.
자신감뿐이었던 영어에 자신감만 더욱 붙었다는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본체 필요하다면 남에게 다가가는 것이 두렵지 않고, 남들도 내게 다가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런던에서 잠깐 있으며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이렇게 여행기를 마무리하려니 두바이에서부터 나와 웃음을 나눴던 사람들의 모습이 하나하나 눈에 아른거린다.
내가 지금 그들을 이렇게 추억하듯이 그들의 인생에서도 내가 잠깐이나마 웃음을 떠올리게 할 수 있는 기념품 같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
이것이면 됐다.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는 눈에 띄는 성과는 없지만 그래도 조금 더 나은 내가 되지 않았을까.
그렇게 믿고 싶다.
혹여 시간이 나면 외전으로 에든버러, 코펜하겐의 기록을 풀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에든버러와 코펜하겐에서도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있었다.
특히나 마지막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에서 있었던 일은 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한진 씨의 이상한 런던기행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진 씨의 이상한 런던 기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