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학교는 예술가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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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 번째 숙소를 떠나 네 번째 숙소로 이사를 할 시간.
모던한 감각의 인테리어로 짧게나마 디자인 하우스에 거주하는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사 사진을 남기고 이제 이동 시작.
이사는 당연히 버스로 이루어진다.
내 사랑 런던 버스.
가난한 여행객에게는 교통비를 혁신적으로 아낄 수 있는 보물이다.
다음 숙소는 '복스홀(Vauxhall)' 역 인근에 있다.
탬즈강 건너편에 바로 테이트 브리튼이 있는 곳으로 어제 다녀와 한 번 구면인 곳이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서 적힌 주소를 찾았다.
처음엔 찾기 힘들었지만 도착할 수 있었다.
체크인은 호스트가 직접 진행하기로 했다.
잠깐의 기다림 이후에 호스트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복스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여행 전 사전 조사해 본 복스홀은 '엘리펀트 앤 캐슬'이나 '워털루' 역처럼 치안이 좋지 않은 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잠깐 고민했으나 너무나 매력적인 숙소의 모습에 예약을 진행했었다.
직접 몸으로 느낀 복스홀은 그렇게 무섭지 않았다.
탬즈강변 쪽은 근사한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도시의 맛을 느낄 수 있고, 강변 공원과 산책로도 훌륭해서 현대 런던을 맛보기 좋은 위치.
그리고 숙소는 녹지와 공원에 바로 붙어있어서 더욱 좋다.
역 근처에 먹거리 골목이 있는데 나름 트렌디한 느낌이다.
한식당도 두어 곳 있었다.
아케이드 마켓도 있고 사람도 많고 괜찮았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다녀본 복스홀 역 근처 지역의 이야기일 뿐 깊숙이 들어간 모습은 아직 위험천만함이 남아있을 수 있다.
그리고 역시나 밤 10시가 넘으면 거리에 사람이 줄어들고 긴장감이 맴돈다.
기차역과 지하철 역은 물론이고 여의도 환승센터나 청량리 환승센터에 버금가는 거대한 버스 정류장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상당히 편리한 위치니 참고하시길.
보자마자 느낀 것.
'독특하다'
범상치 않은 이 건물.
오래된 벽돌 건물은 골목을 따라 좌우로 길고 높게 서있다.
나중에 호스트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알게 되었는데 굉장히 오래전부터 학교로 사용되던 건물을 리노베이션 한 건물이라고 한다.
인터넷으로 추가적으로 공부를 해 본 내용은 바로 1907년 건설된 빅토리아 양식의 학교 건물로, 고딕 양식의 아치와 유리창이 특징이라고 한다.
2000년대 초반에 재건축을 진행했는데 이 독특한 양식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내부를 주거용으로 리노베이션 했다고 한다.
이 아름다운 건물에 살아볼 수 있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이 아름다운 숙소의 주인 역시 아름다운 30대 여성.
그녀의 정체는 미국에서 온 포토그래퍼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이 독특한 장소는 그녀의 집이자 작업 스튜디오로도 사용된다.
거대한 스크린은 스크린 본연의 임무와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커튼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창가에는 감각적으로 기대어져 있는 아트북들 몇 권이 있다.
책상 위의 매킨토시는 스피커를 통해 80년대의 팝송을 연주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숙소를 점유한 그녀는 K-드라마 덕후였다.
아무래도 10대 20대 소녀들을 겨냥한 K-pop보다 30대의 그녀에게는 드라마가 더욱 적합한 컨텐츠였던 모양.
2년 동안 세상을 지배한 코로나 기간 동안 그녀는 글로벌 OTT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를 모두 섭렵한 상태였다.
그다지 드라마를 보지 않는 나보다 더욱 해박한 수준의 지식을 자랑했다.
내가 모르는 배우들과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새삼 한국 문화가 인터넷 바람을 타고 세계에 퍼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건물 바깥부터 아파트 내부까지 총 3개의 문을 통과해야 한다.
아파트 내부로 들어오면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왼편의 유리로 햇살이 거실 내부로 쏟아져 들어온다.
엄청나게 높은 층고가 엄청난 공간감을 선사한다.
이 넓은 공간에 심플하게 가구는 적게 들어서 있다.
식탁이 되는 식탁 하나.
벽에 붙은 작업용 책상 하나.
내 마음을 빼앗은 것은 고딕양식이 그대로 살아있는 건물의 뼈대.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문을 열고 정원으로 가면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있다.
그 계단 앞에 간단한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 야외 테라스로 사용하고 있었다.
중정의 녹색 식물들은 기본 옵션이다.
내가 이용한 침실은 안쪽의 방.
방이라고 하지만 문이 없는 구조다.
아치 통로를 지나면 방이 나타나고 거실과의 구분은 간단히 커튼으로 대체한다.
방의 구성은 침대 받침이 없는 매트리스 하나.
그리고 간단한 수납가구와 전자 키보드 하나.
호스트의 방은 내 방 반대편의 것으로 화이트 스크린이 커튼의 역할을 한다.
내부 구조는 들여다보지 않아서 모르는데 사람 사는 곳이 다 비슷하겠지.
화장실은 샤워부스가 있는 현대 화장실을 생각하면 된다.
온수도 물의 수압도 모두 오케이!
런던의 숙소를 돌아보며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와 실내화를 사용하는 곳이 상당히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사람들에게는 플러스 포인트다.
볕이 잘 드는, 심지어 포토 스튜디오로도 사용되는 이곳은 사진 찍을 맛이 나는 곳.
다들 인생샷을 건져보자.
30대 여성 호스트가 관리하는 집은 깨끗하다!
무엇보다 냉장고의 식재료 관리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만족이었다.
냉장고의 식재료들은 모두 유통기한 내의 것이었다.
아침으로는 하루는 그녀가 직접 만들어준 아침 식사.
아보카도, 계란, 훈제 연어, 구운 빵, 바나나, 거기다 인스턴트 오트밀까지.
그녀가 없는 두 아침은 알아서 준비해 먹었다.
오트밀크에 시리얼 등등.
어떤 날 밤에는 출출한 나를 위해 그녀가 야식도 챙겨주었다.
그런데 건강하기 짝이 없는 밥이었다.
이 아름다운 숙소에 머물 수 있는 여행자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그녀가 내킬 때 에어비앤비 창구를 열어놓는다고 한다.
몇 년 동안 에어비앤비 임대를 쉬다가 몇 년 만에 맞이하는 첫 손님이 바로 나였다!
이 크나큰 영광에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ep.36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