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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하루살이 Jun 24. 2024

친구 목소리

그리움이 이런 모습이었나 봅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마트에 간다. 집 앞에도 마트가 있긴 하지만 운동도 할 겸 집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마트까지 다녀온다. 급하게 필요한 있고 내일을 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빠뜨리지 않는 것은 작은 아이를 위한 감자과자(요즘 거의 주식)와 막걸리를 사기 위함이다.


난 내가 이렇게 날마다 술 상 차리는 여자로 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남자가 반주로 한 잔씩 즐기는 술을 난 말리고 싶지 않다. 요즘은 우연히 접한 특정 막걸리(월* 막걸리)에  꽂혀서 매일 저녁 사러 나간다. 남자는  나의 건강을 위한 운동이란 핑계를 댄다.


몇 가지 필요한 것을 사고 계산대로 가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친구 언니다!

"언니~~"라고 부르니 반가이 맞아주시곤 옆에 분에게 나를 소개해 주신다.

"○○이 친구야. ○○이 절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난 절친이 되어 있었다.

근데 그 표현이 왠지 기분 좋다.

가족 모임이 있나 보다..

친구의 언니와 새언니는 왠지 다정해 보였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친구에게 톡을 남겼다. 바로 답글이 왔다.


결혼 후에도 계속 영동에 살고 있지만 다른 친구들은 취직과  결혼을 하면서 생활범위가 나랑은 멀어졌다. 하지만 명절이나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친정에 오는 친구들을 가끔 만날 수 있어서 좋다. 그 간헐적인 만남도 너무 오래되어서 더 반가웠다.


잠깐 통화를 했다. 엄마 몸이 안 좋아지셔서 급히 오게 되었음과 내일 바로 올라가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 나서 보니 53초의 짧은 통화였다.


근데 그 목소리...

사이사이 들리던 엷은 미소 소리도 들리는 거 같았다. 내 귀에 너무도 익숙한 톤과 질감이다. 가슴에 무언가 일렁이는 게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그리워하고 있었구나.

내가 그리워한 것은 친구였을까 익숙함이었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리움]




* 친구와의 카톡  대화창에서 오타가 났네요.

   맘이 급했나 봅니다. 양해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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