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내게 달항아리 하나를 주었다.
우윳빛의 선이 고운 달항아리
손수 만든 도자기라 하얀 천으로 고이 고이 닦는다.
신나서
꽃도 꽂아보고, 작은 물건도 넣어보았다.
꽃을 꽂으면 꽃만 보이고,
물건을 넣으면, 넣은 물건이 생각난다
책 선반에 놓으니 책들이 좁다고 투정부리고
화분들 사이에 놓으니 화분들이 샘을 낸다
현관 앞 탁자 옆에 놓으니
오고가는 발자국 소리가 항아리 속에 고인다
눈길 없이 소리만 가득하다
무심코
아무것도 없는 선반 위에 올려 놓았다.
스치는 한마디
제가 그랬잖아요
이 자리에 오고 싶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