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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의 아다지에토

by 제이오름
htm_20150620162244679.jpg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의 주인공인 비에른 안데르센


햇살 가득한 날씨가 좋다고 창문 열더니

저 강한 햇살에 키우던 식물이 시들어 간다고 징징거린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청량하다고 소리치더니

그칠 기미가 없는 비를 보며 '내일은 맑아야 할텐데'라고 중얼거린다.


달콤한 복숭아를 한 입 깨물며 행복한 표정 짓더니

까슬거리는 껍질에 얼굴을 찌푸린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고 미소 짓더니

누군가가 연락 안하면 투덜거린다


아침에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 놓고

저녁에는 그 소설을 비판한다


모순 덩어리 삶

아니라고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첼로의 깊은 선율,

맑은 하프 소리

그 덩어리를 안아준다.


얽힌 것을 풀어주지도 않고

어긋난 조각을 이어주지도 않고

그냥 살포시 감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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