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가득한 날씨가 좋다고 창문 열더니
저 강한 햇살에 키우던 식물이 시들어 간다고 징징거린다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보며 청량하다고 소리치더니
그칠 기미가 없는 비를 보며 '내일은 맑아야 할텐데'라고 중얼거린다.
달콤한 복숭아를 한 입 깨물며 행복한 표정 짓더니
까슬거리는 껍질에 얼굴을 찌푸린다
혼자 있는 시간이 좋다고 미소 짓더니
누군가가 연락 안하면 투덜거린다
아침에는 소설을 재미있게 읽어 놓고
저녁에는 그 소설을 비판한다
모순 덩어리 삶
아니라고 하지만 누구나 인정하는
그런데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첼로의 깊은 선율,
맑은 하프 소리
그 덩어리를 안아준다.
얽힌 것을 풀어주지도 않고
어긋난 조각을 이어주지도 않고
그냥 살포시 감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