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햇살이 가던 길 멈추고
솔잎 위에 살며시 앉는다.
속내를 들켜서 부끄러운 마음 다 털어 놓는다.
호박마차 같은 집을 짓기 시작한다.
여기 저기 호박 집들이 주렁주렁
아침마다 가지 위에서 지저귀던 새들도
오후에는 옆동네로 놀러간다.
소나무에게 재롱떠는 햇살이 낯간지러워서
삐죽삐죽 뻗어있는 연두빛 솔비늘은
햇살이 털어 놓은 고백의 갯수
대롱대롱 축 처진 노르스름 솔비늘은
생채기난 마음의 갯수
은비늘처럼 반짝반짝
억겁의 시간 전에 솔잎은
인어의 비늘이었을지 몰라.
사랑이 떠나갈까봐
바람이 불면 물거품 소리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