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바덴해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갯벌이 아름다운 곳
- 인환아, 내가 말이야. 인천 영종도에 공항 짓는다고 했을 때 말이야. 외국 환경단체 사람들이 와서 갯벌이 사라지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을 때, 나이가 어렸던 탓도 있지만 저분들, 왜 저럴까 생각했어.
- 진짜 그랬어요?
- 퇴적물이 쌓여 갯벌이 되는데 1만 년이 걸린다는 사실은 둘째 치고, 부리가 노처럼 생긴 저어새, 알락꼬리마도요 같은 멸종위기종 철새들이 중간에 쉬었다 가는 것도 몰랐던 때야. 그래서 아무 쓸모 없는 짓을 ‘뻘짓’, 쓸모없이 하는 말을 ‘뻘소리’라고 했을 거야. 서해안 간척지가 생겨서 국토가 넓어지고 농사지을 땅이 생긴다는 것만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했고.
- 우리나라 갯벌이 람사르습지나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전이라 그랬겠지요. 지금도 환경에 관심이 없는 분들이 많아요.
- 갯벌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데. 갯벌은 그냥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이 아니야. 하루에도 몇십 번 갯벌의 품 안에서 수많은 생명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곳이지.
- 갯벌이 펼쳐진 서해안의 아름다운 일몰이 생각나요.
- 그래. 문제는 갯벌을 개발해서 공항을 만들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좋지만, 다시는 되돌리기 어렵다는 게 문제지. 이 지구가 어디 인간만의 것이냐고.
- 맞아요. 지나치게 개발한 결과 사람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어요.
- 지구를 생각한다고 말할 것도 없어. 우리를 위해서 그러는 거지.
- 오늘 아빠답지 않게 너무 흥분하셨어요.
- 그래. 이번에 다룰 것이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3개국에 걸쳐 있는 바덴해, 바로 갯벌이기 때문이야. 밀물과 썰물의 간만 차가 무려 3미터, 갯벌 길이만 해도 1만 킬로미터가 넘어.
- 와, 그 정도라면 세계 최대규모인데요.
- 응. 덴마크 서해안에 있는, 호(Ho)만에서부터 독일을 지나 네덜란드 텍셀섬까지니까 갯벌도 보통 넓은 갯벌이 아니지. 지구상에 남은 자연적인 조간대로도 대단한 규모라고 하네. 여기에 무엇이 살까? 수많은 동물, 식물, 조류가 살아. 아주 오래전부터 지형변화나 생물학적인 진화가 진행되는 중이야. 사실 유럽에서는 이보다 더 완벽하게 보존된 해안 습지가 없어. 우리나라는 서해안만 가도 갯벌이 눈에 들어오니 귀한 줄 모르지만.
- 참, 조간대는 뭔가요?
- 처음 들어보지? 만조 때와 간조 때 해안선 사이를 말하는데 육지와 바다로 치면 피부라고 할 만해. 고둥류, 해조류, 조개류 등 여러 생물이 사는데 사람들이 간척하거나 파괴하면 조간대의 생태계에 문제가 생기지.
- 만조와 간조는 또 무얼 말하는가요?
- 만조는 썰물이 들어와 해수면이 가장 높은 상태, 간조는 밀물로 인해 해수면이 가장 낮아진 상태야. 조간대에 사는 생물은 사실 살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어. 만조 때는 바닷물에 잠기고 간조 때가 되면 햇빛 아래 드러나게 되거든.
- 동물들도 많이 살지요?
- 무척추동물, 양서류, 파충류, 어류 등이 살고 있어. 해양포유류 중에 회색바다표범, 참깨점박이바다표범, 쥐돌고래가 살고 있고. 바덴해에 살고 있는 바다표범은 19,000마리 정도야. 돌고래도 갯벌 연안에 있는 섬 주변에 알을 낳고 살고. 가오리, 대서양 연어, 갈색 송어를 포함한 더 큰 물고기들은
- 새들도 많이 살고 있다고 들었어요.
- 여기는 새들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어. 우리나라 갯벌도 마찬가지지만. 왜가리, 갈매기, 흰꼬리독수리, 제비갈매기, 저어새 등이 서식하고 있어. 1년에 대략 1200만 마리 정도의 새들이 여기를 찾아와 번식을 하고 겨울을 나. 목적지를 향해 날아가는 중간에 잠시 쉬어가기 위해 여기 들르는 새들도 많고.
다른 데에서 볼 수 없는 장관이 있는데-.
- 뭔데요? 궁금해지네요.
-매년 7월에서 9월 사이 혹부리오리가 트리센섬에서 털갈이하는데 한두 마리도 아니고 세상에 20만 마리가 그런다는 거야.
- 혹부리오리요?
- 전래동화에 나오는 혹부리영감처럼 수컷이 번식기가 되면 부리 윗부분에 붉은 혹이 생겨서 붙은 이름이야. 부리는 붉은색이고 다리는 분홍색이야. 우리나라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에서도 겨울을 나지.
- 보존하기 위해 어떤 대책들을 세웠나요?
- 좋은 질문이야. 1977년부터 보전을 위해 협력을 시작했는데 비용도 삼등분해서 똑같이 내고 있어. 특이한 것은 갯벌을 보전하기 위해 다른 자연유산처럼 무조건 접근을 막지 않는다는 거야. ‘안정되고 지속 가능하며 오염 없는 바덴해’라는 목표를 정하고, 갯벌에 친근감을 갖도록 하고 자발적으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고 있어.
- 어떻게 하는데요?
- 썰물 때 직접 갯벌을 걷는 기회를 줘. 직접 갯벌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거지. 갯벌 산책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구나.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안내인들이 갯벌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거야. 언제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갯벌에 무엇이 사는지도. 우리나라 충남 보령 머드축제 정도는 아니지만, 배를 타고 갯벌 부근을 따라가면서 돌고래나 새, 바다표범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보게도 하는 거지.
- 자전거를 탈 수는 없어요?
- 당연히 있지. 제방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갯벌을 볼 기회를 제공하지.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 사람들이 많이 찾을 것 같아요.
- 맞아. 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 국립공원 같은 경우는 매년 2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하룻밤을 묵고 가. 하루 일정으로 그냥 둘러보고 가는 관광객은 1,100만 명이나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