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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May 22. 2024

30. 포르토만: 피아나의 칼랑슈, 지롤라타만, 스캉돌

30. 포르토만피아나의 칼랑슈지롤라타만스캉돌라 자연 보호 지역(프랑스)  바람이 불면 다가오는 꽃향기     

- 일단 이름도 긴 포르토만으로 가려면 아름다운 섬, 코르시카로 가야 해. 제주도의 4배 정도 크기야. 높은 산, 가파른 절벽, 구석구석 숨은 폭포, 수없이 많은 백사장이 줄지어 있고. 지금은 프랑스 소유로 되어 있지만 1768년 이전에는 제노바 공국의 영토였어. 또 그 이전에는 로마제국, 이슬람제국, 롬바르드의 침입으로 지배를 받았고.

- 어쩜 우리나라와 역사와 비슷할까요? 끊임없는 외세의 침입이 있었군요.

- 그것이 사람들의 정신력을 더 굳세고 끈기 있게 만들까. 우리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던 것처럼 코르시카 사람들도 파스콸레 파올리와 함께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어. 

-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독립을 했나요?

- 코르시카 공화국을 세웠지만 제노바 공국 대신 프랑스에 점령당하고 말았어. 아놀드 토인비가, 문명은 도전과 응전의 역사라더니. 더 나은 방향으로만 진보하는 것 같지는 않아.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태어났다가 강성해졌다가 하는 것 같아. 각설하고, 코르시카는 프랑스 황제였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고향으로 더 유명해. 한때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은 말을 타고 알프스를 넘는 그림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에게 야망을 심어주었던 인물이었어. 청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보이스 비 앰비셔스!(Boys, be Ambitious!) 


- 소년들이여, 엠비시를 봐라는 뜻 아닌가요?

- 그건 유머지. 일본 삿포로 농학교 교장으로 있었던 클라크가 한 말이야. 그런데 클라크가 말한 야망은 돈을 벌거나 명성을 얻거나 출세하라는 말이 아니었어. 인간이 갖출 것을 추구하라는 말이었어.

-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군요.

-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은 지롤라타만, 포르토만, 스캉돌라반도와 엘파 네라야. 제노아인들이 세운 포르투 지롤라타 요새는 바위로 된 곶 위에 세워져 접근하기 힘들어. 배를 타고 고립된 어촌으로 접근하거나 노새나 다닐 좁고 가파른 바윗덩어리 구불구불한 지중해 관목숲 길을 통해 갈 수 있어. 

- 역시 사람 손이 닿기 어려워야 자연유산이 되는군요.

- 그렇기는 해. 여기서는 쓰레기는 당연히 버리면 안 되고, 낚시, 수중생물채집, 스쿠버다이빙도 안 돼. 절대로. 허가 없이는 공사도 할 수 없어. 사유지라도 안 돼. 

- 당연하지요. 그런데 사유지도 있나요.

- 대부분이 공유지인데 일부가 사유지야. 아, 바람이 부는 것 같다.


- 더운데 좀 건조하지요?

- 지중해성 기후라서 그래. 대신 겨울에는 온난하고 습한 기후가 이어져. 여름이 우기인 우리나라와는 다르지. 스캉돌라 자연보호지역은 스캉돌라 반도와 엘파 네라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뾰족한 봉우리들이 얼마나 우아하게 솟아 있는지 황홀하다고 할 정도야. 해안에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솟아오른 유문암과 현무암의 붉은 절벽이 해수와 바람으로 깎여 들쭉날쭉 날카롭게 솟아 있는데 높이가 900미터나 돼. 이 절벽에는 또 자연적인 동굴들이 있고. 이곳에는 사람이 접근하기도 힘든 이런 작은 섬이 수없이 많아. 암석 사이에는 유향수, 헤더, 도금양, 딸기나무, 너도밤나무가 자라고. 지중해에서 이만한 경치는 없을 거야.

- 정말요? 지중해성 기후라 숲도 좀 다르겠지요?

- 이 기후에서 농부들은 오렌지나 레몬, 포도, 무화과를 재배해. 서식하는 동물도 그 기후에 적응한 여우나 토끼, 도마뱀이고. 숲도 마찬가지야. 대충 200미터 고도 아래서는 지중해성 관목지대, 이른바 덤불지대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건조한 기후에 강한 식물이 살아. 이 고도를 넘어서면 나뭇가지 모양이나 오크나무가 모습을 드러내고. 그런데 이 지역에서는 몇 년 몇십 년을 주기로 자연적인 산불이 일어나. 늦은 여름이나 가을에 주로 일어나는데 화재 난 후 빠르게 복원되는 특성이 있어.


- 아, 산불이 나는 것을 TV로 몇 번이나 봤는데, 집을 잃고 컨테이너에 사는 이재민들이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 코르시카섬도 마찬가지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집 앞까지 파도가 치는 바람에 이주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 전혀 몰랐던 사실이에요.

- 아마 다음 이야기도 그럴걸. 다른 지역에서 사라져 가는 ‘마키’라는 관목 식생이 있는데 바람이 불면 다가오는 꽃향기가 그렇게 그윽할 수가 없다는 거야. 그 때문에 코르시카섬은 향기의 섬이 되었다는 거고. 

- 매화나 난초 향기보다 더 그윽한가요?

- 허브식물인 캐롭, 머틀, 로즈마리, 꿀풀과의 민트향이나 월계수, 올리브, 무화과 등 여러 향기가 섞였지.

- 저는 로즈마리가 좋은데. 

- 꽃도 아닌 것이 바늘 같은 잎에서 어쩌면 그런 향기가 날까? 나도 그런 생각이 들어.


- 그럼, 바다에는 무엇이 사나요?

- 바닷물이 맑고 깨끗해서 해안 가까운 곳에 조류들이 많이 분포하는데 46미터 바닷속에는 ‘포시도니아’라는 해초가 뒤덮고 있어. 연안의 바위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홍조류도 자라고 있어. 혹 모양으로 가지를 치는 석회질 덩어리인 혹돌잎도 바위를 따라 덮개를 만들고 있고.

- 홍조류가 뭐예요?

- 일단 조류(藻類)는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고, 버섯이나 곰팡이 같은 진균류도 아니야. 예를 들면 쉬울 거야. 조류인데 붉은색이면 홍조류. 김이나 우뭇가사리가 거기 들어가지. 녹색이면 녹조류. 파래나 매생이가 있고. 갈색이면 갈조류. 다시마와 미역이 있고. 


- 우리가 먹는 음식 재료네요. 또 바다에 무엇이 사나요?

- 바닷가재, 왕새우, 게, 굴, 물고기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살고 있어. 한때 몽크바다표범이 살기도 했는데 지금은 사라졌고, 멸종위기종인 유럽 야생양 ‘무플론’이 살고 있어. 새들도 많이 사는데 다양한 철새와 텃새들이 살아. 참, 물수리라고 들어봤지?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겨울새이자, 나그네새지. 벌을 잡아먹기 전에 벌을 문지른다는 ‘벌잡이새’는 앵무새처럼 깃털이 화려하고 사랑스러워. 길이가 30센티미터밖에 안 되지만. 그 밖에 갈매기, 바다 독수리, 가마우지, 매, 코리슴새 등이 살고 있어.


- 무플론이라고요? 처음 들어봐요.

- 무플론 양이라고도 하는데 야생 양 중에서는 가장 작아. 뿔은 소용돌이 모양으로 자라고, 털은 짙은 갈색인데 안장 모양의 반점이 있어. 섬에 500마리 정도가 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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