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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Mar 06. 2024

허드 맥도널드 제도

19. 허드 맥도널드 제도 (오스트레일리아)     폭풍의 언덕         

- 허드 맥도널드제도는 말 그대로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야. 폭풍우가 거센 외딴 곳에 있거든. 

- 외딴 섬, 무인도요? 귀신이 사는 것은 아니겠죠?

- 그럼. 사람이 살지 않는다 뿐이지 동식물은 살아. 우리는 간혹 사람만이 지구에 산다는 착각을 하는데 그래서는 안 되지.

- 얼마나 멀리 있길래 그런 데가 있어요?

- 호주에서 남서부 방향 4,00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고, 남극대륙에서 북쪽으로 1,5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 19세기까지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어. 그래서인지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동식물이 하나도 없어. 원시 자연환경 그대로, 사람이나 다른 것에 의해 훼손되지 않은 채 진화가 계속되고 있는 중이지.


- 그러면 뭐해요? 맥도널드도 없고 햄버거도 먹을 수 없는데.

- 재미없다. 아재개그. 허드 맥도널드제도는 인도양 남부에 있는 화산섬이야. 화산으로 생긴 섬 말이야. 맥도널드섬과 허드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로 43.5km나 떨어져 있어. 1년 중 70퍼센트 정도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데, 검은 바위에는 눈과 빙하가 늘 쌓여 있지. 게다가 낮은 구름이 끼어 있어 날씨가 우중충해 우울증에 걸리기 딱 좋아. 바람도 많이 불어. 엄청 세게 불어. ‘폭풍의 언덕’이라는 소설의 히드클리프가 생각나지. 

- 아, 그 소설을 읽어보는 건데. 음산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느껴봐야 하는데.

- 폭풍의 언덕은 에밀리 브론테가 썼는데, 언니가 제인 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 동생이 아그네스 그레이를 쓴 앤 브론테야. 세 자매는 모두 뛰어난 작품을 썼지. 불우한 삶을 살았고 30대를 넘기지 못하고 요절했지만. 참, 프랑스에서 영화로도 만들어졌어.


- 아, 영화라도 봐야겠다.

- 각설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대신 펭귄이 살아. 마카로니 펭귄은 2백만 쌍이나 살아. 전 세계 16퍼센트에 해당하지. 많은 바다표범과 바다새도 살아. 코끼리물범, 바다사자, 물개도 살고. 이 섬에서만 자라는 식물종도 있는데, 예를 들자면 케르겔렌 양배추(프링레아 속)도 살아. 작은 식물과 이끼도 살고.

- 차츰 섬에 대해 알고 싶어지는데요? 지금도 화산활동이 일어나고 있어요? 

- 먼저 허드섬. 2,745m나 되는 빅벤산 모손 봉우리가 만년설과 빙하로 뒤덮여 있는데, 검은색 현무암과 어울려 멋진 풍경을 드러내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는 급격한 바람, 산 정상의 환상적인 구름이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 내. 빅벤산이 마지막으로 대규모 분출을 한 것은 1992년인데 아직도 증기나 연기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활동 중인 것으로 보여. 


- 맥도널드섬은요?

- 플랫섬과 바위를 포함하고 있는데 지형 자체가 좀 특이해. 피라곶에 움푹 파인 플루트가 있는가 하면 메이어 록에는 뾰족한 봉우리가 외롭게 서 있어. 모래는 널러버 평원으로 이동하고, 넓은 모래톱은 꿈틀대는 것이 보여. 가장 최근에 화산이 활동한 것은 2005년이야. 

- 기후는 어떤가요? 

- 연평균 기온이 1℃야. 여름은 여름 3.2℃, 차가운 해양성 기후에 서풍이 강하게 불어. 참, 앞에서 말하지 않았나. 1년 중 4분의 3이 비가 오거나 눈이 온다고.

- 아, 그랬던가요.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어요?

- 1855년에 처음으로 나타났다가 1929년에 사라진 바다표범 사냥꾼들 흔적 말고는 없어. 1953년 호주 정부에서 허드와맥도널드섬법을 제정하여 이곳을 보호하고 있거든. 


- 연구원들도 없었어요?

- 있었지. 허드섬은 1950년대까지, 맥도널드섬은 1971년까지 과학자들이 방문해서 연구 활동을 했지.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없어. 완전히 고립된 섬이라고 살 수 있어. 진짜야.

- 연구할 가치가 있는 섬인가 봅니다.

- 화산활동이 진행 중인 남극 바로 북쪽의 섬이고, 원시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니까. 지형학적 운동 과정이나 빙하의 작용에 대해서도 관찰할 수 있어. 한 마디로 지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곳이야. 혹시 ‘카르만효과’라고 들어봤니?

- 아니요.

- 세계적으로 희귀한 현상인데, 바로 여기에서도 일어나. 강한 바람이 장애물을 만났을 때 뒤쪽에 소용돌이가 생기는 현상을 말해. 북풍이 부는 추운 날 제주도에도 머리를 땋은 것처럼 쪼르르 소용돌이가 무늬가 생긴다고. 


- 좀 어려워요.

- 자, 학생! 눈을 감고 생각해 봐요. 넓은 바다가 있다. 바람이 한 방향으로 거세게 분다. 바다 가운데 높은 산이 있고. 섬이라고 해도 좋아. 그런데 공기층을 보니까 좀 이상해. 우리가 아는 것처럼 따뜻한 공기가 위에 있지 않아. 찬 공기가 위에 있어. 그런데 그것이 더 안정적이야. 다시 거세게 바람이 불어온다. 주의를 기울여 보자구. 바람은 높은 산에 막혀 허우적거리다가 뒤쪽에 꼬불꼬불 가느다란 소용돌이를 만들고 마.

- 아이구, 무슨 말인지, 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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