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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Feb 28. 2024

18. 순다르반스 국립공원

18. 순다르반스 국립공원 (방글라데시인도)    

- 드디어 왔구나. 순다르반스, 금방이라도 어흥, 하고 호랑이가 튀어나올 것 같아.

- 난데없이 호랑이라니요? 순다르반스는 무슨 뜻인가요?

- 벵골어로 아름다운 숲이라는 뜻인데 순다리로 알려진 나무가 많아서 생긴 이름이기도 해.  인도와 방글라데시, 두 나라 사이를 흐르는 갠지스강, 브라마푸트라강, 메그나강이 넘쳐서 만들어진 비옥한 삼각주에 있는데, 바다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다 보면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늪과 습지가 나타나지. 꽃이 피는 육상식물인 맹그로브숲이 우거졌는데 거기 벵골호랑이가 살고 있어.

- 어떻게 생겼어요? 동물원 호랑이와 비슷하겠지요?

- 털은 붉은빛을 띤 노란색, 배는 흰색. 그리고 등에는 검은 줄무늬가 있지. 낮에는 숲 속에서 살다가 해가 지면 나타나지. 수영도 잘해. 멧돼지, 영양, 액시스사슴 등을 잡아먹는데 배가 고프면 사람이 타는 배에도 뛰어오른대. 

-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말이 사실이군요.

- 인도 정부가 1973년부터 이 일대 호랑이 수렵을 금지시킨 결과 많은 호랑이가 살아. 인도는 이곳에 23개의 호랑이보호구역도 만들었어. 

- 매년 죽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 우리 조상님들도 한 때는 호랑이를 무서워했어.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세계 최대의 맹그로브 숲이 펼쳐진 순다르반은 국립공원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도 등재되었는데 인도 쪽 서벵골은 1987년, 방글라데시 쪽은 1997년에 등재되었어. 

- 우리가 무서워한 호랑이는 벵골호랑이가 아니죠? 호랑이는 몇 마리나 되나요?

- 벵골호랑이가 아니라 아무르호랑이지. 정확한 개체 수는 기록마다 차이가 있지만 이곳에 벵골호랑이 700여 마리가 살고 있다고 해. 도마뱀, 악어, 거북, 물개와 돌고래, 사슴, 원숭이 등 수많은 종의 동물들도 같이 살고. 섬이 102개인데 48개의 섬이 벵골호랑이가 사는 섬이라고 그러네. 사람이 사는 섬과 벵골호랑이가 사는 섬으로 나뉘어 있거든.  

- 맹그로브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줘요.

- 열대지방이나 아열대 지방의 갯벌이나 강 하구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모인 숲이야. 울창한 숲. 정확한 위치는 갠지스강, 브라마푸트라강, 메그나강이 만나는 삼각주에 있어. 인도와 방글라데시 두 나라에 걸쳐 있는데, 넓이가 4,262㎢ 이상인데, 이 중에 숲이 2,320㎢이야. 그러니까 순다르반스 나머지 절반은 물에 잠겨 있어. 자갈이나 모래, 진흙으로 만들어진 섬, 진흙 제방, 해안의 모래 해변, 모래 언덕으로 이루어져 있어. 

- 숲은 어떤 기능을 해요?

- 응. 맹그로브숲이 떡 버티고 있다가 우리나라 태풍과 비슷한 싸이클론이 몰아칠 때 강한 바람이나 해일을 막아주지. 그뿐이 아니야.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월등해서 ‘지구의 탄소저장소’라고 할 만해. ‘지구의 허파’라고 하면 다들 아마존의 열대우림 지역을 생각하지만 이 숲은 열대우림보다 6배나 넘는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거지. 

- 맹그로브 숲이 사람이나 생물들이 살 수 있게 도와주는군요.

- 맞아. 그런데 보통 나무들은 열매로 씨를 뿌리는데 여기 나무들은 좀 달라. 물에 떨어져봐야 싹이 나기 어려우니까 ‘주아’라고 불리는 작은 가지가 어느 정도 뿌리가 생겨 혼자 살 수 있을 때 원래 가지에서 똑 떨어지는 거야. 그러면 물 위에 떠다니며 광합성을 하며 살 수도 있고 먼 곳까지 여행하면서 좋은 땅이 나타나기를 기다릴 수도 있지. 이런 식물을 ‘태생식물’이라고 해.

- 어떤 나무들이 있어요?

- 아마 처음 들어볼 거야. 멀구슬나무과, 마편초과, 자금우과, 쥐꼬리망초과, 꼭두서니과에 속하는 나무들이야.

- 혹시 다른 동물은 없어요?

- 코뿔소도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보기가 힘들어. 바다거북이하고 나일악어도 점점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인도비단뱀도 잘 보이지 않고. 돌고래가 산다고 했나?

- 돌고래는 좀 전에 이야기 했어요.

- 아하 그렇구나. 물총새, 흰따오기, 청호반새, 인도큰부리황새, 검은목황새, 대머리황새, 큰부리도요 같은 새들도 살아. 

- 흰따오기요?

- 그래, 따오기라는 동요도 있잖아. 걱정되는 것은 우기 때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일 년에 내릴 비의 75퍼센트가 내리는데, 국토의 40퍼센트가 물에 잠긴다는 거야. 해수면이 상승해서 해안선이 1년에 200미터나 후퇴하는가 하면, 사이클론으로 농경지는 파괴되고, 제방역할을 해주던 맹그로브숲도 조금씩 사라지고, 논밭을 잃은 사람들은 도시로 팔려가고. 

- 안타까운 일이네요. 사람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에요.

- 사람만이 살기 어려운 게 아니야. 땅을 매립해서 농경지로 전환하고, 갠지스 강 상류지역 관개 공사로 생물이 사라지고 있어. 인도사슴, 인도먼잭사슴, 자바코뿔소, 물소가 그래. 악어의 일종인 가비알이나 좁은머리자라도 사라져버렸어.

- 살 곳을 잃어가는군요. 

-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살았는데 염분이 높아져 살 수 없게 된 거지. 참, 새우 좋아하지?

- 좋아하지요. 예전에는 비싸서 먹기 힘들었던 것 같은데.

- 이것들은 어디에서 올까. 대부분 인건비가 싼 동남아시아에서 양식한 타이거 새우야. 지진이나 쓰나미를 막아주고, 지구의 탄소저장소인 맹그로브 숲을 파괴하면서 만든 새우양식장에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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