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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Feb 14. 2024

16. 하롱베이(베트남)

16. 하롱베이  (베트남)    


- 하롱하롱이라는 말은 꽃잎이 떨어질 때 쓰는 말인데.

- 맞아. ‘하’라는 말은 내려온다 하(下), ‘롱’이라는 말은 용(龍)이야.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침략자들을 물리친다는 전설이 있어. 

- 전설이라니 궁금해지네요. 

- 바다 건너 외적이 쳐들어오자 하늘에서 용이 내려와 천둥과 번개를 쏟아냈는데 그것들이 수천 개의 섬이 되었다는 전설이지. 베트남도 우리나라처럼 외적의 침입을 많이 받았던 나라야. 19세기에도 프랑스, 일본, 미국의 침입과 지배를 받았지만 결국 독립을 쟁취한 용기 있는 나라지.

- 그런데 어쩌다 베트남에 군대를 파견했었던가요?

-  미국의 요청으로 군대를 파견해 두고두고 아픈 상처를 남겼어. 아무 원한도 없는데.

- 요즘 시골 청년들이 베트남 처녀와 결혼도 많이 하잖아요. - 그렇지, 사돈의 나라인 셈이지. 자, 각설하고, 베트남으로 가 보자. 이탈리아가 부츠나 장화 모양으로 생겼다면 베트남은 아기공룡이 목을 빼고 하품하는 모양이랄까. 수도인 하노이가 머리 부분에 있고, 다리부분에 제일 큰 도시 호찌민이 있지. 

- 하롱베이는 어디쯤에 있어요.

- 수도 하노이에서 동쪽으로 약 170킬로미터 거리에 있어. 통킹만에 있는 하롱베이는 아름다운 자연 경관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 험준한 지형 덕분에 사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어.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적이 바위섬 뒤에 숨어 있다가 지나는 배를 약탈하던 곳이었어. 그래서 어느 섬 동굴에 해적이 숨긴 보물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 지금도 해적이 나오는 것은 아니죠? 

- 그럼 지금은 없지.

- 꼭 우리나라 남해안 거제도에 온 것 같아요.

- 응 비슷하지. 바다색이 맑고 깨끗한 것도 그렇고 기암괴석이 솟아 있는 모습이 꼭 동양화 같지. 그래서 중국의 명승지를 빗대서 ‘바다의 계림’이라고 하기도 해. 거제와 좀 다른 것은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이라는 거지. 

- 카르스트 지형이군요.

탄산칼륨으로 이루어진 석회암은 이산화탄소를 품은 지하수나 빗물에 잘 녹거든. 단양이나 삼척에도 이런 동굴이 있어. 

- 응. 앞에서 한 번 이야기 했어. 탄산칼륨으로 이루어진 석회암이 지하수나 빗물에 녹아 구멍이 생기고, 땅 속으로 스며들어 동굴을 만드는가 하면 그 안에 종유석이나 석순을 만들어. 그런데 틈이 별로 없는 덩어리 석회암이나 땅 위에 노출된 석회암이나 덩어리로 된 것은 잘 녹지 않아 돌기둥이나 산 모양으로 남게 돼. 

- 그 모양 그대로 남게 되는군요.

- 응, 원뿔모양으로 봉우리가 모여 있는 것은 ‘펭콩’이라고 하고, 고립된 탑 모양은 ‘펭린’이라고 해. 나중에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변형이 가해지는데 작은 섬들은 높이가 50m에서 100m 사이의 펭린 카르스트 탑이야. 사방이 수직으로 솟아 있는 형태인데, 바위가 떨어져 나가면서 지속적으로 섬의 모양이 변해. 그리고 해안선 전체의 바위에 V자형 새김이 만들어지는데 하롱 베이는 이것이 잘 발달되어 있고, 도처에 동굴과 아치형 바위섬도 만들어진 거야.

- 그래서 오늘날의 하롱베이가 만들어진 거군요.

- 중국 계림에서부터 이어진 석회암 대지가 무려 2억년 가까이 바닷물에 시달린 끝에 1,969개의 섬에 사람 머리 모양, 귀부인·물개·사람머리·엄지손가락, 용, 닭 모습을 조각해 놓았어. 각도와 빛에 따라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의 모습을 빚어내는 섬이지. 거북섬, 코끼리섬, 싸움닭섬, 거북섬 여러 이름이 많아.

-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곳이니 자연은 잘 보존이 되었을 것 같아요. 

- 섬들 대부분은 무인도에 사람이 살기 어렵지만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살아. 통킹납작코원숭이, 긴팔원숭이, 붉은왜가리, 백로도 살아. 아, 참 하롱베이 섬은 동굴을 품고 있는 곳이 많아. 

- 카르스트 지형이니 석회암 동굴인가요? 

- 맞아. 승솟동굴은 물과 시간이 빚은 자연의 예술작품이라고들 하는데 3개의 동굴이 연결되어 있어. 항티엔꿍(천궁동굴)은 동굴 중앙에 하늘을 받치고 있는 석주가 있어. 가장 유명한 석회동굴은 항 더우고 동굴이야. 나무 말뚝 동굴이라는 뜻인데 몽골 쿠빌라이칸의 침략을 막아낸 베트남의 영웅, 쩐흥다오 장군의 전설이 남아있는 곳이야. 

- 우리나라 이순신 장군과 비슷하네요.

- 그렇지. 13세기 세계를 제패한 몽골 쿠빌라이 칸의 군대가 하롱만으로 쳐들어왔지. 베트남의 쩐 장군은 군사 2000명과 함께 죽음을 각오한 일전을 준비했어. 섬들 사이에 대나무 말뚝을 박아 놓고 동굴 안에 숨어 때를 기다리고 있었거든. 

- 때를 기다린다구요? 무슨 때요?

- 바닷물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마침내 기다리던 순간이 오고, 몽골군을 실은 배는 말뚝에 걸려 오도 가도 못했지. 그다음은 말 안 해도 알겠지. 

- 항 더우고 동굴은 더울 것 같아요. 

- 동굴에 들어가면 다 더워. 땀이 흘러 얼굴이 물광 낸처럼 보이지. 우리나라에도 석회암동굴 있잖아. 단양의 고수동굴, 삼척의 환선굴. 

- 하롱베이 기후는 어때요?

- 여름에는 덥고 습하고, 겨울에는 건조하고 선선한 열대 습윤 기후야. 자세히 말하자면 5월부터 9월까지가 우기, 10월부터 4월까지가 건기야. 우기라고 하루 내내 비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날이 흐르고 습한 게 꼭 우리나라 장마철 같아. 건기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맑은 날을 볼 수 있어. 여행하고 싶다면 이때가 좋겠지. 그런데 10월에서 11월 사이는 우리나라 한 여름처럼 뜨거워. 뙤약볕이야. 여행을 가고 싶다면 12월에서 2월 사이가 좋겠지. 

- 아, 그렇죠. 어디가 가장 인기가 있나요

- 아마도 연인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 암수바위가 아닐까. 영원한 사랑을 빌면서.

- 하롱베이에서 영화를 많이 찍은 이유가 있네요.

- 그동안 신비로운 하롱 베이를 배경으로 여러 영화가 만들어졌어. 아바타, 007네버다이, 킹콩, 인도차이나. 굿모닝 베트남이라는 영화도 있지.

- 아바타는 봤고. 다른 영화도 하나 봐야겠다. 베트남 지폐에 하롱베이 뭐가 있다던데요.

- 제사지낼 때 쓰는 향로바위야. 베트남 200000동 화폐에 있는데 우리처럼 조상을 섬기는 유교사상 덕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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