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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Jan 31. 2024

14.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필리핀)

14. 푸에르토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  (필리핀)     세인트폴 지하 동굴 속    


- 인도네시아를 지나 필리핀으로 왔군요.

- 여기는 필리핀 팔라완주의 주도인 푸에르토프린세사. 타갈로그어로 ‘공주의 항구’라는 뜻이라네. 여기 가운데쯤 푸에르토프린세사 지하강 국립공원이 있어. 

- 공주의 항구는 어떤 모습일까? 우아할까요?

- 글쎄. 지하강은 푸에르토프린세사에서 약 80킬로미터 떨어진 세인트폴 산맥에 있어.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카르스트 지형인데, 그 아래, 지하에 강물이 흘러. 

- 지하에 강물이 흐른다구요? 

- 2007년 유카탄반도 지하강이 발견되기 전까지 가장 큰 지하강이었어. 이 강은 지하를 흐르다가 석회암 동굴을 지나 세인트폴만으로 빠져나가고. 

- 동굴 바닥에 강물이 흐르는군요. 

- 그래. 길이가 8.2킬로미터로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강 중에서 가장 길어. 2000만년 전부터 용식작용이 진행되고 있는 동굴이야. 그 안에 석순과 종유석들이 기린, 기차선로, 옥수수 등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 용식작용이요? 

- 빗물이 스민 지하수에는 이산화탄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물이 석회암을 녹이는 거야. 인환이가 뭐 사달라고 아빠 마음을 녹이는 것처럼. 10년에 고작 1밀리미터를 녹일 뿐이지만.

- 어, 제가 그랬나요?

- 그래. 바다(필리핀 해)와 연결되어 있으니까 4.3킬로미터까지는 ‘방카’라고 불리는 필리핀 전통 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어. 

- 배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 자, 보트를 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자. 배에는 8명 정도가 타. 맨 앞에 있는 사람이 후래쉬를 비추고, 맨 뒤에 있는 사람이 노를 저어가며 한 번씩 배를 세우고 설명을 해줄 거야. 동굴 안에 들어가면 바다제비들이 날아다니고, 천장에는 박쥐들이 득시글해. 혹시 천장을 보며 입을 벌리면 안 돼. 박쥐배설물이 언제 날아올지 모르니까.

- 우와, 깜깜해서 아무 것도 안 보여요. 

- 안으로 가보자. 종유석과 석순이 많이 있고, 넓은 ‘이탈리아 챔버’라는 공간도 있어. 과일이나 새를 닮은 모양도 있고, ‘녹고 있는 거대한 양초’라는 석순도 있고. 양초바위, 말바위, 여인상.

- 사람들이 이름을 다 붙였군요. 종유석과 석순은 뭐예요?

- 닝갈루 해안에서 한 번 설명을 했지만 다시 간단히 해줄게. 탄산칼륨으로 이루어진 석회암은 이산화탄소를 품은 지하수나 빗물에 잘 녹아. 땅 속으로 스며들어 동굴을 만드는가 하면 그 안에 종유석이나 석순을 만들어. 동굴 천장에 고드름처럼 생기면 종유석, 동굴 바닥에 죽순 모양으로 솟아오르면 석순. 그런데 방카는 혹시 안전에 문제가 생길지 몰라 1킬로미터 정도만 들어간다고 하네.

- 생각보다 멋진 곳인데. 아래에는 수정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여러 색의 바위들이 숨어 있다 까꿍하며 모습을 드러내고. 절벽이 있는가 하면 호수도 나타나고. 

- 얇은 바위가 툭 튀어나와 자이언트 베이컨이라고 부르는 바위도 있고, 해파리 모습 바위도 있어.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에 대해 감탄하게 되지.

- 아이, 깜짝이야.

- 박쥐들이다! 

- 그런데 박쥐는 어둠 속에서 날면서도 부딪히지 않아요?

- 초음파로 소통을 하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서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고 해. 자, 여기 손으로 만져 봐.

- 돌이 거칠기는 한데 좀 물러서 지하수에 녹는가 봐요. 

- 2010년경에 지하강이 2층으로 나뉘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동굴 안에 폭포도 있다고 하네. 물웅덩이, 또 다른 동굴, 

암반석상도 있다고 하고.  

- 어쩐지 음침한 게 배트맨 생각이 나더라니까.

- 그럼, 나가서 오솔길을 걸어보자. 동굴에서 나가면 세인트폴산 정상으로 향하는 두 가지 길이 나와. 

- 영화도 중요한 장면에서는 두 갈래길이 나오지요.

- 그렇지. 원숭이오솔길과 정글오솔길이야.

- 어느 길이 더 좋아요?

- 어느 쪽을 선택하든 네 인생이 아닐까? 흐흐. 사실 나도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야. 원숭이가 살금살금 다가와 핸드백을 낚아채고 주섬주섬 뒤진다는 말만 들었어. 

- 아빠도, 참! 너무 야박하세요.

- 미안, 공원 안에서는 왕도마뱀, 팔라완나무두더지, 팔라완악취오소리가 발견되는데 멸종이 우려되는 팔라완공작꿩도 있어. 지하에는 둥지를 튼 동굴칼새와 박쥐들이 살고 있고. 파충류 19종, 양서류도 10종이 살아. 

- 바다에는요?

- 아, 바다거북하고 듀공이 살고 있어. 듀공 알지? 이곳은 필리핀 사람들에게도 꼭 오고 싶은 관광지로 꼽히는 곳이야.

- 사람들이 많이 오면 유산을 보존하기 힘들잖아요.

- 그래서 필리핀 정부에서도 자연 그대로를 보존하려고 애쓰고 있어. 관광객 수도 하루 1200명으로 제한해 놓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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