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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Mar 13. 2024

20. 프랑스령 남방의 땅과 바다

20. 프랑스령 남방의 땅과 바다 (프랑스)         세계에서 제일 많은 킹펭귄



 


- 여기에 오니 폴 고갱을 생각지 않을 수 없어. 타히티는 고갱 때문에 유명해졌거든. 서른다섯 살 무렵 경기침체로 실직 후, 갑자기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하고, 가족이 있는 파리를 버리고 타히티로 떠났던 유명한 화가야. 소설 <달과 육펜스>의 주인공이야. 구속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타히티를 배경으로 강렬한 색채의 그림을 그렸지. ‘타히티의 여인’이라는 그림을 보면 알지. 타히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태고의 아름다움이나 소박한 원주민의 모습이 보이지.


- 여기서 얼마나 살았는데요?


- 아마 10년 정도 살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마르키즈 제도 히바오아 섬에 폴 고갱의 묘지가 있어. 나는 고갱의 <우리는 어디서 왔고,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이 마음에 들어. 고갱 박물관에 가면 강렬한 색채를 풍기는 고갱의 그림을 볼 수 있어. 진짜는 아니지만.


- 고흐와 같이 그림을 그렸던 화가 아닌가요?  


- 맞아. 63일간 같이 있었지. 고갱이 떠난 후 고흐는 귀를 잘랐고.


- 생각할수록 짠해요. 타히티는 어떤 곳인가요?


- 타히티는 남태평양 동남쪽 끄트머리에 유럽의 전체 면적과 맞먹는 어마어마한 해역을 거느리고 있어. 정식 이름도 타히티가 아니라 프랜치 폴리네시아야. 그런데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국가 이름보다 ‘타히티’라고 부르고 있어. 제일 큰 섬의 이름이 타히티라서 그랬나.


- 자세히 좀 알려주세요.


- 높은 화산섬과 저지대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타히티는 118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것은 다시 5개의 제도로 나누어져 있어. 먼저, 소시에테 제도인데, 타히티섬, 모레아섬 보라보라섬이 여기 속해 있어. 이곳 주민들이 유럽인들을 매우 우호적인 태도로 환대하였기 때문에 소시에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 다음, 세계에서 환초가 가장 많고 구아나(인산질 비료)가 나는 투아모투 제도, 빵나무 열매를 주식으로 하고 폴 고갱의 묘지가 있으며 일처다부혼제인 마르키즈제도, 진주조개 생산지이고 핵실험장이 되었던 갬비어 제도, 물그릇이나 주발 등에 조각된 섬세한 기하학문양으로 유명한 오스트랄 제도.  


- 오스트랄제도요. 오스트랄로 피테쿠스가 생각나는데.


-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는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는 유인원으로 아프리카 남쪽의 원숭이라는 뜻인데. 오스트랄은 남쪽의, 라는 뜻이야.


- 저도 알아요. 그냥 물어봤어요.


- 요즘 보라보라와 모레아가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어. 보라보라는 뾰족한 바위섬을 가락지 모양으로 둘러싼 바다의 빛깔로 유명해. 수백만 년 동안 만들어진 산호로 인해 바다빛깔이 수시로 변하거든. 타히티섬에서 약간 떨어진 모레아는 하트모양의 세계 최대 산호초가 형성되어 있어 다이빙이나 스노클링하려는 사람들이 많이 와. 고갱의 아틀리에도 재현되어 있고.


- 아, 말로만 듣던 보라보라가 여기 있구나.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요.


- 한참 아이들한테 인기가 많았지. 보라돌이는 키가 제일 크고, 뚜비는 언제나 멋진 춤을 추고, 나나는 애교만점이고, 귀여운 꼬마 뽀는 붕붕이 타는 것을 좋아하고.


- 그런데 우리는 타히티를 보러온 게 아니잖아요.   


- 맞아. 우리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프랑스령 남방의 땅과 바다를 찾아 나선 참이지. 남극해 한 가운데 있어서 인간 활동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 않은 무인도들은 지구의 마지막 원시지역이고, 오아시스나 다름없어. 크로제군도, 케르겔렌군도, 생폴 섬과 암스테르담 제도와 남인도양에 흩어져 있는 여러 섬들로 구성되어 있고. 해양 조류나 포유류가 살고 있는 곳은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은 채 많은 종류가 살고 있어.  


- 역시 자연 그대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보존할 가치가 있어요. 새들은 많이 살아요?


- 안 그래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새들을 보존하기 위해 자연이 마련한 특별한 곳인 셈이야. 세 개의 해류가 모이는 곳에 큰 대륙붕도 발달해서 먹이가 풍부해. 최대 47종의 새가 사는데 약5천 마리 이상이 여기  살아. 16종은 여기에 절반이 살고 있어. 보호를 위해 마련된 특별한 장소라고 생각하면 돼.


- 펭귄이 산다고 들었는데.


- 맞아. 세계에서 제일 많은 킹펭귄이 크로제제도, 일 오 코숑에 살고 있어.  


- 생각나요. 킹펭귄. 황제펭귄 다음으로 큰 펭귄인데 수컷은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100일이 넘게 단식하면서 집단으로 부화시킨다는 펭귄이지요.


- 다른 동물은요?


-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코끼리바다물범이 케르켈렌제도 쿠르베 반도에 살고 있어. 그리고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아남극 물개가 살고 있지. 케르켈렌 고유종인 머리코돌고래도 살고. 아, 차! 암스테르담섬 가파른 절벽에 무리지어 사는 노랑코 앨버트로스를 빼 먹었는데 세계적 규모야.


- 저 앨버트로스 알아요. 단 번에 5000킬로미터까지 날아가는 놀라운 새. 큰 날개 때문에 ‘바보새’라고 놀림 받기도 하지만 거친 바람이 불면 절벽 끝에 자신을 곧추 세우는 자유로운 영혼, 신천옹이라 부르는 새, 너무 존경스러워요.


- 이런 넓은 곳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알겠지? 굳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탄소절감이나 중립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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