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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Mar 20. 2024

21. 소코트라군도

21. 소코트라군도 (예멘)           인도양의 갈라파고스     

- 이곳에 발을 디디면 놀라지 않을 사람이 없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비행접시나 우산처럼 생긴 ‘용혈수’(드라카에나 시나바리)라는 나무 때문이야. 용피나무라고 부르기도 해. 비가 적은 지역이라 나뭇잎이 수분을 빼앗기지 않도록 침엽수 모양을 하고 있는데 상처가 나면 사람이나 동물처럼 피를 흘려. 

- 용혈수(龍血樹)라면 용의 피를 말하는가요?

- 그래 맞아. 용의 피라고 생각해서 진통제나 지혈제, 중세시대에는 연금술에 쓰였어. 화장품, 염료, 시신보존에도 쓰였고. 다음은 사막의 장미로 불리는 아데니움. 붉은 꽃이 피어 있어 환상적인데 줄기를 보면 코끼리 허벅지처럼 생겼어. 건조한 기후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 맞아요. 사막의 선인장도 그렇잖아요.

- 도스테니아 기가스라는 식물도 있어. 산호 모양으로 5미터까지 자라는데, 집에서 키우려면 부담스러울 거야. 씨앗이 고가이고 식물도 마찬가지거든. 여기서도 보기 힘든 오이트리도 있어.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도 있고.

- 어린 왕자요?

- 아마 어린 왕자를 쓴 생텍쥐페리는 이 나무를 어디에선가 보지 않았을까 싶다. 바오밥나무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인데 높이는 20m까지 자라고 5천년을 산다고 해. 저장해둔 물 덕분에 줄기가 통처럼 부풀어 올라 ‘병나무’라고도 불리고.

- 그래서 실의에 빠진 어린 왕자가 바오밥나무의 싹을 뽑았군요.

-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는 별을 파괴하는 나쁜 나무지만, 사실은 곤충들이 편히 쉬고, 동물이나 사람에게 식량을 제공하는 착한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야. 그런데 이 나무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

- 소코트라로 모두 데려와야겠어요. 여기가 바로 인도양의 갈라파고스라고 하잖아요.

- 좋아. 소코트라 군도는  아프리카의 뿔처럼 툭 튀어나와 있는데 오랜 세월 육지와 격리되어 있어서 원시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여기서밖에 볼 수 없는 다양하고 풍부한 고유종 동식물이 살아남은 이유야. 

- 풍부한 동식물이 산다고요?

- 응. 벌새처럼 생긴 태양새, 찌르레기, 가마우지, 멧새, 시스티콜라가 여기에 살아. 그뿐이 아니야. 소코트란 석류, 보스웰리아 소코트라나도 살아. 이 섬의 동식물을 보면 지구가 아닌 외계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 지역에는 825종의 식물이 사는데 그중 307종이 고유종이야. 식물 종 1/3 이상이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희귀종이고. 그뿐 아니야. 새들에게도 아주 중요한 곳이야. 멸종 위기에 처한 새, 많은 종이 여기에 살아. 육지 새 바다 새 할 거 없이.

- 태양새는 태양을 닮았나요?

- 그런 면이 있지. 태양새는 작은 곤충이나 거미, 꽃꿀을 먹고 사는데 벌새처럼 생겨 혼동될 수도 있어. 꽃 앞에서 정지비행을 하며 꽃꿀을 빠는 것도 꼭 벌새 같아. 부리는 가늘고 아래로 구부러졌고, 혀는 대롱모양으로 길어. 그런데 번식기가 되면 수컷의 깃털이 붉은색, 자주색, 노란색, 파란색이 섞인 것으로 바뀌어. 그보다 화려할 수 없다 싶을 정도야.  

- 보스웰리아 소코트라나는 식물인가요?

- 보면 볼수록 매력적인 아프리카 식물인데 잎 모양이나 잎맥이 레이스로 만든 것처럼 섬세하고 잎자루도 특이해. 아주 여리게 보이는가 하면 강인함도 엿보이고. 좀 비싸고 구하기 어렵지만 키워볼 만해.

- 육지에서 오래 떨어져 폐쇄적인 상태로 있어서 그런가 봐요.

- 소코트라 군도는 인도양 북서부에 아덴만 부근에 있어. 길이가 250킬로미터 정도이고, 4개의 섬과 두 개의 작은 바위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기후는 뜨거우면서 건조해. 석회암지대라 고원과 동굴이 있고, 1525미터의 높은 산도 있어.

- 화산섬인가 보지요.

- 그렇지는 않아. 대륙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화산섬인가 보다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건 아니야. 신생대 마이오세에 떨어져 나온 대륙의 일부야. 

- 소코트라 역사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 옛날에는 홍해와 인도양의 해상교통로로 이용된 곳인데, 페르시아 진주, 유향, 몰약, 중국비단, 인도면포, 아프리카 상아를 거래하기 위해 대상인들이 머물던 저택이 있던 곳이야. 소코트라는 산스크리트어로 ‘더없는 행복’이라는 뜻이고.

- 아, 행복한 곳이군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밥나무도 있고.

- 꼭 그렇지는 않아. 1980년대 동서냉전기에 구소련이 남예멘에 지원한 전차가 해안에 버려져 있어. 소련제 T-34/85 전차인데 비와 해풍에 부식되어 벌겋게 녹이 슬어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 지금도 사람이 살지 않아요?

- 아니야. 현재 5만 명 이상의 주민들이 주요 섬에 살고 있어. 고기를 잡거나 가축을 기르고 대추를 재배하면서. 그런데 대중교통도 없고 도로만 두 개 나 있어. 

- 아니, 사람이 많이 살면 보존하기가 힘들지 않아요?

- 그냥 대체적으로 잘 보존이 되고 있기는 한데 방목이나 도로포장, 천연자원 남획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장차 미래에는 외래종이 침입할 수도 있고. 그러면 관광이 지속되기 어려울 수도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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