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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치부자 Aug 06. 2024

에어컨 없이 한 달 살기?!

feat. 멍청한 노력보다 잘못은 빠르게 새로고침하기.

예전에는 선풍기 만으로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에어컨 없이는 살 수 없는 

시절이 되어 버렸다.


나 혼자서는 에어컨 없어도 괜찮은데,

연신 땀을 뻘뻘 내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엄마로서 무언가 큰 잘못을 한 거 같다.





전투토끼 엄마의 스토리



2023년 7월 별거를 시작하면서

아이 둘과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렸다.

작년에는 그래도 친정엄마 집에서 비벼대며

여름을 그럭저럭 넘겼는데,

올여름에는 비빌 언덕이 없다. 

(친정엄마와의 이야기는 다음에 자세히......)




2024년 4월 깊은 낙심과 우울로 정신 못 차리고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나니,

나는 더위를 많이 타지는 않는 편이기도 하고,

우리 집이 겨울엔 꽤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기도 해서 

한창 장마라 비가 끊임이 없고,

다행히 빙빙 잘 돌아가던 선풍기 한 대로 

6,7월을 버텼다.






그러다 얼마 전 샤워 중에 보게 된 

둘째 아이 목에 땀 띠.

아침, 저녁으로 물 샤워를 시키고 

엉덩이에 바르는 보송보송한 바디 파우더를 

목에 연신 두드려 줬는데도 없어지지 않았다.



마음이 급해졌다.

스탠드 에어컨은 너무 비싼 것 같아,

지지난주 벽걸이 에어컨을 급하게 주문했다.

아이들이 방학이라 아빠 집으로 놀러 간 동안

얼른 에어컨을 설치해놓고 싶었다.






에어컨 설치는 못해도 출장비는 당근!




드디어 에어컨 오는 날, 

아침부터 집정리와 청소를 하면서 

비 오듯 땀을 흘렸지만,

종종거리며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런데, 에어컨 설치란 게 그냥 되는 게 아니었다.

우리 집의 경우, 매립배관형이고 실외기가 외부라 

벽걸이 에어컨을 하려면 크기가 커지던지,

스탠드 에어컨으로 해야 했다.

가성비를 고려하여 고심 끝에

내가 주문한 벽걸이는 사이즈가 작아 

맞지 않았다......


그날 설치를 못했지만, 

우리 쪽 잘못으로 설치를 못한 것이라

기사님이 출장비를 달라고 했다.

하신 것은 없지만 이 더운 날 여기까지 온 기사님을

그냥 돌려보내긴 그랬다.


기사님이 출장비 6만 원을 부르시길래,

좀 깎아달라고 해서 5만 원을 드렸다.

우리 집에 정확히 설치가 가능한 모델과 

배관 사이즈가 무엇인지 알게 된 정보 값이다.


그리고 급하게 연신 쿠팡과 네이버를 뒤져 

판매처 여러 곳에 전화를 해보았다.

주말이라 주문을 해도 

월요일이나 돼서 연락이 오려나보다.

주말을 종종 거리다

월요일이 되어 전화했지만 받지 않아 

기다리다가 주문 취소를 하고,

새로 주문을 하고 보니 

실제 나와있는 가격은 

실외기와 설치비가 포함 안된 것이라

원래 생각했던 예산보다 

수십만 원은 더 많이 나온다는 걸 알았다.

그냥 설치를 할까 하다가 

비용이 얼마가 될지 모른다는 말에

다시 주문취소를 하고, 


중고 에어컨도 알아보려다가 신형과 

얼마 차이가 나질 않는다는 걸 알고

예산을 늘려 신형으로 구입하기로 하였다. 


스탠드 에어컨은

 기본 100만 원 이상은 훌쩍 넘는 것 같았다.

거기다 우리 집은 일반형이 아니라 

매관배립형이라 설치비가 20~30만 원 이상은

 더 들어간다. 




그래도 할 건 해야지.
바보 같은 계산기 그만 두들기고
얼른 행동해라.






진짜 뭣이 중헌디?!




이렇게 아이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생각지도 못하게 

놓치는 부분들이 하나씩 생긴다.

에어컨 안 산다고 돈 아끼는 게 아니라

지금 삶의 질을 지키지 못하는 게 

더 큰 로스다. 



엄마가 에어컨을 얼른 구입해서 

설치했어야 하는데, 

무지해서 미안해.


집에 있기에는 아이들에게 너무 힘든 일이라,

주말에는 스타벅스 카페와 외식을 하면서

밖에서 어떻게 해서든 버텨 보고 있다. 




다행히, 어제 에어컨 주문은 제대로 한 것 같다.

오늘 바로 전화 와서 발주를 진행해주신다고 한다.

설치는 다음 주 월요일이나 돼서 가능하다고 해서

빨리 좀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제 우리 집에도 에어컨이 생긴다. 

시원해져서 기뻐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고 너무 미안하기도 하다.


가끔 이렇게 상식적인 것도 놓치는 

나의 멍청함을 대할 때면 

스스로 자책이 오기도 하지만,

'자책감'이 건강한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안 뒤로는

그냥 빨리 인정하고 고치는 수밖에 없다. 

앞으론 미리 살펴서 준비해 두자.

큰돈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한 번에 제대로 잘하려고 하자.



엄마가 이렇게 부족하고 가끔 어리석어서

실수도 하지만,

너희들에게 한 가지 꼭 약속할게.



앞으로는 미리 살펴서 준비해 둘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빨리 깨닫고 얼른 고칠게.
완벽하진 않지만,
노력하고 충실한 엄마가 될게.



이제 우리 집에도 에어컨이 생긴다.

설치가 완료될 때까지 마음 졸이겠지만,



항상 언제나 길은 있으니까,

일 생기면 또 뚫고 나가지 뭐.



세상의 모든 엄마들

파이팅.






전투토끼의 첫 번째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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