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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아이들과 하와이 여행기(8)

by 자유 창조 Mar 10. 2025

오늘 밤에 묵을 숙소는 정글에 있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는 숙소인데 정글에 있다 보니 먹을 음식을 충분히 챙겨가지 않으면 낭패가 될 수 있다. 공항에서 가까운 월마트를 검색하여 이동한다. 월마트는 이곳에서도 대규모를 자랑한다. 땅이 넓어 주차장이나 마트는 단층이다. 땅이 넓은 나라의 특권이다. 밤에 먹을 음식과 물, 과일을 사서 나왔고 출발하기 전 ROSS라는 아웃렛에도 가본다. 창고형 매장 같은 건데 시기만 맞으면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겠다. 쇼핑하러 온 건 아니니 그냥 구경만 한다. 구경만 하는데도 워낙 넓으니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정글 숙소까지 가려면 해가 질 거 같다. 




 

 숙소로 가는 길은 해가 지니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초행길에 길도 넓지 않다. 주소하나 가지고 출발하는데 호스트가 많이 헷갈릴 테니 몇 가지 참고사항을 알려줬다. 조각상을 보고 두 번째 좌회전을 하면 초록색 작은 문이 나오는데 문을 통과하여 첫 번째 좌회전을 하면 숙소가 나온다는 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가본다. 숙소까지 남은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는데 벌써 해가졌다. 건물도 없는 정글로 향하자 둘째는 무섭다고 난리다. 구글에서는 도착했다고 하는데 아무것도 없다. 하하하~~!!! 너무 어둡고 랜턴도 없으니 좁은 길을 나가볼 수도 없다. 차에 가족을 두고 혼자 다녀올 수도 없는 지경이다. 둘째는 밝은 시내로 다시 가서 차에서 자는 게 어떠냐고 진지하게 제안한다. 그러기엔 정글 경험이 아쉽다. 첫째는 확실히 논리적이다. 아까 조금 큰길로 다시 나가 생각을 해보자고 한다. 아내는 괜히 이런 숙소를 예약했다고 미안하여 안절부절못한다. 하지만 우린 이런 것도 추억이라고 얼마나 멋진 숙소일지 기대가 된다고 아내를 위로한다. 첫째의 조언을 듣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차근차근 차 라이트를 이리저리 비추며 찾아 헤매다 결국 숙소를 찾았다. 아마 콜럼버스가 미대륙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느낌이라면 약간 오버겠지만 우리 가족에겐 그 정도로 간절하고 기쁜 발견이다. 


 호스트가 맞이하는 숙소가 아니라 셀프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하는 숙소다. 숙소 안에 랜턴 4개가 조명의 전부다. 아내는 숙소 안에 들어가 랜턴부터 켠다. 난 야외 주방과 화장실, 샤워실을 확인하고 캠프파이어를 준비한다. 바닥에 밤이슬이 있어 마른 땔감을 찾기가 쉽지가 않다. 결국 우리가 챙겨간 이면지를 조금 태우기 시작하면서 마당을 밝게 비추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핸드폰 조명으로 간신히 물을 데우고 프라이팬에 소시지를 구워 아이들과 간단히 식사를 마친다. 집 주변을 찾아 헤매다 장작을 모아둔 장소를 찾았다. 나무를 몇 개 들고 오니 가족들 눈에 난 이미 김병만이다. 이윽고 캠프파이어를 하며 자리에 앉아 하늘을 처음 보는데 살면서 그런 별들은 처음 본다. 하늘에 별이 가득히 자리 잡고 우릴 밝게 비춰주고 있다. 그냥 멍하니 한참을 쳐다보며 숙소를 예약한 아내에게 역시 최고라고 칭찬한다. 그제야 아내도 안도의 미소를 보인다.





  늦은 시간까지 둘째는 불장난을 마음껏 하고 우리 부부는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다. 결혼하고 아이 키우면서 처음 갖는 시간에 서로에게 감사하고 고생했다는 표현을 한다. 만난 지 19년, 결혼한 지 만 17년이 지난 지금에도 난 아내가 참 좋고 사랑스럽다. 두 아이는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럽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가족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끼면서 슬기롭게 커가길 바란다. 


 밤새 비가 많이 내린다. 숙소 천정이 천막으로 된 돔형이라 빗소리에 몇 차례 잠을 깼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4시에 눈을 떠 마당에 나가본다. 비가 꽤 내리고 있어 근처를 걸을 수도 없다. 주방 쪽에 가서 어두운 숙소를 바라보고 하늘도 바라보다 숙소로 들어간다. 비가 그치고 일출시간쯤에 다시 나가보니 숙소가 이렇게나 예뻤구나 하면서 감탄을 한다. 빛이 주는 경이로움 이상으로 숙소는 아름답다.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을 거 같다. 




   오늘은 하와이 화산국립공원과 푸날루우 블랙 샌드 비치를 갈 예정이다. 빅아일랜드는 화산국립공원과 마우나케아 천문대 두 곳만 봐도 될 정도라고 책에서 추천했지만 마우나케아 천문대는 워낙 고지대라 나이 제한으로 갈 수 없어 블랙 샌드 비치를 추가로 선택했다. 숙소를 깨끗이 정리하고 화산국립공원으로 출발한다. 숙소를 나와 큰길로 나오는데 어젯밤에 찾아온 게 용할 정도다. 아마도 하느님이 보우하신 게 틀림없다. 왕복 2차선 길로 진입하자 길 오른편에 바다가 보인다. 저 멀리 낡은 왜건 한 대가 서 있는 걸 보고 우리도 그쪽에 주차를 하고 가본다. 기암절벽과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너무 경이로워 두려울 정도다. 심호흡을 하니 가슴이 뻥 뚫리고 마음속 스트레스가 날아간다.

 





  빅아일랜드가 제주도 3배 크기라고 하니 섬 동쪽에서 중부까지 가는 일정이 짧지 않기에 서둘러 다시 출발한다. 화산국립공원은 또 어떤 경이로움을 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 9편에 계속 -




잊지 마세요. 오늘도 당신은 향기로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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