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의 영문 요약 후에는 한글 전문이 나타납니다.
The hidden gem I discovered in Geoje is the vivid red camellia (Dongbaek). As the official city flower of Geoje, camellia trees can be found all across the island. Typically known as a winter-blooming flower, the camellia reaches its peak from January to March in Geoje. In a winter where snow rarely falls, this flower signals the season's presence even more vividly than snow itself. Interestingly, in some parts of Geoje, camellias continue to bloom into April. Amidst the light and airy spring blossoms, the lingering camellias may not appear as showy, but their deep red hue stirs the heart with a more intense warmth. Today's story is about the camellias of Geoje. It shares where in Geoje you can enjoy these flowers and concludes with a poem that suggests camellias are more than just blossoms—they are deeply connected to the life of the island itself.
거제에서 만난 숨은 정수는 바로 붉은 ‘동백(冬柏)’이다. 동백은 거제시의 시화(市花)라고 하니, 섬 곳곳에서 동백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보통 동백은 겨울에 피는 꽃으로 알려져 있으며, 거제에서 동백의 절정기는 1월부터 3월까지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는 거제의 겨울에, 이 꽃은 눈보다 더 선명하게 겨울의 존재를 알려준다. 그런데 거제 내 어떤 곳에서는 4월까지도 동백꽃이 피어 있다. 봄꽃들 사이에서 아직도 남아 있는 동백은, 하늘하늘한 다른 계절의 꽃들에 비해 화려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 붉음은 오히려 더 뜨겁게 마음을 흔든다.
만약 거제를 1월에서 3월 사이에 방문하게 된다면, 어디에서 동백을 만날 수 있을까? 내가 자주 가는 곳은 외간리, 거제식물원, 그리고 배를 타고 들어가는 지심도와 장사도다. 학동리의 동백나무 숲은 팔색조까지 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접근이 쉽지 않아 우리는 늘 차로 지나치기만 했다.
내가 살고 있는 거제면 외간리에는 경상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350년이 넘은 동백나무가 두 그루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이 나무들을 부부 동백나무라 부르곤 한다. 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 (https://m.blog.naver.com/geojecity/223070643177)를 참조하길 바란다.
어떻게 동백나무가 350년이 넘도록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만큼 그 크기 또한 웅장하며, 무엇보다도 나무 자체가 매우 건강하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외간리 동백나무의 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고 싶다면 2월이나 3월에 방문하는 것이 좋다. 운이 좋다면 4월 초까지도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외간리 동백나무가 있는 장소는 정자가 있는 아담한 공원으로, 바로 앞에 주차할 수 있다. 우리가 갈 때마다 조용해서 김밥 도시락을 싸서 가벼운 점심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고, 조금 위쪽에 있는 한옥카페 ‘더외간’에서 차 한잔 하며 여유를 즐기곤 한다.
거제면에 위치한 식물원은 이미 나의 브런치 거제섬꽃축제 (https://brunch.co.kr/@insungjung/49)에서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식물원에 이렇게 많은 동백나무가 있는 줄은 올해 4월에 방문하고서야 알게 되었다. 붉은 동백뿐 아니라 흰색, 분홍색 동백들도 있어 더욱 반가웠다.
그리고 동백은 벚꽃처럼 흩날리지 않고, 꽃송이 하나하나가 조용히 땅으로 떨어진다는 사실도 그날 처음 알았다. 그날따라 마음이 조금 무거운 날이었는지, 동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마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기분 좋은 날 보았다면 또 다른 감상이었을 것이다.
장승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지심도는 ‘동백섬’이라는 별명이 있다. ‘지심(只心)’이라는 이름부터 마음을 끄는 이 섬은, 지난 12월과 1월에 두 번 방문했다. 섬 전체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있으며, 실제로 전체 나무 중 약 70%가 동백나무라고 한다. 지심도에는 아름다운 동백터널이 있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꽃망울 몇 개만 볼 수 있어 조금 아쉬웠다. 지심도의 붉은 향연을 제대로 보려면 2월 이후에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더 자세한 정보는 거제시청 공식 안내 페이지 (https://www.geoje.go.kr/index.geoje?contentsSid=7940)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산 출신의 정선우 시인은 『모두의 모과들』이라는 시집에 「지심도 동백」이라는 시를 발표한 바 있다.
“바람은 몇 번이나 다녀간 걸까 / 찰나라는 말을 삼킨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 시는 지심도의 슬픈 역사를 동백의 붉음과 연결하여 담담하게 풀어낸다. 전문은 시집을 통해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또 다른 섬 장사도 역시 동백으로 유명하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시에 속하지만, 거제 가배항에서 배를 타고 쉽게 갈 수 있다. 이곳은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동부면 학동리는 몽돌 해수욕장으로도 유명하지만, 1971년부터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 숲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수많은 동백나무들이 해풍을 맞으며 수백 년을 살아온 이곳의 동백은, 사람이 심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라난 자생 동백나무라고 한다.
노자산 능선 아래 위치한 이 숲은 경사가 심하고 암석이 흩어져 있으며, 여름에는 습기가 많고 다양한 나무들이 함께 자라고 있어 팔색조의 번식지로도 최적의 환경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동백나무 숲이자 팔색조의 서식지인 만큼, 조금 수고를 들이더라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다. 아직 우리는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찾아가 그 오래된 숲의 기운을 느껴보고 싶다. 아마 오래된 신전 안에 발을 들이는 듯한 경건함이 느껴질 것 같다.
예로부터 동백오일은 머리나 피부에 바르는 용도로 많이 사용되어 왔다. 피부에 바르면 부드럽게 스며들고, 머리카락에 바르면 윤기를 되살려준다고 한다. 이 오일은 동백꽃이 지고 난 뒤 남겨진 씨앗에서 추출된다. 현대에는 ‘동백 헤어샴푸’, ‘카멜리아 샴푸(영문)’, ‘츠바키 샴푸(일본어)’ 등의 이름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거제는 특히 동백오일의 품질로도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의 동백 씨앗은 품질이 뛰어나 화장품 원료는 물론 식용 오일로도 가공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거제면의 5일장에 들렀다가 근처 카페를 찾았는데, 그곳이 알고 보니 동백 연구소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분은 동백오일이 올리브 오일보다 더 부드럽고 빠르게 흡수되며, 무향·무첨가·무화학 성분으로 만들어 건강에도 매우 유익하다고 설명해 주었다. 자연이 준 치유제라는 말이 정말 실감 났다. 쿠팡에서 거제동백오일을 찾았을 수 있었다.
거제에서 살다 보니, 동백이 없는 거제는 이제 상상하기 어렵다. 그 마음을 담아 짧은 시 한 구절을 적어본다. 어른 되어 처음 짓는 시. ㅎㅎ 그냥 느낌만 즐기시길.
겨울의 거제
붉은 점 하나 없이
산도 바다도
그냥 푸른색이면
그건 거제가 아니지.
동백은 그저 풍경이 아니라
증거다
거제에 삶이 있다는.
한 송이 피어
한 계절을 견디고
조용히 사라져도
동백 없는 거제는
거제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