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전문은 앞 부분의 영문 요약 후에 나타납니다.
Summer in Geoje is full of life. The entire island sways with vibrant green, and the sea is filled with deep blue waves. When the rain stops, fluffy white clouds float across the sky, and the sunlight becomes even brighter. In the heart of that summer, the best place to feel the sea up close and enjoy the cool breeze is at the beach.
As of 2025, Geoje has a total of 16 beaches open to the public. Most of them open in early July and close in mid-to-late August. For 2025, the official beach season runs from July 5 to August 24.
This story focuses on three beaches that left a particularly strong impression on me:
Hakdong Mongdol (Black Pearl Pebble) Beach in Dongbu-myeon, and Gujora and Wahyeon Beaches in Irun-myeon. If you love the ocean, these are places you’ll want to visit at least once.
Personally, I find myself returning to them every summer — and sometimes even in other seasons too.
거제의 여름은 생기가 넘친다. 섬 전체가 초록빛으로 일렁이고, 바다는 푸른 물결로 가득하다. 비가 그치고 나면 하늘엔 하얀 뭉게구름이 둥실 떠오르고, 햇빛은 더욱 선명해진다. 그 여름의 중심에서 바다를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곳, 시원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해수욕장이다.
2025년 기준, 거제에는 모두 16개의 해수욕장이 있다. 와현, 구조라, 학동, 망치, 명사, 사곡, 물안, 농소, 흥남, 덕포, 덕원, 함목, 여차, 옥계, 황포, 구영 해수욕장이 그 주인공들이다. 대부분 7월 초에 개장해 8월 중순 이후 문을 닫는다. 올해는 7월 5일 개장해 8월 24일까지 운영된다고 한다.
이번 이야기는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해수욕장 세 곳에 대한 것이다. 동부면에 자리한 학동흑진주몽돌해수욕장, 그리고 일운면의 구조라해수욕장과 와현 모래숲 해수욕장. 바다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들이고, 개인적으로도 여름, 혹은 다른 계절이라도 꼭 한 번씩 들르는 해변들이다.
학동 흑진주 몽돌 해변은 모래 대신 '몽돌'이라 불리는 둥근 자갈로 이루어져 거제에서도 독특한 풍경을 자랑한다. (참조로 일운면의 망치해수욕장도 몽돌 해변이다.) 이곳 해변의 가장 큰 특징은 크고 작은 몽돌들이 고르게 섞여 있다는 점이다. 몽돌 위를 걸으면 발밑에서 자갈들이 부딪치며 내는 경쾌한 소리가 파도 소리와 어우러져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유난히 맑은 바다와 검은 몽돌,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위섬들이 배경이 되어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이국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학동 해변에서는 해수욕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 레저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특히 여름 성수기에는 모터보트, 바나나보트, 제트스키 등 스릴 넘치는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해변에 활기를 더한다.
해수욕장 입구에는 규모가 크고 깨끗한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으며, 곳곳에 안전요원이 상주하여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해변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고 도로변 주차도 가능하여 접근성이 좋다. 주변에는 호텔, 펜션 등 다양한 숙박시설과 특색 있는 식당 및 카페도 많아 편의성이 높다. 인파가 많은 여름을 피해 봄, 가을, 겨울에 방문하면 이 해변의 고요함을 온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근처 재즈 바에 들려 음악 감상을 하면서 차를 마시면 금상첨화.
부드러운 모래 해변을 선호한다면 와현 모래숲 해변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고운 모래와 잔잔한 파도가 특징인 와현은 학동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다. 이곳은 수심이 얕아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거제 현지인 분들이 아이들 데리고 가장 많이 가는 곳이 바로 와현해수욕장이라고 한다.
특히 와현은 바다낚시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해변 양쪽 끝에 있는 작은 방파제와 갯바위는 어종이 다양하고 입질을 받기 좋아 초보자도 쉽게 손맛을 볼 수 있다고 이웃에게 들었다. 낚시를 모르는 나로서는 이 의미를 잘 모르지만 낚시하신 분들은 이해하셨죠?
넉넉한 크기의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춰져 있으며, 주차 공간도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주변에 학동만큼 상업시설이 많지는 않지만, 방문객이 이용할 만한 식당과 카페는 충분히 찾을 수 있다.
구조라해수욕장은 구조라항 옆에 조용히 펼쳐진 해변이다.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단정한 모래사장과 맑은 바닷물이 어우러져, 짧게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사람도 많지 않아 혼자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잘 어울린다.
다만 한여름 성수기에는 꽤 붐빈다. 거제에 살다 보면 그런 시기에는 이처럼 이름난 해수욕장엔 잘 가지 않게 된다. 그래도 우리 이웃 중 몇몇은 성수기에도 구조라해수욕장을 자주 찾는다. 단순히 해수욕 때문만이 아니라, 카약과 스노클링을 즐기기 위해서다. 구조라 앞바다는 물살이 잔잔하고 바닥도 완만해 초보자도 카약을 쉽게 탈 수 있고 한다. 섬과 섬 사이를 천천히 가로지르듯 노를 저으며 바다 위를 유영하면, 일상에서 벗어난 기분이 든다고. 바닷물도 맑아 스노클링을 하면 해조류 사이로 헤엄치는 작은 물고기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고 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멀리 해외로 가지 않고도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으나, 물을 무서워하는 나는 할 수가 없어 정말 아쉽다. 늦었다고 생각 말고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우리 이웃들은 개인 장비가 있어 여름이면 수시로 바다에 나간다. 하지만 잠깐 거제를 찾은 여행자나 장비가 없는 사람도 어렵지 않은 듯하다. 장비 대여도 가능하고, 안전 장비도 잘 갖춰져 있어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도전해 볼 만한 쉬운 해양 레저다.
구조라항에는 유람선터미널이 있어 외도와 해금강으로 향하는 배들이 이곳에서 출발한다. 구조라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조금 덜 더운 날을 골라 유람선을 타고 외도와 해금강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일정이 될 것이다.
노을을 보며 맨발로 걷는 해변, 사곡해수욕장: 내가 사는 거제면 이웃 동네인 사등면에는 사곡해수욕장이 있다. 차를 타고 시내에 다녀올 때면 종종 그 옆을 지나게 되는데, 시청에서 10분 정도면 닿는 가까운 거리라 접근성도 좋다. 해변은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고, 모래가 유난히 부드러워서인지 저녁 무렵이면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다. 노을이 지는 시간에 해변을 걷고 있으면, 이곳이 거제 시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평화롭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해변, 명사해수욕장: 강아지를 키우는 이웃들이 자주 찾는 곳이 바로 명사해수욕장이다. 여름철이면 간식교환소, 전용 샤워장, 놀이터, 패들 보드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어 반려동물과 함께 여름을 보내기에 딱 좋은 곳이다. 해변도 넓고 깨끗해서 반려견이 마음껏 뛰놀 수 있고, 보호자들도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며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야말로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에게 ‘추억의 놀이터’ 같은 해수욕장!
도심 속 숨은 해변, 미개장 죽림해수욕장: 죽림해수욕장은 거제면 오수리에 있는 조용한 해변으로 거제에서 여름에 개장하는 16개 해수욕장 리스트에는 없다. 정식 개장된 해수욕장은 아니고, 사유지라 시설은 거의 없다. 화장실은 있지만 관리가 안되어 사용이 쉽지 않고, 샤워실이나 안전요원도 없다. 차로는 들어갈 수 없고 도보로만 접근할 수 있는데, 그만큼 조용하고 사람도 많지 않다. 이웃분이 조용한 곳이라며 추천해 주셔서 접이식 의자를 들고 몇 번 찾아간 적이 있다. 모래사장은 작고 소박하지만, 우리 집과 가까워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해 질 무렵이면 바다 위로 붉은 노을이 퍼지고, 파도 소리가 귀에만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개장되지 않은 해수욕장이기 때문에 물놀이보다는 바닷바람을 쐬며 커피나 차 한 잔,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에 참 좋은 공간이다.
거제의 해수욕장은 단순한 물놀이 장소를 넘어선다. 저마다 다른 풍경과 소리를 간직하고 있으며, 방문객에게 조금씩 다른 휴식의 경험을 제공한다. 해수욕은 물론 바다낚시, 해양 레저, 고요한 산책까지 각 해변은 다른 방식으로 즐거움을 준다. 이번 여름, 거제의 해변 한 곳을 찾아 자갈의 소리를 듣거나 부드러운 모래를 밟아보는 경험은 분명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우리도 지금 7월 5일 개장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해수욕장을 방문하려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