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혐오
adhd와 불안으로 정신과를 찾을 무렵이었다.
거울 속에 나를 보는데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얼굴을 보고 있는 내 시선마저 지우고 싶을 만큼 , 나를 계속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당장 나를 바꾸고 싶은데 생각나는 건 헤어의 변화뿐이었다.
당장 갈 수 있는 미용실로 향했다.
“짧게 숏 커트 해주세요.”
얼마만의 숏 커트인지 … 말해놓고도… 잠깐 후회가 밀려왔지만 뭐라도 좋았다.
지금 거울 속 내 모습만 아니면 뭐든 좋을 것 같았다.
“고객님은 목이 시원시원하게~길어서 짧게 잘라도 답답한 느낌도 안 나고~ 짧은 기장이 더 어울리실 것 같아요~!”
생각이 스쳤다. ‘내 목이 길다고?! 그건 연예인들이 듣는 말 아니었나? 목이 길어서 예뻐 보이는 연예인 이런 기사에나 붙는 말인 줄 알았는데?!‘
처음 듣는 낯선 조언에 … 멍하다가.. 옆에 앉은 사람들을 힐끔힐끔… 거울 넘어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내 목이 조금 긴 것 같기도 하고?!
스타일링을 다 끝나고 거울을 보는데 미용사 말처럼 그전 헤어스타일보다 지금의 짧은 기장의 헤어스타일이 더 잘 어울렸다.
기분은 가벼워지긴 했는데…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나도 나에 대해 몰랐던 작은 부분을 처음 본 미용사가 장점으로~부각해 주던 순간이 마음에 계속 되감기 됐다.
나는 나의 단점만 찾기만 했지 나의
장점을 찾아보려고 한 적도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없었다.
너는 너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는 건 맞냐고, 물었지만
답을 할 수 없었다.
말로만 나를 사랑한다 했지,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나를 사랑했었나… 묻고 싶었다.
사랑영화 흔한 대사가 생각나는 건 왜일까?
”날 사랑하긴 했나요? “
내가 온전히 나의 전부를 사랑한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랑하면 상대방에 구석구석을 알고 싶어지고 못난 부분도 보듬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나를 미워만 했다.
미운 걸 바꾸기만 하면 나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거에만 집착하다 보니… 더 미운점만 찾고 있고 감정은 감정되로 곪아 버렸다.
나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내가 무얼 잘하는지
바로 답할 수 없었다
40 가까이 되어서도 내가 잘하는 게 없다는 사실이 참담했다.
누군가에게 한참 늦은 나이, 누군가에는 일찍 알아챈 나이가 될 수 있겠지…
미용사의 한마디에 나는 내가 원한 것보다
남들 시선에 만족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단 걸 알았다.
‘여자에게 긴 머리이지…!’
나를 돋보일 수 있는 짧은 머리를 놔두고
긴 머리를 고집했던 내가 안쓰러웠다.
지금도 나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있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 되어야만 길을 찾을 수 있단 걸 알게 됐다.
이번에는 멀리 돌아가지 않고 나를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 뒤로 도수치료를 받으러 갔는데도 거기서도 내가 목이 긴 거라고 하시네?! 40 가까이 돼서 처음 알게 된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