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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따오로 가는 길: 공항 면세점의 매력

생에 첫 단체비자 경험기 & 백화점보다 비싼 면세 즐기기

by 아란

택시를 타고 설레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지난밤 쌓여있던 눈이 그대로인 터라 더욱 새벽날씨가 쌀쌀했다. 그래도 공항에는 얼음들이 다 녹아있어 제설작업이 마처진 모양이다.

비행기 운항에 큰 차질은 없을 것 같아 보였다.


처음 보는 새벽 국제공항 풍경. 공항에서 자는 사람이 참 많더라. 수하물 카트 가득 음식이랑 캐리어가 가득 쌓인 노숙자들이 많았는데 여행객들이 버리고 가는 음식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우는 듯했다.

국제난민으로 '해외 공항에 이런 일이 있다'라며 다큐 같은 곳에서 봤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처음 보는 거라 신기했다. 그들은 그 생활이 익숙한지 수저로 스팸을 덤덤하게 퍼 먹고는 다시 자리를 잡고 의자에 누웠다. 낮에 공항 왔을 때는 노숙자들이 보이지 않았는데, 새벽에 이렇게 보이니 이 사람들이 낮엔 왜 보이지 않았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게 저렇게 도착을 해서 미팅장소에 가서 등록을 하는데, 우리가 1등으로 도착했다.

10분 정도 일찍 왔는데 대기하고 있으면 전화 준다고 해서 근처에 자리 잡고 어떤 사람들이 올까 하며 설레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근데 나의 사랑스러운 직장동료가 하루 안 본 그날에 약 11개월간의 남자친구와 마침표를 찍고 왔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이게 마지막 여행인데 그이와도 이별을 했으니 그녀는 1+1 이별여행이다.

그 하루사이에 이별하고 온 그녀의 표정이 참 착잡해 보였다.

하염없이 어떤 사람들이 함께 패키지를 떠날까 기대하며 바라보게 된다고 이야기하였다.


미팅처에 여행자 무리들이 도착했다.

부모님 또래의 어르신들 4분이셨다. 또 한 그룹이 왔다.

또 부모님 또래의 4분이시다. 또 등록했다. 또 부모님 또래의 4분이시네? 또 등록했다.

부모님 또래의 가족... 이렇게 우리는 부모님들 모시고 즐거운 효도관광(?)이 아닌 행복한 막내둥이 패키지여행을 가게 되어당

룰루랄라 씐난다~나름 나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애긔 애긔다! 응애


총 20명이 패키지로 함께 움직이게 되며 단체비자는 10명씩 나누어 움직이게 되는데 우리가 1번으로 도착하게 되어 어르신들을 뫼시고 출입국을 리드하는 조장이 되었다 얏호!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 그냥 웃었다.

도저히 앞날이 예상되지 않았다.

우리에겐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는 제주항공이라 인천국제공항 2 터미널인데 보안검색대를 통과하고 들어갔다. 에어포트 트레인을 타고 이동하면 면세점들이 있다. 루이뷔통 에르메스 샤넬 몽클레어 멋진 브랜드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소심하게 디올 립스틱 하나 살 거다.

이틀에 40만 원짜리 호화여행 떠나니까.

요즘 달러 환율이 많이 올라서 백화점가격이랑 면세 가격이 비슷하거나 더 비싸다고 한다.

면세에서 구매한 디올립. 한화로 약 49000원대 구매
24/1/6 최저가 검색(여행은 23/12/20)

대체적으로 화장품, 주류, 담배까지도 면세에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요즘에는 면세품구매를 비선호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은 앞 절차 끝내면 바로 비행기 탑승시간이라(단체비자 등록미팅으로 먼저와도 의미 없음) 넉넉하게 쇼핑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면세쇼핑이 필요한 청도 여행자들은 사전에 인터넷 면세점으로 미리 구매를 하는 게 좋다.


새벽부터 공항에 참 사람이 많았는데 나중에 탑승게이트에 가니 설렁했다.

대부분 일본행 비행기로 빠지는 듯했다. 칭다오행 비행기는 절반도 못 태운 채 떠났다.

그렇다고 해서 창가자리가 배정되는 것은 아닌가 보다. 비행기 앞쪽 순서대로 사람들이 탑승되고 뒷공간은 비워둔 채 출발했다.


공항운영으로 인해 1시간 정도 연착되어 도착하게 되었다.

청도는 1시간 정도 한국보다 느려서 9시 20분에 출발해도(비행시간 1시간 30분) 9시 50분에 도착하는 이상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청도공항엔 패키지여행 온 20명의 우리 외에 20명 정도 중국인들 정도 말고는 사람이 없었다.

공항 규모에 비에 너무 썰렁해서 거이 운영을 안 하는 공항인가 싶었지만 구석구석 시설들이 잘 되어있어서 그런 것 같진 않았는데 왜 썰렁한지 물어보니 21년도 공항 등급을 높여 새로 개장한 신 공항이라고 한다. 그래서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중인 것 같다.

이용자가 적어 수하물 찾는 곳에는 짐이 너무 없으면 이렇게 곰돌이가 인사한다

도착을 하면 단체비자이기 때문에 10명의 인원이 각 비자 순서대로 들어가야 해서 만나야 하는데 한국에서 잠깐만 본 사이라 얼굴이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찌어찌 나가야 하다 보니 결국 못 나가고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게 되어 출입국심사 장소에서 저절로 10인이 모이게 되었다.

참 신박한 패키지다. 마음대로 해도 결국 비자인원을 만날 수밖에 없다니 라며 신기해했다.


비자 원본을 1번 조장이 내고, 마지막 10번이 단체비자를 받아서 오는 방식으로 심사를 받게 된다.

처음 여권과 함께 심사를 받게 되는데 지문등록을 할 때 손이 건조하면 인식이 안돼서 심사가 늦어진다.

손이 건조했던 P의 심사시간이 길어지자 기계가 좋지 않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나머지 9명은 한 번에 모두 통과되었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게 여권에 도장 모으기가 취미인 나인데 중국 단체비자로 입국 시에는 여권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다. 그렇게 스탬프 하나를 못 찍은 게 조금 아쉽기도 하다.


다음 출입국 심사를 마치면 짐 찾는 곳에서 짐을 찾게 되는데

공항에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너무 귀엽게 짐 하나 인형하나 이렇게 뱅글 돌게 된다.

꼬질꼬질한 곰돌이가 귀여워서 칭따오 입국하자마자 기분이 좋아졌다.

바깥으로 나가는데 출구에는 본인 이름을 크게 쓴 가이드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한다.


설레는 청도여행의 시작


우리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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