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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린 Sep 30. 2024

서점에서 사라진 내 인생 책

『Why Worry』, 조지 월튼 저

나에게 누가 인생 책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Why Worry? - 1% 걱정만 줄여도 인생이 바뀐다』(조지 월튼 저, 행복한마음, 2005)라고 대답한다. 이 책은 내가 20대 초반에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은 후, 절망에 빠져 대학을 한 학기 휴학했을 때 읽게 된 책이었다.


기억 속 나는 어릴 때부터 걱정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예로, 나는 90년도에 전쟁 걱정에 잠을 설치곤 했다. 심지어 1999년 하반기부터 2000년이 되기 전날까지 Y2K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수도 전기가 모두 끊길 수도 있단 괴소문에 한전에 직접 전화까지 해서 물어봤더랬다(초등학생 때였다). 아무튼 그런 사람에게 희귀 난치병까지 생겼으니 얼마나 걱정이 많았겠는가!


‘어느 날, 못 걷게 되면 어쩌지?’ ‘앞이 안 보이게 되면 어쩌지?’ ‘결혼은 못 하겠지?’ ‘애도 낳으면 안 되겠지?’ 이런 걱정에 몇 날 며칠을 눈물로 보내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을 펼치자마자 읽은 글이 내 머릿속을 바꿔 주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한 것,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 22%는 사소한 일에 대한 것,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에 대한 것이다. 나머지 4%만이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진짜 일이다. 즉 96%의 걱정거리가 쓸데없는 것이다. (어니 젤린스키의 말, 5쪽)


아마 한 번쯤 누구나 들어봤을 명언이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아, 어차피 걱정해 봤자 내가 다 해결할 수는 없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후론 ‘걱정쟁이’로 살진 않았던 거 같다.


나는 그 후, 여러 차례의 이사에도 이 책을 애착인형처럼 항상 가지고 다니며 종종 읽었다. 최근 인간관계로 힘들었을 때도 다시 읽었는데, 아래 명언이 도움이 되었다.


사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운가? 이런 일 때문에 괴롭고 고통스러운가? 그 이유는 스스로 힘들고 고통스럽고 괴롭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삶이 그대에게 상처를 준다고 생각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은 그대에게 상처를 주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힘이 없다. (에픽테토스의 말, 42쪽)


물론 나도 걱정이 0은 아니다. 가족 걱정과 돈 걱정, 심지어 순금이가 똥을 하루만 안 싸도 무슨 문제가 있나 걱정, 비가 내리는 날마다 베란다 누수 때문에 종일 걱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걱정해 봤자 스트레스만 받는 거니 잊자 하며 ‘아무 일 없는 오늘’을 그저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 주고 싶지만 구할 수 없기에, 소장한 책을 종종 빌려주기도 한다. 누군가의 걱정을 덜어 주길 바라며 말이다.

(이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 품절 상태로 나오며, 전자책으로는 구매가 가능하다.)

다행히 내가 가진 책은 빼앗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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