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물: 사과
나에게 좌우명이 생긴 건 건 이십 대 초반, 대학생 때였다. 국문과를 복수 전공했던 난 아동 문학에 심취해 있었고, 마해송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그 책의 서문인지 작가의 말인지에 작가의 좌우명이 실려 있었는데 그게 바로 ‘웃는 낯으로 살자’였다. 나도 웃는 얼굴로 살고 싶다는 바람으로 그날부터 내 좌우명은 ‘웃는 낯으로 살자’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기도 한 번 당하고, 회사 문제, 집 문제 스트레스로 구안와사도 앓고, 여러 경험을 거치며 어느새 나는 서른보다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좌우명은 좀 퇴색되어 웃는 낯으로 사는 날들이 줄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아저씨> 속 원빈 대사 “난 오늘만 산다.”를 인스타에서 보게 되었다. 이 영화를 안 봐서 몰랐는데 이 문장이 좀 마음에 좀 들었다. 내일이 없다면 너무 열심히 살지 않아도 되지 않나? 좀 가벼운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거 아닌가?
‘오늘만 살자’라는 좌우명처럼 살다 보니 장점이 꽤 많다. 우선 내일이 없으니, 오늘 할 말을 바로바로 다 하기 때문에 속앓이가 없다. 할 말을 못 해 밤잠 못 이루는 날이 거의 없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등의 감정 표현을 다 하고 사니 진실된 인간관계만 남았다(좋은 거 맞겠지…?). 아무튼 난 이런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다만, 단점이 딱 하나 있다. 바로 내일도 살아있을 확률이 99.999999%라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