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민정 Jul 15. 2024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찾으러 가요.

망우역사문화공원 (24. 7. 6.)

이른 아침부터 아이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오늘이 미션 수행하러 가는 날 맞죠?”     


오늘은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펼쳐지는 특별한 역사 체험이 있는 날이다. 단순히 유적지 앞에서 해설을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일제에 항거한 독립운동가들을 직접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책에서 본 것들은 금세 잊히지만, 몸소 체험한 지식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3년부터 약 40년간 묘지로 사용되던 땅은 시민들의 산책로인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아이들은 제법 비장한 모습으로 이곳에 모였다.     



“오늘은 그간 우리가 잘 몰랐던 독립운동가들을 직접 찾아 나설 거예요. 아마 처음 듣는 분도 많을 겁니다. 그분들을 만나기 전에 우리 자신만의 독립단체를 만들어 볼까요?”   

  

어린이 독립투사들을 이끄는 선생님은 작은 책자를 나누어주며 말했다. 아이들은 표지에 태극기가 그려진 책자를 넘겨 자신만의 단체명을 지어보았다. 참여한 아이들이 돌아가며 자신만의 단체명과 그 이유를 발표하였다. 이윽고 둘째 아이의 차례였다.     


“저는 왜폐단이란 운동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무장 투쟁으로 일본을 망하게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의열단과 손잡고 독립운동을 할 거예요.”     


아이의 진지한 표정에 선생님은 손뼉 치며 응원해 주었다. 오늘 어린이 독립투사들의 도전 과제는 이렇다.   

  

1. 어린이 독립운동단체 사진 찍기

2. 독립운동가 서광조의 이름을 찾은 뒤, 암호 해석하기

3.   ⃝  ⃝  ⃝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 찾기

4.   ⃝  ⃝  ⃝ 이름이 적혀 있는 안내판 찾기

5. ‘다물단의 선언서’를 발견한 뒤,  ⃝  ⃝  ⃝ 이름이 적혀 있는 비석 찾기     


독립운동가들의 인물 가벽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는 것으로 임무는 시작된다. 보호자들은 아이들의 결연한 발걸음을 뒤에서 쫓았다. 어린이 독립투사들이 찾은 독립운동가의 이름은 모두 낯설기만 했다.



동지의 흔적을 탐색하던 중 독립운동가로 변신한 선생님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조용히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동지, 여기까지 잘 찾아왔소. 다물단의 선언서는 잘 확보하였소? 그렇다면, 조심스럽게 앞으로 더 나아가시오. 그리고 이 사진의 비석을 찾으시오. 부디 건강하게 임무를 잘 수행해 주길 바라오.”    

 

아이들은 선생님의 귓속말에 귀 기울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오재영 비석을 찾아 떠났다. 오재영은 여러 이름을 가진 독립운동가다. 일본 경찰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 오혜영, 오회영, 오준영 등을 사용해 자신을 숨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반드시 그의 본명과 얼굴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영웅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가방에서 흑백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독립운동가 오세창, 오재영, 김상옥, 김기만, 남형우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있었다.


“독립운동가들은 신분 노출을 막기 위해 기록을 잘 남기지 않고 사진도 잘 찍지 않습니다. 하지만 죽음을 각오한 마지막 활동을 앞두고는 멋진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어요. 일본에 강력하게 대항하기 전 그들의 다짐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지 않나요?”     


어린이 독립투사들이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무명 독립운동가, 김기만 묘소였다. 대한민국임시정부 활동을 하였으며, 안창호를 도와 다양한 독립운동을 전개한 인물이다. 의병 활동을 위한 군자금과 군수품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치열하게 살다 간 독립운동가 김기만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몇 장의 사진과 흥사단이 보관한 이력서, 활동 내역 등이 남아있기에 가능했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는 이 글에 담지 못한, 우리가 미처 다 기억하지 못하는 독립운동가들의 영혼과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들이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은 아닐 테지만, 그들이 목숨 걸고 지킨 땅에 지금 우리가 서있기에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임무를 잘 수행한 아이들을 모아놓고 선생님은 활동을 마무리했다.     


“여러분, 광복은 독립운동가들 덕분에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일까요? 아닙니다. 오늘 여러분이 찾은 독립운동가분들과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영웅들의 노력이 만든 당연한 결과예요. 친구들 집에 돌아가도 오늘 만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잊지 말아 주세요. 그분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걸로 임무 성공입니다.”     


우리는 오늘 만난 분들의 이름을 마음에 새길 것이다. 그들의 용기 있는 결단에 감사했고, 나라를 위한 희생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망우역사문화공원에서 펼쳐지는 프로그램 또는 행사는 ‘중랑구청’ 및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사이트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이전 13화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 산책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