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림 Aug 13. 2024

떨어지고 깨달았다

피플앤컬쳐분들 폐관 수련 후 다시 뵙죠

이번 포지션에는 아쉽게도 다음 단계로 안내드리지 못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

귀하께 금번 *** 담당자 채용 서류 전형에 불합격하셨음을 알려드리게 되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


24시간도 안되어서 불합격 메일을 연달아 받았다.

둘 다 기대가 컸던 곳이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반응이 나왔다. 


흠... 근데 기분이 나쁘지 않네.

최근 미션 캠프에서 진행하는 <1인 미디어 육성 캠프>에 참여 중이다. 세계적인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영향력이 필요하다. 근데 그전에 한국을 사로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일단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로 시작하자는 생각으로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다. 강의 초입에 강사님이 동기부여가 되는 이야기를 해주신다. 매번 그 내용에 큰 인사이트를 느끼는데 저번 주 하셨던 말씀이 불합격을 받아들이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바로 실패는 나를 발견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 우리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많은 시간 노력하는데, 사실 실수를 해봐야 안 되는 방법 하나를 알게 된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서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 불합격도 실패로 느껴지지 않았다. 합격을 위한 하나의 도약이 되었다. 




불합격 통보를 받았던 곳 중 한 곳은 오랜 시간 취업을 희망했던 회사였다. 꿈의 회사였기 때문에 여기서 떨어지면 세상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런 두려움에 서류 제출을 계속 미뤄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내 상태는 그대로였다. 일 년 전 공고를 보았을 때나, 지금이나 내 스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이만 늘었다...


정신 좀 차리자는 마음으로 서류 제출을 결심하였는데 막막했다. 전공과 무관한 직무라 내가 가진 건 열정뿐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아보았고(챗지피티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우연히 지원하려는 직무의 현직자 분 블로그를 알게 되었다. 심각한 섭리론자로서 '삐빅- 이건 신의 섭리입니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용기를 내어 댓글로 직무에 대한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현직자 분은 놀랍게도 불합격 통보가 나온 후 친절한 답을 달아주셨다. (이것도 신의 섭리이리라.) 댓글을 읽어보니 내가 참 부족했구나 하는 겸허한 마음이 들었다. 


불합격을 하고 스스로에 대해 명확해졌다. 우선 내가 얼마큼 이 회사를 원하는지 알게 되었다. 지원하기 전에는 확신이 잘 안 섰다. 분명 원하는 것 같은데 (마음이 두려움에 잡아먹혀서인지) 또 시큰둥했다. 그러나 지금은 간절해졌다. 다른 곳에서 떨어졌을 때와는 마음이 다르다. 여기서 꼭 일해보고 싶다. 

제발 저 좀 뽑아주세요 sm


다음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현재 내 서류는 회사가 원하는 지원자와 거리가 멀다. 이 사실을 객관적으로 알게 되니 나 역시 좀 더 객관적으로 변했다. 실체 없는 불안이 사라지고 부족함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까 하는 생산적인 고민이 들었다. 



아니 불합격이 이렇게 좋은 거면 진작에 지원해 봤지! 역시 인생은 겪어봐야 알 수 있다. 에디슨은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실패해 봐야 내 진짜 마음을 알 수 있고, 목표와 나 사이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다. 그래, 나는 이번 결과를 통해 합격 목걸이를 얻기 위한 지름길을 얻은 거야. 어제의 실패는 과거의 일이니 내일의 성공을 위해 오늘 다시 시작하면 된다. 다시 열심히 해보자. 아좌좌!


이전 17화 불편하고 부러워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