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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아리 Jun 14. 2024

이혼하러 갈래? 감옥갈래?

끝나지 않는 너의 거짓말

이혼을 하기로 결정한 후,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그는 날 붙잡고 애원했다.

네 화가 다 풀릴 때까지 지금처럼 따로 떨어져 지내자고.

자기가 다 갚겠다고. 잘못했다고. 사랑한다고.


"네가 진짜로 날 사랑했다면 나를 이렇게 배신하는 짓은 못하지. 그거 사랑 아니야. 우리 이제 진짜 헤어지자. 너는 이제 내 남편으로는 못살아. 나는 이제 널 하나도 못 믿거든."


그때 난 복직을 코앞에 두고 있었고 그는 여전히 회사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네가 협의이혼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난 소송까지 하겠다고, 내가 곧 변호사 선임하면 소장이 갈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자, 그는 결국 협의이혼에 동의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해준다고 했다.

그래서 관할 법원에 전화하고, 협의이혼절차에 관해 물어보고, 그에게도 날짜를 통보했다.

우리에겐 미성년 자녀가 있기 때문에 절차가 좀 복잡했다.


한 시간가량 상담도 받아야 하고,

미성년 자녀 양육에 관한 교육도 들어야 했다.

법원마다 상담 가능한 날짜와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법원으로 갈지, 그렇다면 언제 갈지도 잘 정해야 했다.


결혼생활과 마찬가지로 이혼 역시 부부가 같이 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나 혼자 법원에 문의를 하고, 시간을 정하고, 서류를 준비하고 그에겐 시간과 장소를 알려줬다.

그가 서류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나 혼자 미리 서류도 모두 준비해 두었다.

아직 법적으로는 부부인지라 내가 그의 서류까지 모두 준비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이혼 접수를 하러 가기 전날,

그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서류 준비를 다 해서 늦지 않게 오라는 내 메신저를 그가 읽지 않았다.

'아, 얘가 약속을 안 지키겠구나.'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또 거짓말을 하며 내일 법원에 못 온다고 하겠지.

아마 이직을 준비 중이니 뭐 면접이라도 잡혔다고 거짓말하겠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혼소송에 관해서 찾아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을 때, 그에게서 답장이 왔다.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는 내 예상을 단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사실은 내일 면접이 잡혔다고, 그래서 법원에 출석을 못하겠다고. 너무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지금의 고통을 나에게 모두 보상할 테니 기회를 한번 더 달라고.


어찌나 청산유수로 길게도 보냈던지.

어쩜 그렇게 예상했던 그대로 말을 하던지.

그리고 그의 그런 메신저를 보면서, 그동안 보이지 않던 게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그의 거짓말 패턴.


'아 이런 식으로 그동안 나의 배려심을 이용했구나...'


그동안 그가 나에게 어떤 식으로 거짓말을 하고, 나를 어떤 식으로 이용해 왔는지 선명해졌다.

눈앞을 뿌옇게 가리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진 느낌이었다.


이제 어떻게 말해야 그가 법원으로 나올지 알 것 같았다.

그에게 전화를 해서 미리 준비했던 말을 쏟아냈다.


너의 회사가 널 고발하지 않아도 내가 널 고발하겠다고.

너 그냥 감옥에 가는 게 낫겠다고.

네가 감옥에 가면 이혼 진행도 나 혼자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고. 너 그냥 네 죗값을 받으라고.


내 말을 듣고 그는 법원에 시간 맞춰 나오겠다고 했다.

역시나 면접은 거짓말이었다.

상황이 이지경이 됐는데도 여전히 거짓말을 습관처럼 하는 그를 보며 진짜 질려버렸다.


'갱생의 여지가 없다. 빨리 도망가자.'


이미 단단했던 결심이 더욱 확고해졌다.


그리고 다음날, 이혼접수를 하기로 한 시간 30분 전에 그는 미리 도착하여 날 기다리고 있었다. 진짜 웃기는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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